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8-01-16 작가노트-'호접지몽'이란 [장자]의 [제물론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호접지몽'이란 [장자]의 [제물론편]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장자가 어느 날 꿈을 꾸었습니다. 나비가되어 꽃들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깨어보니, 자기는 분명 장주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대체 장주인 자기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지를 구분할 수 없었습니다.
 
장주와 나비는 분명 별개의 것이건만 그 구별이 애매함은 무엇 때문일까요? 

이것은 사물이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꿈이 현실인지 현실이 꿈인지, 도대체 그 사이에 어떤 구별이 있는 것일까요? 

장주와 나비사이에는  피상적인 구별, 차이는 있어도 절대적인 구별은 없습니다. 

장주가 곧 나비이고, 나비가 곧 장주라는 경지, 이것이 곧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세계입니다. 

물아의 구별이 없는  만물일체의 절대경지에서 보면 장주도 나비도,
 
꿈도 현실도 구별이 없습니다. 

다만 보이는 것은 만물의 변화에 불과할 뿐이죠. 

이처럼 피아의 구별을 잊는 것, 또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비유해 '호접지몽'이라합니다.
 
 
 
그림을 두고도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합니다.
 
작가는 작품을 그리고 완성하는 동안에는 어떤 뜻을 품고 개인적인 작품에 몰입합니다.
 
그러나 전시장에 작품을 거는 동시에 작품은 작가의 것만이 아니게 됩니다. 
 
...공적인 의사소통을 시작합니다.
 
작가와 감상자의 생각이 같을 수도, 전혀 다를 수도 있습니다.
 
감상자의 상상이 그림과 결합하여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할 수 있는 

2018-01-15 작가노트-내가 현재 작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창작 관점은 심미 대상과 심미 주체의 관계성과 시간과 공간 관계의 초월이다
 Ⅰ.
내가 현재 작업에서 주목하고 있는 창작 관점은 심미 대상과 심미 주체의 관계성과 시간과 공간 관계의 초월이다.
하나는 창작대상으로서의 사물과 창작 주체로서의 나의 감성과의 심미적 합일에 도달하려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둘은 시간의 지속성과 차원을 분할하는 공간의 초월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서구의 보편적인 창작경향이 사물, 즉 자연대상의 재현과 모방에 초점을 두었으나, 모더니즘 이후 낭만적 주체가 창작과정에서 순수 주관적 감성을 작품에 이입시킨 것이나, 동양의 창작 전통에서의 ‘정경교융(情景交融)’이나, 철학적 사유로부터 파생되어 심미 개념으로 확장된 ‘천인합일(天人合一)’은 주체와 객관대상의 심미적 합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유사점이 있다.
동아시아의 전통에서 이와 같은 맥락의 철학적 사유는 대체로 도가 미학의 중심 관점으로 노자의 ‘화광동진(和光同塵)’이나 장자의 제물론(齊物論)편에 나오는 ‘물화(物化)’는 대표적인 개념이다.

Ⅱ.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심미개념이 ‘물아양망(物我兩忘)’이다.
물아양망은 일체의 사물과 나의 차별을 잊고 피차(彼此)의 구분조차도 무의미해지는 경계로 대상과 사심 없는 소통을 이룰 수 있다. 
물아양망에 도달하는 세 가지 관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以道觀之(物)는 道를 가지고 그것, 즉 사물을 본다에서 도는 초월적이며 추상적 개념으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개념이다.
둘째, 以物觀物 은 대상의 관점으로 대상을 본다 즉 사물의 입장에서 사물을 본다는 의미이다.
셋째, 以我觀物 은 내가 중심이 되어 나의 관점으로 사물을 본다는 유가적 입장이다.

Ⅲ.
최근 작업의 주제인 ‘부동이동자(不同而同者)’는 이러한 철학적 맥락을 수용한 것이다. 즉, ‘서로 다르면서도 같다’라는 주제의 근작들은 ‘우주 만물 모든 존재가 형상은 다르지만 본질을 이루는 원기元氣로부터 생명을 부여받는다는 측면에서는 같다’라는 대립의 초월과 상생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대자연 안에서 인간과 자연, 각 예술 분야의 차이와 동질성, 고전과 현대(古와 新), 꿈과 현실, 傳神과 形寫 등 서로 같지 않은 대립적 양상들이 결국엔 하나로 귀결되어 陰 陽의 조화, 人間과 自然의 合一, 즉 진정한 의미의 統一로 「天人合一」을 추구하고자 한다.

사물과 내가 소통하는 방식의 이 세 가지 동양의 관점을 중심으로 「사물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는 忘我」적 표현이, 앞으로 내가 추구하고자하는 창작 양상이다.   
                                                         2012년 이동연
2018-01-15 작가노트-2012년 미인도에 물들다
2012년 미인도에 물들다.  
매화꽃 흐드러진 가지 사이로  낮달이 걸쳐있는 흐린 하늘이  올려다 본 모습, 그대로... 그림이었다.  바람은 아직 옷깃을 여미게 하고 꽃잎은 눈처럼 날리는데 야속한 봄소식은 
 순서도 없이 피어난 꽃들로  잠시 이곳저것 머물다 갔음을 알릴 뿐... 뼈 속까지 아린 시림은 마음에서 오는 것인지,  제 철 잊은 계절의 장난인지...  "봄 날~은~ 가~아~안~다~" 이렇게 온 듯 아니 온 듯 가버리는 건 아니겠지?  불혹을 훌 쩍 넘기고 보니 제자 녀석들이 모두 딸 같다. 세상살이가 뭔지도 모르면서 소소한 일상사로 가슴앓이 하는 모습, 아릿한 첫사랑의 기억으로 수심에 찬 모습,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해 한껏 부풀은 열정과 도전, 이제 갓 신접살림을 차린 새색시의 수줍은 모습까지도, 어쩌면 너희들은 그리도 어여쁜 것이냐...?  그리면서 매만지고 쓰다듬으며 바라보고 또 바라보니 어느새 모두 붓끝으로 낳은 딸들이 되었다.   꽃 구슬핀으로 치장한 단아한 묶음머리, 붉은 와인색 세련된 단발머리, 예쁜 리본 머리띠의 발랄한 바람머리, 우아한 올림머리를 한 2012년의 그녀들이  시간을 초월하고 공간의 벽을 넘어 신윤복, 윤두서, 채용신의 미인도에  곱게 들어앉았다.  어느 명절 날 아침,  최신 유행하는 고전 모시한복을 입고  이 시대의 소통의 도구 스마트폰을 챙겨들고 옛 그림 속 미인도의 포즈를 취한  현대의 미인도라 해도 좋겠다.  "선생님, 제가 미인도에 들어간 것 같아요~" 꽃보다 고운 그 아이의 카톡 문자에 입 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ㅎ -2012년, 봄날... 이동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