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8-01-10 작가노트- 트라우마
작업 노트

  트라우마
그것은 지독했다.
 어린 시절과 소녀시절 그리고 나의 젊은 시절을 송두리째 그 상처 속에 가두어서 성인이 되어서 까지 깊은 밤에도 잠 못 들게 하고 있다. 
내 안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또 다른 유년 시절의 나는 불쑥불쑥 나타나서는 화를 내고 위로해달라고 칭얼대며 성숙되지 않은 채로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그 아이를 인지하지 못한 채로 생을 살아 내면서 또 다른 나를 창조해야 했다.

  페르소나.
그것은 내가 살기 위해 만들어낸 가면이다.
누구에게든 인정받기위해 또는 존중 받기 위해서, 혹은 버림받지 않기 위해 
얼굴표정을 만들어 내고 힘듦을 표출하지 않고 
쿨하고 멋진 사람, 의리 있는 사람으로 연출하여 나를 만들며 산다.
그것이 나를 병들게 하고 지치게 한다.

  힐링.
언제부터인가 내안의 나를 들여다본다.
내 안의 아이를 만나서는 그 아이가 화를 내는 문제들을 해결해준다. 
그리고 그 아이를 위로해주고 다독거려 주며 안아주곤 한다.
그 아이를 치유해 가면서 진정한 나도 치유해간다.
내게 있어 작품을 하는 행위는 치유에 다름 아니다.
늦게 출발한 화가의 길은 내게 있어 하나의 위안이자 치유이며 정신적인 안정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
작품에 몰입하는 순간부터  나의 육체와 정신은 자족감과 평화로움으로 가득 찬다.
나와 대면하고 있는 하얀 캔바스 안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즉 내면에 있는 내적인 욕망과 존재의 공허함을 채워주는 열정들이 응축되어 있다. 

그리고 그것을 내려놓는 또 다른 나가 있다.

이미 색채와 형태는 대상을 재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심연에서 올라오는 마음 상태를 표현하는 것이다. 
어느 순간은 몸이 붓놀림이 되어 강렬한 감성을 표출하기도 하며 
또 한 순간은 이성적으로 차분히 붓을 놀릴 때가 있다.
일상의 삶이 작품에 녹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나는 작품을 통해 나는 내안의 나와 소통하며 또 다른 나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