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사랑이나 행복한 꿈을 상상하고 그리워하는 것

두요(斗姚) 김민정 

 

주성열(시각예술철학)

 

1.

‘예쁜 별’처럼 빛나는 화가 김민정은 같은 의미의 ‘두요(斗姚)’라는 애칭을 사용하면서 자신을 닮은 듯한 기린을 주인공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그린다. 작품에 등장하는 한 쌍의 기린과 부엉이는 ‘가족의 행복’이라는 메타포로, 김민정이 추구하는 사랑의 캐릭터이며 기쁨의 아바타이다.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화가는 기린의 눈동자에서 그리움과 사랑의 가치를 발견하고 현실 풍경에서 실망하거나 좌절을 경험한 모든 존재를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반영한 꿈의 풍경을 그린다. ‘어린 왕자’를 닮은 두요(斗姚) 김민정 화가에겐 욕망의 세상을 순수하고 정직하게 바라보려는 의지가 있다. 달빛에 매료된 무욕의 마음이 있고, 흐드러지게 핀 꽃에 빠져드는 무심한 눈도 있다. 어느 날 대나무 숲이나 자작나무 군락지에 한껏 반하고 미루나무에도 마음이 흔들려 그리기 시작한 풍경화에는 화가가 소소하게 바라는 행복한 마음을 대신하는 이미지들로 가득하다. 

 

화가 김민정은 상서로운 기린 이미지를 통해 실존적 한계를 벗어난 독특한 동화 같은 세상을 그린다. 작품의 배경에는 화가가 그리워하던 초월적인 행복과 숭고한 사랑이 자리하는데, 상대방의 정신과 감성을 공유하는 기쁨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사랑을 통해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근본적인 가족의 사랑이란 가치도 시간이 흐르면 퇴색할 수도 있다. 일상이라 해도 가족의 삶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 많아서 언제나 기쁨의 에너지만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화가 김민정은 행복의 시작은 가족이어야 한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두요(斗姚) 김민정은 현실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사랑이나 행복한 꿈을 상상하고 그리워하는 것에 그림 그리는 이유를 둔다. 현실은 꿈에 그리던 낙원이었음을 체험을 통해 느꼈을 것으로, 자작나무 숲을 걷는다거나 대나무 숲에 귀를 기울이고, 벚꽃 만발한 나무 아래에 서서 천상의 세계를 여행하였음이다. 대나무 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 화사한 벚꽃잎은 미세한 바람에도 눈꽃을 뿌린다. 새와 나무는 하늘을 향하고, 세상 사람도 나무를 우러러 사랑을 품는다. 어느 날, 별들이 만드는 은하수를 바라보듯 현실에서도 행복을 향해 한 방향으로 날아가는 그가 그린 그림 속 물고기 무리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2. 

다소 유연해 보이는 자신의 그림 형식에 도달하기 위해 작가는 논리적인 방식에서 벗어난 고민과 사색의 지난한 과정을 거쳤을 것이다. 그 결과로 풍경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조연들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유용한 가치와 은유가 된다. 한 쌍의 기린과 부엉이는 서로를 향하고, 물고기와 새들은 나무와 하늘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옹기종기 모여 온정을 나누는 사랑스러운 마을이 있고 구름과 달은 그 행복한 세상을 조용히 비춘다. 이상향인 자연의 풍요로움을 배경으로 타자를 향한 겸손한 이미지와 화가의 욕망인 기린의 사랑이 나무를 닮아 하늘을 향한다. 반짝이는 풍성한 나무와 조용히 세상을 내려다보는 부엉이는 화합의 열망을 담으며, 종이배와 종이비행기는 화가가 바라는 행복과 참다운 사랑을 전하는 메신저이다. 

