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8-04-24 이강미 작가노트
나의 조형
Key words : 꽃, 닭,동행(Going together)
재료 : Modeling paste, Modeling putty, Oil colours, Acrylic

  나의 그림을 보면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곤 한다. 어렸을 때 마당에서 쉽게 보았던 꽃들인 접시꽃, 구절초, 엉겅퀴, 맨드라미 등 내 그림의 소재가 되는 다양한 들꽃들이 화음을 이루며 행복한 꿈의 공간을 연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옛날 시골집 마당에 뛰놀던 닭이 어우러져 어린시절의 추억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인간의 원초적인 순수한 정서를 불러 일으켜 잠시나마 행복한 감정에 젖게 만든다. 실제로 나는 이러한 평화로운 감정과 행복감이라는 느낌을 표현하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내 자신이 이러한 감정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고자 기도하는 심정으로 작업하고 있다.
  행복감은 내가 사용하는 밝고 원색적인 화려한 색깔에서 나온 것일 수 있을 것이다. 밝고 아름다운 색채는 보는 이의 감정을 고조시키는 듯하다. 밝고 화려한 원색의 꽃그림과 마주하는 순간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불현듯 깨닫게 된다. 우리의 현실이 아무리 각박라고 척박할지라도 능히 살만한 가치가 있는 곳임을 증명하려는지 모른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그림과 만나면 문득 자신의 현재를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그림이 단순히 시각적인 즐거움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에게 긍적적인 감정과 에너지를 고조시키고 삶의 의미를 일깨움으로서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계기를 가져다주기를 바란다. 이처럼 밝은 색채의 이미지는 삶에 대한 힘,에너지로 작용하는 기제이다. 단지 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희열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닭과 꽃, 그리고 나와 우주는 메를로 퐁티의 이론을 빌려 말하자면, 교감을 통해 예술을 만들어가는 과정속에 존재하는 우주물이다. 메를로 퐁티가 세잔의 작품을 설명하면서 세잔이 그림을 그린 것이 분명하지만 세잔이 예술적 표현활동의 주체라고 말해야 하는가에 의문을 던졌듯이, 내 작품은 내가 주체가 된 나만이 만들어낸 산물이라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있다. 예술의 표현활동에서 주체인 풍경이나 세계, 그리고 내가 표현하는 닭,들꽃을 위해 그저 나의 몸을 잠시 빌려주는 것에 불과한 그런 과정으로 탄생하는것이 나의 작업이다.
  캔버스 안의 정원은 차를 한 잔 마시면서 그저 바라보는 타자화된 시선의 정원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가 존재의 경계, 너와 나의 경계가 무너지고 지워지는 그림 속의 정경, 마음의 정원이자 동양적 사색의 공간이 된다. 잔잔한 여운을 주는 작고 재미나는 소박한 삶, 그리고 자연이 나의 진정한 친구인 삶...사랑하는 작품들 속에 이 삶을 담아나가고 있다. 또한 한 화폭에 자연이 서로 상생하고 평화공존하면서 우주의 본래모습과 생명성을 회복하는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을 표현하고자 한다.이것이야말고 아름다운 동행이 아니겠는가!                                                              
"나는 그것들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대신) 말했을 뿐이다..."


이강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