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9-01-29 하종욱 작가의 작업노트
작업노트

인간으로써 사는 것을 인생이라 하죠.
인생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단순하게 흘러가죠. 단지 생로병사의 과정을 밟아가는 것인데, 저를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항시 고민하고 갈등하고 괴로워하며, 항시 부족한 무엇인가를 느끼며 살아가죠.
우리 집 강아지는 단지 놀고, 먹고 자는 것으로 충분히 행복한데, 사람은 그러지 못한 것이죠.
그건 몸은 짐승을 닮았는데 머리는 우주를 닮아서 그렇다고 합니다.
꿈, 가치, 자존심 머 그런 여러 가지 생각, 사랑, 우정, 미움, 괴로움, 외로움 등 여러 가지 감정들에 휩싸여서 한순간도 가만히 멍할 수 가 없는 존재인 것이죠.
이런 몸과 정신의 사이가 너무 커서 복잡해진 인간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전 숲이 있는 곳에서 생각을 자주합니다. 처음에는 단지 그늘과 선선한 바람이 있어서 찾았고, 가까운 관공서에는 정원이 잘 만들어져서 찾았습니다. 특히 밤에는 가로등 아래 나무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제격이죠.
그런 시간이 몇 해 흘러가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비가 한번오고 나면 순간 풀들이 자라고, 나뭇잎은 나무둥치를 위해 매년 말없이 피고 지고, 여름이면 벌레들이 이때다 싶어 나뭇잎을 먹어치우고, 벌레가 죽고 나면 이때다 싶어 나무뿌리는 그 양분을 다 빨아먹는....
그저 낭만적이고 휴식처이며, 아름다운 Healing의 장소가 알고 보니 삶의 치열한 현장이었던 것이죠.
이처럼 사람은 자기가 원하는 데로 세상을 보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인데 바라보는 우린 단지 Healing의 대상이 되잖아요. 

사람 간에도 마찬가지 인거죠. 서로가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나의 Role model이 되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하지요. 남녀 간의 기대심리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도 많지요.
저 역시 이런 인간사로 인해 오랜 시간 무척이나 괴롭고, 짐스럽고, 부담이 되고, 필요이상의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면서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전 어느 순간부터 이런 인간사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숲의 생태를 보면서 인간과 자연이 생존의 문제 앞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생존의 문제를 제외하고 나면 나머지 문제들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도 않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을 깨닫고 난 후 머리가 게운 하고, 드디어 숲과 사람과 짐승들이 그리도 사랑스럽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내 앞에 주어진 책임이 무겁기 보다는 할 만한 일이라는 정도로 다가왔고, 또 나의 현실도 그저 그런 것 정도로 다가왔으며 타인과의 비교보다는 과거의 나와의 비교가 우선이 되었답니다.

그러면서 드디어 생계를 유지하기위해 하는 목공일을 통해 나오는 대팻밥을 저의 작품의 재료로 활 수 있는 확신이 든 것이지요. 나의 삶 속에서, 나의 토양에서, 나의 시대에서 마주하게 된 소재, 마주하게 된 재료를 사랑하게 되었고, 그 것들과의 씨름 속에서 삶을 이야기하고 싶고, 그 과정에서 예술이라는 것을 탄생시켜야 한다는 확신입니다.

특히 한국은 전통은 단절되고, 외국문물이 이유도 모른 체 우릴 덮쳐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장르가 단지 이해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미술 판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게 아니라면 너무 낙후된 그림들이 돌아다니고 있죠.
저는 한국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한국성은 과거의 한국도 미래의 어떤 한국도 아닙니다. 오늘 이 순간의 한국입니다. 
이 순간의 한국을 발견하고, 느끼고, 작품으로 다시 탄생을 시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 나의 삶을 돌아보고 나의 삶 속에서 마주하는 것들에 애정을 가지는 데서 시작을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마주한 그것들에서 내 안의 무엇이 발현되는지 잘 관찰하여 드러낸다면 그 것이 곳 현재의 나이고, 또 한국성이기도 한 것이지요. 이런 행위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언젠가 한국인이 그린 그림이라는 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