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인생도 꽃이 되어 마음의 정원에서 ‘피고지고…-김윤섭
'인생도 꽃이 되어 마음의 정원에서 ‘피고지고…’
글_김윤섭(미술평론가)

풍경과 인물
안기호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매력은 풍경 안에 숨어 있다. 그것은 인물이다. 풍경과 인물의 관계는 작가가 건네고자 하는 이야기의 본질과 닿아 있다. 풍경 속에 어우러진 인물의 공통점은 ‘점경인물(點景人物)’이란 점이다. 그것은 마치 자연합일을 테마로 삼았던 전통 동양화에서 인물을 자연 풍경의 아주 작은 일부분으로 처리한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만큼 독자적인 인물 자체의 존재감 못지않게 인물을 품고 있는 자연에도 작가는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풍경그림을 다시 보면 더 쉽게 이해된다. 너무 무디고 아련히 뭉개져 풍경과 하나가 된 인물표현, 수줍어 간신이 나무사이로 고개를 내민 연인의 데이트 장면, 자연의 심장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인 혼자만의 외출, 뭔가 분주하게 일을 하고 있어도 자연의 고요한 정적만은 거스르지 않는 차분함, 대가족이 맘먹고 소풍을 나왔어도 분명 그것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 위함이다. 이처럼 안기호의 점경인물은 모두가 문학적인 감수성을 풍기고 있다.

독특한 색조
안기호의 작품표면은 굳이 손으로 만져보지 않아도 꺼끌꺼끌함을 알 수 있다. 색조역시 뭉클하게 번져 있어 또렷하지 않다. 말 그대로 사물의 형체보다 ‘뉘앙스’가 먼저 엿보인다.  그래서 향기로움, 애절함, 감미로움 등이 자연풍광과 너무나 유연하게 어우러진 모습은 더 큰 호소력을 자아낸다. 
작가는 자신의 풍경그림을 통해 보는 이들이 편안한 안식을 얻게 되길 희망한다. 각기 다른 지난 기억들 속엔 너무나 다양한 사연들이 혼재해 있겠지만, 자연은 인간의 어떤 허물이라도 조건 없이 흔쾌히 쓰다듬어 주는 어머니와 같다. 그래서 누구든 그 자연에 들어가선 한없이 깊은 안온함을 경험한다. 안기호의 풍경그림에도 그런 자연의 넉넉함과 그 자연에 조용히 기댄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조차 행복감에 젖어 들게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