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8-01-08 작가노트-내 그림은 거의 유년기에 만들어진 것 같다.
내 그림은 거의 유년기에 만들어진 것 같다.
내가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이끌려 시골 벽촌에 살게 된 것은 하나의 행운이었다.

그곳은 철새 도래지인 을숙도 부근이었다.
시골풍경의 특성이 그대로 베어있는 곳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깨끗한 풍경이 눈만 감으면 아직도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내가 작품에 인용하는 소재가 내 주변에 널려있었다. 

집 앞 냇가에 가면 그곳에는 아름다운 물돌이 있고 그사이로 고기들이 사이사이 놀고 있었다. 
그물돌을 보고 있노라면 그 돌은 바로 나이고 우주이고 돌 자체인 것이다. 
그곳에는 인간이 만든 모든 회화가 담겨 있었다. 
동양의 철인 장자가 그랬듯이 내가 돌이고 돌이 나인 것이다. 
돌에 담긴 조형이 나의 의식이고 내가 만들어야 될 조형언어 인 것이다. 
내가 산 곳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래서 항상 외롭고 적적했다.
끈임 없이 친구가 되어준 것은 돌 구름 달 나무 갖가지 생명들 혹은 마당에 굴러다니는 도기 등이었다. 


나는 자연을 참으로 사랑한다.
자연을 소유하고 정복하는 것이 아니고 자연에 동화 되는 것이 좋다. 
인공적인 소재는 습관적으로 싫어한다.
화면에 채워지는 소재들은 거의 자연 오브제이다.
내 기억에서부터 현재까지 시간이 공간에 놓이고 그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내 그림으로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 이미지들은 상상이라는 매체로 하나의 주제로 모아지고 그 주제가 또 하나의 이미지로 환원 되는 것이다. 


내 그림은 나의 감정을 쏟아내는 것이 아니다. 
도자기를 만들듯이 장인정신이 깃들어 있다. 
선 하나 하나가 상감기법으로 만든다. 
색도 흰색에다 아침 점심 저녁으로 변화하는 미세한 변화로 색깔을 만든다. 

내 그림은 역설적이고 희화한 것이 보일 것이다. 
가장 현대적 감각과 한국의 민화를 대비시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구성에서도 상하구별을 하지 않고 화면에 나열 시켜 역으로 순응시켰다. 

나는 내 그림을 잘 모른다. 
내 내면에 숨어있는 나의 의식을 찾아내는 작업이 내 그림이다. 
동양의 철인 장자가 그랬듯이 내가 나비이냐 나비가 나인가 라고 했듯이.
그림을 장인 정신으로 그린다. 내 그림이 나를 지배하여 무아지경이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