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Cross The Border 경계를 넘다_이혜영 /문화예술 비평가, 교육작가

Cross The Border 경계를 넘다  

 
이주영 작가가 작품을 통해 추구하고 있는 작가 의식으로써의 ‘공존’은 2018년 ‘Cross The Border 경계를 넘다’의 작품들을 통해서 또 다른 경이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듯하다. ‘공존’을 향한 첫 걸음인 ‘경계’에 대한 인식, ‘광야’라는 공간으로 대변되는 ‘비움의 과정’에 대한 성찰, 그리고 통과의례를 거친 모든 존재들이 더불어 누리는 ‘쾌(快)’라는 인간 본연의 감정이 올해 작품들을 통해 예술적으로 형상화 되고 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경계’를 안고 살아간다.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나뉘었는지 인식하지 못 할 정도로 삶과 더불어 존재하는 수많은 경계들! 어쩌면 그것들은 아무런 개연성 없이 그저 관념 속에 존재하는 허상일지도 모른다. 상상력의 산물일 뿐인 경계들이 인간의 소유욕과 안전에 대한 욕망을 만나면서 서로 배척하게 되고 더욱 견고해진 새로운 ‘경계’를 낳는 악순환의 구조. 단절, 반목, 투쟁, 분리 등 ‘경계’가 갖는 폭력적인 속성 앞에서 인간 스스로 그 ‘경계’ 안에 갇혀버린 현대사회의 부조리한 현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해 낸 작가는 작품을 통해서 ‘조화와 공존은 더 이상 아름다운 이상과 관념으로써만 존재해서는 안 되며 냉혹한 광야로 자아를 내어 던져서라도 회복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어디까지 허락해야 할 것인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 작가의 역사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비교적 초기 작품들은 화면 안에서 면과 색을 분할하고, 완성된 하나의 화면을 더 큰 화면의 일부로 다시 조합하여 ‘무한 분열’의 반복성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이후의 작품들은 당초문양을 이용해 분할 된 색과 면을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경계’ 밖으로 수줍게 손을 내밀어 ‘공존’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작품들에서는 표면적으로 두드러진 그 어떠한 분할이나 분리 혹은 경계를 찾을 수 없다. 면의 분할이 규칙성을 띄거나 배타적인 요소를 지니지 않고 색의 사용 또한 그 경계를 찾기가 어려우며 구성에 있어 사물이라 규정할 만한 대상의 배치가 화면에서 방향성을 띄지 않고 자유롭다. 결국 작가는 세상의 모든 ‘경계’들을 넘을 수 있어야 하고 경계 밖의 그 어떤 것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조화에 대한 고정관념의 파괴’ 혹은 ‘공존의 대상 무한 확장’, ’한계를 뛰어넘는 완성된 수용‘ 등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정된 언어의 틀 안에 규정하는 것 자체가 회화를 통해서 강렬하게 인식시켜 준 공존과 화합의 가능성을 퇴색시키는 것 같은 부채감이 들 정도로 작가의 작품들은 모든 것에 대하여 열려있으며 모든 것들을 포용하고 있다. 더욱이 수없이 많은 요소들이 화면에 공존해 있다는 가시적인 확신을 전하면서도 조금의 산만함과 무리함도 허락하지 않는 작가의 ’선택과 집중‘이 놀랍다.
 
 초기 작품에서부터 지난 해 까지 작가가 작품을 통해서 표현했던 다양한 화두들이 서로 상관없이 던져진 분절적이고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작가가 추구하는 본질적인 작가의식이라는 코어를 지탱하고 성장시키는 주요한 요소들이었다는 것을 올 해 작품을 통해서 여실히 보여준다. 따라서 2018년은 그녀의 작품 활동의 내실을 단단히 다진 해이며 동시에 작가의 정체성 및 예술적 가치를 괄목하게 높인 시기라고 평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움과 채움’의 과정을 정직하게 이루어 낸 작가의 작품은 통과의례(通過儀禮)를 무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순리(順理)에 따르고자 하는 동양적인 사상에 부합하면서도, 정(政)과 반(反)이 상호 작용하는 과정을 통해서 더 나은 합(合)에 이를 수 있다는 변증법(辨證法)적인 논리에도 부합하고 있다. 동양과 서양, 국가와 지역도 하나의 관념적인 ‘경계’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작가의 작품을 철학적 혹은 사상적인 ‘공존’의 미학적 실현이라고 평하는 것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작품을 통해 단순히 ‘표현’하는 것에서 머물지 않고 스스로 ‘실천’하는 작가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작가의 이후 작품들을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Cross The Border 경계를 넘다’의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그 속에 구체적으로 어떤 ‘경계’들이 존재하는지 작가는 형상과 색채 혹은 면의 분할 등 어떠한 예술적 도구로 그것들을 뛰어넘었으며 그것이 이루어낸 공존(共存)이라는 화두(話頭)가 예술적으로 어떠한 가치를 지니는지 생각해 보는 것은 굉장히 설레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혜영 /문화예술 비평가, 교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