 

멀리서 바라보던 산이 빼곡하게 보여도 나무와 풀 그리고 동물들이 함께 할 터전만은 언제나 내어주는 넉넉함이 있다. 포용의 공간인 산처럼 화가가 그리는 사랑의 공간은 충만하고, 소통과 치유를 위한 여유로운 환상 정원도 마련되어 있다. 화해와 포용 그리고 사랑이라는 초월적인 공간에서는 대립의 분열도 오해도 없는 무한한 사랑법이 존재한다. 열린 시각으로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순간 상생과 화합이 무엇인가를 깨달아 새로운 행복의 가치를 발견하게 하는데, 편안한 그림은 바라볼수록 자연과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을 느끼게 한다. 두요(斗姚) 김민정의 작품이 눈길을 끄는 이유다. 

 

그림 속 주인공들은 서로를 향하는 마주함과 바라봄을 통해 이미 길어진 목을 세우거나 너그러운 화합의 눈빛으로 서로를 향하기에 순수하고 겸손해 보인다. 지상을 초월하는 듯한 사랑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기린의 시선은 화가에게 중요한 모티브였을 것이다. 서로는 참다운 사랑법인 겸손과 배려의 감정으로 상대를 더 높게 바라보는데,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마음인 까닭이다. 서로가 지속적으로 불타오르게 만드는 숭고한 일이 사랑의 기쁨일 것이며, 서로를 탐하는 순간 오해로 상대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감정을 얼음처럼 차갑게 만든다. 사랑의 방식을 서로에게 전하려는 기린의 눈빛은 그래서 중요하다. 

 

3.

아름다운 빛으로 찬란한 그의 그림이 어쩌면 사랑의 아픔에서 출발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한편 가능하다. 그림이 밝고 투명하지만 종종 촉촉한 물기로 반짝거리는 화면에는 사랑과 이별이 순환하는 구조를 유추하게 하는 요소가 있다. 그는 사랑보다 더 깊은 사랑이 있다고 믿는데, 타자의 존재가 되는 것, 서로를 위한 삶의 주인이 되는 것이 사랑의 숭고한 가치임이 그것이다. ‘기린 되기’에서 화가는 우연히 기린의 눈망울을 바라보고 상호존중의 마음으로 감정이입이 되었음을 전하면서 사랑의 고통과 행복으로 향하는 성장통을 다차원적인 형식의 기분 좋은 그림으로 승화시켰음을 고백한다.

 

두요(斗姚) 김민정은 화가인 주인공이 삶을 구성하는 자아 성찰의 시간을 사유하면서 새로운 형식의 그림에 정진하기 시작했다. 기린을 중심으로, 풍성한 나무를 배경으로 하여 새들이 하늘을 날고 물고기도 한때 꿈꾸었던 새처럼 떼를 지어 난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이 순간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지금 있는 곳도 행복이 싹트는 공간임을 인식하는 것이다. 뭐든 포용하고 감싸는 것이 사랑이라면 주체라는 나를 비우는 것도 사랑의 실천이다. 사랑에 대한 인식은 서정적인 미덕을 지닌 합일이다. 인간의 사랑법과 기린의 사랑법이 다르지 않을 것이므로 화가가 선택한 기린은 아름다움과 우아함 그리고 화합을 상징하는 예지의 동물로, 자신을 닮은 모습을 그는 섬세하고 투명한 화법으로 그린다. 

 

삶을 초연하게 받아들이고 행복을 향해 묵묵히 정진하는 화가는 나무를 심어 넉넉하게 집을 짓고 새와 물고기를 불러 행복을 공유하는 새로운 환상의 낙원을 만들었다. 물속을 날던 물고기들은 홀연히 하늘로 올라 아름답고 향기로운 행복의 꽃잎을 뿌리는 듯하다. 예쁜 별처럼 화가는 사랑이라는 보석으로 빛나는 그림을 그린다. 그는 그림을 통해 행복의 속성을 깊이 이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전한다. 그를 예술가로 만든 정체성 혹은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 주는 존재는 가족의 사랑이었을 것으로, 화가는 가족의 사랑을 예술적 뮤즈로 삼아 특유의 시각으로 기쁨의 이미지를 빚어낸다. 존재하는 누구나가 주인공이기를 바라며 아름다운 행복을 그림으로 전하는 것이 두요(斗姚) 김민정 화가의 사랑 방법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