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이진희 작품세계
이진희 작품의 풍부성은 삶의 다양한 존재론적 단편이 만들어 내는 서정적인 메시지의 은유이다.

이번작품에서 작업에 주로 등장하는 다기는 흙에 의해서 출발되는 존재와 소멸이라는 철학적 깊이와 함께 마치 시간의 퇴적 작용으로 인식되는 회화의 완성도를 미학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섬세하고 단아한 모노톤의 색채감각과 절제된 공간의 구성은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증폭시키며 작가는 일상의 삶 속에서 얻어진 사물의 형태를 미적으로 재구성하여 깊이 있는 예술적 공간으로 환원하고 있다. 
서정적 색채미학이 공존하는 사유의 공간-신현주
서정적 색채미학이 공존하는 사유의 공간
 
                                                              신현주 | 미술사.미술비평 
                                                 
현대사회의 첨단 디지털문화와 다원화된 이미지의 영향력 안에서 철학적인 사색과 자연의 서정적 조형세계에 깊이 천착해온 작가 이진희는 일상의 풍경들을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재현하여 우리에게 심도 있는 명상적인 사유의 공간을 제시하고 있다. 예술이란 작품을 통하여 작가 자신의 내면정서를 관객들과 공유하는 것이다. 그동안 작가는 세계 각지의 여행을 통하여 체득한 사물의 편린들을 지속적으로 흐르는 시간과 기억 속에서 정지되는 존재적 유한성을 직시하는 시적인 회화작업으로 자신의 예술적 표현 영역을 확장하여 왔다.

이번전시에서 작가는 다기의 고유한 조형적 특징과 더불어 함축적인 색채 그리고 독특한 재질감으로 표출되는 절제된 형상 등을 섬세한 테크닉으로 표현한 독자적인 회화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진희 작가에게 있어서 작업하는 행위는 내면세계의 영혼을 순간적으로 포착한다는 의미이다. 그리하여 관객들에게 고정된 영감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화면 속에 고스란히 유입된 작가의 영혼과 조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의 작업은 회화의 장점인 다양성에 근거하며 더불어 자연의 다채로운 형상을 유려한 화법으로 담아내고 있다. 이러한 깊이 있는 시각적 응축미는 고전적인 세련미와 다기의 형상 안에 내제된 근원적인 심미안으로 표출되고 있다. 

이렇듯 작가의 고차원적인 예술형태는 감성적인 공간의 탐구에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창문은 경계의 상징으로 자연과 초자연이 만나는 지점이다. 이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현실적인 공간으로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상반된 감정을 병존시키는 자아성찰의 철학적 통로를 투영하고 있다. 또한 꽃과 과일은 인생의 허무를 의미하는 ‘바니타스 Vanitas' 정물화를 연상시키며 세월의 잔해에 용해되어버린 시간의 그림자를 회상하게 한다. 작품에서 창문과 함께 표현된 ’수로 Waterway'는 자연의 시간적 움직임과 순수상태로의 회귀를 상징하며 인간은 자연과 함께 공존한다는 근원적인 명제를 시현하고 있다. 

 이진희 작품의 풍부성은 삶의 다양한 존재론적 단편이 만들어 내는 서정적인 메시지의 은유이다. 화면에서 표현된 신비로운 보라색은 감추어진 아름다움과 겸허한 미덕을 상징함과 동시에 가시적인 세계와 비가시적인 세계의 공존을 의도하게 한다. 다기의 은은한 색감은 조용한 설득력으로 우리에게 다가오며 이는 현실 속 공간에서 잃어버린 꿈과 마주한다. 작가가 회상을 통해서 재구성한 공간은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생겨나는 시공간의 관념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살고 있지만 인위적인 문화를 만들어가는 인간들의 삶과 정서를 절제된 조형성으로 작품에 투사하고 있다. 

이번작품에서 표출되는 자연의 순수함 그리고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시적인 화면의 구도로 조화를 이룬다. 작업에 주로 등장하는 다기는 흙에 의해서 출발되는 존재와 소멸이라는 철학적 깊이와 함께 마치 시간의 퇴적 작용으로 인식되는 회화의 완성도를 미학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섬세하고 단아한 모노톤의 색채감각과 절제된 공간의 구성은 관람객들의 상상력을 증폭시키며 작가는 일상의 삶 속에서 얻어진 사물의 형태를 미적으로 재구성하여 깊이 있는 예술적 공간으로 환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