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일상생활에서 윤경희-큐레이터
 우리는 항상 미술을 접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눈은 서양화에 늘 익숙해져 있고, 생활 속에서 함께 하고 있다. 미술에 종사하는 나조차도 동양화보다는 서양화에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 서양화의 역사와 기법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에 반해 동양화에 대한 지식은 서양 미술보다 미흡하다. 그런 와중에 김선일씨의 초대전을 하면서 김선일씨와 여러 가지 동양화에 대한 이해와 작가의 작가 세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다.

 김선일씨의 작품세계는 어렸을 적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어렸을 적 고향의 땅은 캔버스였으며 흙은 물감이었고, 고향 남도의 바다는 어릴 적 대화의 상대였으며, 천관산은 작가 자신의 정신세계였다. 이번에 전시 되었던 천관산 주제의 연작들은 김선일씨의 어릴 적 추억이 사뭇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다. 특히 ‘천관산 봄’이란 작품은 앞에 보여 지는 바다와 고향 근처에 있었던 삼산의 작은 봉우리가 그려져 있으며 이것은 마치 자신의 본질로 귀향하는 모습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며 우리들 어릴 적 집으로 향하는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그림이다.
 동양화에서 보여 지는 특징들 중에서 인물은 언제나 작가 자신을 뜻한다. 그래서 ‘천관산 봄’에서도 인물은 김선일 작가인 것이다. 마치 추억을 이야기 하는 듯한 화폭의 그림은 우리에게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듯 하다. 그래서 나는 그의 작품에 친근감을 느낀다. 마치 영화 주인공처럼 말이다.      

 테크닉 또한 김선일의 작품 세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동양화의 테크닉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캔버스를 쓰는 대신 한지를 씀으로서 수정이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종이 밑으로 물감이 스며들기 때문에 물감을 또다시 덮어씌울 수가 없으며, 한 번 번지면 다시 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인생에는 연습이 없듯이 말이다. 또한 한 번에 획을 한지에 그을 때 마다 들어가는 작가의 땀과 열정을 완성된 그림에서 읽을 수 있었다. 동양화는 한 획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그 그림을 대할 때 단지 지겹다는 느낌을 혹은 어떠한 느낌도 받을 수가 없다. 한 획을 그었을 때 오는 짜릿함은 감히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작가의 내면세계를 상징한다. 그렇기 때문에 김선일의 그림을 보면, 한 획에 정성을 쏟은 흔적이 느껴진다. 마치 우리 자신이 참선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 윤경희 (자인제노 큐레이터) -
장지에 스며드는 수묵채색화법과 선의 조화
김선일 작품세계

장지에 스며드는 수묵채색화법과 선의 조화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대의 미술문화는 과거의 그 어떤 시대보다도 풍부하고 다양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오늘날은 컴퓨터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매스미디어의 영향력이 앞 시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크게 증대되면서 예술표현의 형식과 감성에도 커다란 변화가 주어지고 있다.
이와 같이 오늘날처럼 급변하는 시대상황에서는 어느 분야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중에서 화가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김선일은 한국의 향토적 교향정서를 화려한 필선 보다는 문인화에서 느껴지는 직관적인 선으로서 꾸미지 않은 수묵과 선의 조화로 스며드는 장지 수묵 채색화법의 미적세계의 조형언어를 표현하고 있다.

그림에서의 문인화적 인품이 깊게 배어 있는 필선과 깊은 내면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발색의 장지수묵채색화법은 그가 평소에 인품과  화품의 관계를 중요시 하는 즉, 인품이 높으면 반드시 기운이 높아지지 않을 수 없고, 기운이 이미 높으면 그 생동감은 이르지 않은 것이 없다. 라는 신념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화려한 색채보다는 동양적 철학에 근거하는 심미적 색채로 해석되어진다.

장지 수묵채색화법과 하모니를 이루는 필선의 아름다움은 그가 오랜 세월 동안 연마해온 필선의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이는 바로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해가는 핵심적 토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김선일의 장지 수묵기법은 끊임없는 자연의 소재를 사생함으로서 얻어지는 대상의 외형을 즉 그만의 혜안을 통해 내재적 정신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또한 수묵의 본질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채색화이지만 쌓여 얻어지는 채색화와는 구별되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일반적인 채색화에서 색채로서의 의미는 그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듯  싶다. 그의 채색화는 전통과 수묵화를 통한 새로운 시도라고 해석할 수 있다. 캔바스의 평면에서 쌓여 나타나는 물리적인 색채가 아닌, 쾌적한 인상의 정신적 유희를 즐길 수 있듯이 요란한 소리도 없이 조용한 시간과 공간 속에 스며있는 우주의 색채라고 하겠다.

구도란? 미적 효과를 최대한 얻기 위하여 그 모든 부분을 전체적으로 조화 있게 배치하는 도면구성을 말한다. 즉 동양화에서의 표백 경영위치 치진포세이다. 그러므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화가들은 그림 그리기에 앞서 구도를 매우 중요시하였음 알 수 있다.

청나라 왕욱의  동장논화  중에 어떻게 구도를 잡는다고 하는가? 음양은 서로 향배가 있어야 하고. 종횡은 세우거나 눕힘이 있어야 한고, 개합은 열고 닫음이 있어야 하고, 회포는 끄집어내거나 밀어올림이 있어야 하고, 과접은 서로 어울림이 있어야 하니 모름지기 한쪽으로 기울어짐이 없이 자유분방해야 하며, 나아가고 물러남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라고 하였다.
 김선일 또한 구도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는데 즉 역원근법을 구사하여 사물의 현상에 대해 마음속으로 준비하여 뜻을 세우고 경물을 결정하여 독특한 표현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하겠다. 입의정경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은 자연을 모방하는 것 이다. 라고 주장하였다. 그 목적은 상을 추구함에 있다고 하겠다. 이는 과학, 지식, 분석 등을 통하여 이루어지는 관계일 것이다. 하지만 동양회화는 이와 달리 상을 추구하는 것 보다는 예술사상의 최후 목적은 인격의 완성에 있으며, 사람의 인생을 궁극적 경지의 아름다움 곧 미적 체계로 융화시키는 무소위이위의 최고 경지라 하겠다.

김선일 또한 자연과 인간의 동반자적인 존재에서 출발하여 가장 한국적인 것이 바탕을 이루고 끊임없이 갈고 닦아 내면을 연마함으로써 일종의 무소위이위의 경지를 추구하고 있음으로 해석되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