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8-01-17 작가노트-점(點)으로부터의 시작된 변화
점(點)으로부터의 시작된 변화- 
        자연의 속살을 들여다보다.


지난 10여 년간 어린아이의 순수성으로 바라 본 기성세대의 현실표현에 몰입했었다. 어린아이들의 유희는 부자가 되고 싶은 인간의 보편적 욕망을 풍자하였고, 현대문명을 상징하는 자동차 시리즈는 초자연을 배경으로 설정한 것이다. 운전석의 아이들은 여행을 통한 현대인의 일탈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순수(純粹)의 원형은 자연을 닮아 있어서 아이들의 ‘순수성’과 ‘자연’을 동일하게 생각했다. 이상향의 낙원...원시림에 대한 호기심은 동남아여행을 통해서 해소되었고, 알로카시아, 극락조, 파키라 등 많은 열대식물들이 캔바스에 담아졌다. 

최근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였다.
자연의 정점에 있는 꽃에 대한 판타지에서 출발하여 이 작업을 실행하는 기법의 변화에 의미가 있다. 그동안 팝아트 형식을 차용하여 작품을 해오면서 가장 큰 고민은 질감의 궁핍함이다. 유화와 아크릴작업을 병행해오면서 아크릴재료의 단점인 차갑고, 밋밋한 느낌을 극복하고자 여러 혼합재를 이용한 실험을 했다. 익숙해졌던 수평의 붓질을 접고, 물감을 뿌리고, 찍고 반복한 결과 나름의 ‘점묘화풍’으로 귀결되었다.  
기법의 변화로 인해 캔바스는 이젤에서 바닥으로 내려왔고, 손놀림과 동작은 분주해졌지만 작업과정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내 작업에서 경시되었던 질감의 보완으로 언급했던 문제들이 차츰 해결되었다.

하나의 점들이 모여서 형상이 만들어지듯이 컴퓨터도 하나의 도트(dot) 수 만개가 모여서 이미지를 보여준다. 초기 신인상주의 대표화가인 조르주 쇠라(Georges-Pierre Seurat)는 점묘법의 화풍으로 생애 7점 밖에 남기지 않았을 만큼 집중력과 긴 시간의 작업이었다고 한다. 동일계열의 색이나 보색(반대색)을 분리한 다음 병치하면 색들이 시각적으로 통합되어 선명한 색을 지각할 수 있다는 주장에 공감한 신인상주의자들은 과학적 이론을 회화에 접목한 것이다. 
1800년대 후반의 과학이론을 바탕으로 한 전통기법이 오늘날 시각으로 본다면 현대적인 기법이며 표현방식인 것이다. 이것은 과거와 현재는 서로 다른 개체가 아니라 하나로 이어져 존재하는 동일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꽃이라는 주제는 오래전부터 많은 예술가들이 즐겨 찾는 소재였다. 
그 이유는 자연을 대변하는 아름다움의 상징이 바로 꽃이기 때문 아닐까.  
일반인들에게도 꽃은 사랑의 메신저이며 찬미의 대상이다. 아이리스의 꽃말은 ‘좋은소식’ 이며 우리말로 붓을 닮아서 붓꽃이라고 부른다. 아이리스는 ‘무지개 여인’을 의미하며, 무지개는 동경과 환상을 주지만 곧 사라져버리는 허망함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변덕스러움’ 이라는 꽃말도 있는 걸까! 우리네 인생과 너무나 흡사하다.
6월의 아이리스는 불멸의 화가 빈센트 반 고호(Gogh, Vincent Van)와 여성성을 추상적 환상주의로 표현한 조지아 오키프(Georgia O'Keeffe)가 몰입했던 소재이기도 하다.

내가 작업의 주제로 ‘아이리스’ 꽃을 선택한 이유는 조형적 형태와 미학적 요소가 결합되어있으며, 생명의 발원을 연상하는 신비의 대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월계관 모양의 꽃 중앙부를 확장해서 들여다보면 미지의 세계가 존재하는데 첩첩히 쌓인 꽃잎 속에서 생의 에너지가 분출하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각각의 이름을 가진 꽃들의 다양한 색채와 우아한 자태는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고 휴머니티, 섹슈얼리티 등 내 창작의 근본 관심사와 상통했다.
아이리스의 꽃말처럼 ‘좋은소식’이 모두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2016. 작가의 글>

2018-01-17 작가노트-JOURNEY to NATURE
JOURNEY to NATURE

자연으로의 여행...
자유롭게 세계를, 먼 우주를 여행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오랜 꿈일 것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세계를 향한 상상은 언젠가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옛날에는 철기(鐵器)를 가지고 수천년을 끌었지만 현대는 스피드시대, 글로벌시대로 통한다.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선진국들은 경쟁적으로 유인우주선을 쏘아올리고 있고, 2020년경에는 화성에 사람이 발을 딛는다고 예측한다.

문명과 자연은 공존해야할 숙명이며 서로 뗄 수 없는 한 뿌리에서 나온 가지이며, 문명의 건너편 원시림 속에는 아직도 멸종되지 않은 고대 생물들이 살아 숨쉰다. 다양한 식물들이 서로 얽혀서 하늘을 가리고, 석양은 장엄함과 태고의 아름다운 신비를 선사한다. 푸른 녹색의 화사함 보다는 그 속에 살아 숨쉬는 생명력의 보고, 그 깊은 자연 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상상해 본다.

문명의 상징인 클래식 자동차는 숲에 가로막혀 더 이상 나아 갈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하지만 운전석의 아이들은 이와 무관하게 웃거나 떠들거나 졸거나 가지각색의 표정들이다.
현재에 처한 위급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자유로운 영혼이다. 언젠가 도심(都心) 한복판에서 역주행하고 소방차를 가로막던 그들이다.
나는 주인공 아이들을 통해서 도시의 질서와 규약에 익숙해져있는 현대인들의 일탈과 짓눌린 욕망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여행’이란 가슴 설레는 새로운 에너지의 원천이고, 자신의 내면에 잠재 되어있는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일이다. 최근 자동차 시리즈 작품들은 ‘여행’이란 상징적인 주제를 통해 비쳐본 나의 이야기다. 우리인생 또한 생즉필멸(生卽必滅)여정의 한 순간이다.(작가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