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도희 작가 작품세계
작업노트 (2021~)
 근래 작업은 현시대를 사는 우리 주변에 발생하는 일들에 대한 원인을 시간의 변화에 따라 파생되는 점에 착안해 시작한 작업이다. 우리는 과거의 이미지를 기억이라고 부르는데, 이 이미지 기억은 장소, 감정, 잔상 등 다양한 형태로 의식 속에 남는다. 이것들을 기존 무의식적 낙서 작업의 연장인 세분화 된 낙서의 형태로 더 구체화시켜 표현한다. 부유하듯 떠다니는 도형들은 직관이다. 시간은 지속의 과정이며 우리의 의식은 이러한 시간 위에 존재한다. 의식에 의해서만 지속과 끊임없는 시간의 흐름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부유하는 도형들은 시간 속 기억을 탐구하는 과정에 내가 사유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나간 기억과 직관하는 현재가 한 화면에 얽혀 있는데, 지나간, 그리고 지나가고 있는 시점들과 의식을 하고 있는 지금 시점에 나는 불가분적이다. 불가분적인 변화 속에서 과거와 현재는 연속성을 이루기 때문에 낙서로 표현되는 과거와 사유하고 있는 나를 표현하는 도형들을 한 화면에 담는다.


작업노트 (~2020)
나는 나의 속내가 담긴 작품의 표면을 덮거나 긁어낸다. 지나치게 솔직한 고백은 두려움을 동반하기 때문에 작품 화면을 지우는 행위는 내성적인 개인의 성격이 녹아든 행위이다. 수백겹으로 쌓이는 미묘한 감정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듯 내 회화 작업들도 명료하게 정의 내려지지 않은 것처럼 많은 레이어가 곳곳에 보인다. 잔잔한 낙서에 집중하던 방식은 행위로 만들어진 운동감 있는 표현으로 변하였는데, 이러한 표현은 결과물이 아닌 과정과 행위에 집중하는 나의 작업 방식을 더 명확히 보여준다. 
패턴화된 낙서를 한 후 주로 실크스크린 잉크와 아크릴 물감으로 덮는데 이 둘은 섞이는 듯 섞이지 않는다. 이것은 하나로 규정하기 힘든, 중첩된 감정을 표현하기에 적합하여 다른 층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매체이다. 정리되지 않는 복잡한 상념들은 밝은 색채의 물감을 붓고 스퀴지로 밀어내거나 두터운 마티에르로 혼돈을 만들지만 그 안에서 질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긁혀 없어지거나 두터운 물감으로 덮여진 화면은 그 이면을 더 궁금하게 만든다. 이 작업 방식은 드러나는 면과 가려지는 것 사이의 모호함에서 기대치 않은 효과를 만들며 또 다른 형태의 전달성을 준다.
나의 작업은 명상이나 격렬한 운동같이 축적된 부정적 감정을 끄집어내 마주하고 그 감정을 온전히 느끼며 그것이 해소되어 사라지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다. 무의식 표출을 통해 외면했던 감정을 발견하고 이를 작품 안으로 끌어오는 것은 내면의 상처를 꺼내 캔버스 위에 드러내어 마주하고 내면과 삶의 균형을 찾으려는 나만의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