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순백(純白)의 숭고함을 수채화로 물들이다
순백(純白)의 숭고함을 수채화로 물들이다
인간과 자연은 떼어놓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로 맺어져 있다. 자연이 있기에 인간으로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고, 인간이 있기에 자연이 현재의 가치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수채화를 그리는 일에 삶을 기대고 있는 작가의 작품에서는 자연에 대한 교감과 사색이 엿보인다. 그의 작품의 주된 주제는 ‘숭고함’이다. 숭고함의 대상은 때론 종교적인 대상이기도 하고,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기도 하고, 자연이기도 하다. 순백색의 신비한 느낌으로 숲 속의 귀족이라 불리는 자작나무가 작가의 주된 피사체다. 오래전부터 하늘과 인간을 연결하는 신성한 매개체로 여겨지는 자작나무는 작가에게 있어 단지 피사체로서의 나무가 아닌 인간의 영혼을 상징한다.
“자작나무숲에서 밀려오는 백색(白色)의 묘한 신비감은 마치 성스러운 영혼을 지닌 존재와 같습니다. 단지 ‘개체로써의 나무’가 아닌, 영혼을 울리는 숭고함을 지닌 자작나무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잔잔한 수채화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둔탁하지 않고 맑고 가벼운 느낌의 수채화의 재료적 특성을 살려 자작나무와 숲이 어우러진 모습을 흐르는 듯 신비적인 느낌으로 표현한다고 작가는 설명한다. 그의 작품에는 계절마다 다른 느낌을 다양한 색채로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수채화가 안고 있는 ‘재료적 표현력의 가벼움’과 ‘표현소재의 단순성’ 때문에 ‘주제의식’이 결여될 수 있는 단점을 작가의 철학적 깊이감을 통해 서정성 짙은 자신만의 화풍(畵偑)을 살리는 것으로 극복한다. 그의 작품에서 번지고 흘리는 듯 몽환적인 자작나무의 질감표현과 배경과의 조화는, 그가 말한 작가로서의 주제의식인 ‘숭고함’이 뚜렷해 보였다. 즉, ‘보이는 그대로’ 완벽하게 표현하지 않는 않은 자작나무의 형태와 배경과의 번지는 기법을 활용한 자연스러운 조화는 자연과의 경계를 허물고 순백의 아름다움을 지닌채 당당히 서 있는 자작나무의 숭고함을 드러낸다. 또한,서정성 짙은 작가의 진솔한 감정을 잔잔한 수채화로 담아냄으로써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들과 함께 공감하고자 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휴식과도 같은 편안함을 선사한다.
- 종합시사지 ‘시사interview'의 작가인터뷰 기사 中 (2011.11)…

아트센터 신선 대표 이지호

 

우리 인간은 좋든 싫든 저마다의 내면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연약한 존재이기에
때로는 힘겹고 버거운 삶의 무게를 의착하고 치유하려는 간절한 바람으로 자연을 찾곤 합니다.
자작나무는 연료가 귀하던 옛 시절 화촉(樺燭)으로서 부부의 연을 맺는 등불로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그 목판은 고결하고 성스러운 팔만대장경을 알알이 새겨 호국을 기원했으며,
그 껍질은 영원불멸을 염원하는 천년 신라 천마총 장니(障泥)의 화지(紙)가 되어 장구한 세월을 기리고 있습니다.
때로는 가로수로, 정원수로, 목재로, 약재로서 우리 일상의 그 어느 곳에 살며시 다가와 수호수(守護樹)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자작나무는 인간의 삶 근저에, 온갖 물성(物性)의 갖은 효력을 토해내고도 모자라,
그 영혼의 남은 조각마저 남김없이 벗어주고 있습니다.

정시영 작가의 자작나무(그림)는 우리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허물을 털어버리고 속살을 드러내 투명하고 고결한 백색 영혼의 길에 함께하기를...
담대심소(膽大心小)한 필치로 그려낸 자작나무 숲은, 문득 아무런 족적도 없는 설상(雪上)앞에 대면한 것처럼
숙연함과 초연함으로 다가와 놀라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흔히 특정된 정통 수채양식을 깨뜨린 덤덤하면서도 치밀한 작품구성과 독특한 회화적 표현기법은
명확한 사유(思惟)의 방향을 견인할 만큼 깊이 각인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삶의 허물을 감싸고 치유해 주는 깊은 떨림을 주고 있습니다.


아트센터 신선 대표 이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