2018-01-16 | 작가노트-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
(작가 노트) 바다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그 물색과 파도의 거품띠를 조금씩 바꾸면서, 나는 가로누워 있는 바다의 그 평평함을 좋아한다. 지속을 의미하는 그 가로선만이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지상의 유일한 형태였다. 마티스는 관절염으로 인해, 더 이상 몸을 구부려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침상에 누워서, 혹은 휠체어에 앉아서 색종이를 자르기 시작했다. 그의 색종이 콜라쥬는 화려한 색채의 대비와 자유로운 배치로, 미술로서 표현된 춤이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병실의 벽면을 온통 이 춤과 음악으로 채우면서, 그는 그의 삶을 지속했던 것이다. 나에게는 바다가 있었다. 내 삶의 지속을 장담할 수 없어서, 모든 대상이 어렴풋한 윤곽으로만 감지되던 시간 동안, 나를 지탱해준 것은 파도와 계절과 색채를 무감하게 품은 수평선이었다. 오랜 병마를 내가 이겨낸 것이라기보다, 삶이 나를 이긴 것이다. 나의 붓질이 내 삶을 이기고, 이젠 나와 상관없이 삶은 지속될 것이다. |
ARTIST NO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