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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09 Korean [Webzine Poetsplaza] 김예강의 오디세이 내가 만난 예술가
김예강의 오디세이 내가 만난 예술가 >>
달항아리 ▪ 비움과 채움의 작가 오관진을 만나다
【Webzine Poetsplaza】2010년 12월호〔통 호제22호〕

<작가님의 그림1>
푸른 주전자 그림의 단아한 형상에서 고요한 영혼을 읽는다. 한 영혼을 본다면 한 목숨을 본 것이리라. 아마 한 잎의 영혼 같은 것이리라. 한 짐승이거나 한 꽃이거나 한 사람이었던, 사물의 투명한 눈과 나의 눈이 마주쳤던 순간을 대화라는 형식을 빌어 오래 기억하고 싶다.



□김예강  대표작으로 볼 수 있는 달항아리는 주제가 무엇인지요?
■오관진  이 달항아리는 국립박물관의 국보를 보고 작업한 것입니다. 내 그림의 특징은 동양화의 공기원근법과 서양화의 명암법을 혼용해서 작업하는 거예요. 좀 전의 작가들은 공기원근법만 사용한다든가 아니면 명암법만 사용하는데 공기원근법의 시점을 선명하고 명확하게 보는 것입니다. 실체를 보는 거예요. 이것을 봐요. 가깝고 점점 멀어지면 연해질 것 아니예요. 멀면 연하게 하는 거죠. 그런데 서양화에서는 빛에 의해 빛 받는 부분은 밝게 하고, 어두운 부분은 그림자를 주어 명암에 의해서 입체를 만듭니다. 동양화에서는 공기원근법이라 해서 명암이 없고 그림자가 없어요. 가까운 것은 진하게 하고 먼 것은 연하게 해요. 서양화에서는 빛에 의한 것이죠. 그것을 제가 믹서를 시켰어요.
<작가님의 그림2>

□김예강  회화적 표현 방식에서 나아가 공예와 조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오관진  좀 전에 작가들은 생각하지 않았죠. 작업할 때 한지를 제단해서 파내고 예리한 칼로 파내서 일일이 자체 색을 해서 다시 짜 맞추기를 하는 것인데 금방 맞추는 것은 아니고 여러 반복 작업이 있어요. 최종적으로 마무리 작업해서 접착해서 붙이는데요. 그 과정이 만만치 않죠. 한번 잘못 붙이면 완전 망가져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어요. 한지는 숨을 쉬잖아요. 접착제로 풀을 바르면 팽창하여 안 맞죠. 말리면 오그라들어 공간이 떠요. 수없는 시행착오가 많았어요. 이젠 노하우가 생겼습니다. 풀 같은 경우도 그냥 풀을 쓰면 안 되고 풀을 재워요. 숙성시켜서 단지에다가 풀을 풀어서 넣고 며칠 있다 하다보면 정말 풀의 성질만 남거든요 이렇게 해 놓으면 굉장히 오래가죠.
□김예강  도공들, 장인과 같습니다. 좀 더 좋은 약초 재료를 찾기 위한 한의사의 노력과도  같군요.
■오관진  맞아요 그것과 똑 같아요. 흙도 산에서 황토 흙을 채취해서 한 오년 정도 우립니다. 그것을 단지에 담가두어 흙을 떠다가 씁니다.

□김예강  어떤 계기로 달항아리를 그리게 되었는지요?
■오관진  직접적으로 나와는 관계는 없었지만 사람의 욕심에 의해서 여러 사람들이 힘들고 고통 받는 것을 보았어요. 그 일 이후, 제 개인전이 잡혀 있을 때인데 그 분들이 안 좋은 상태라서 제 개인전을 접었어요. 나중에 하자 하면서 전시회하기 좋은 오월 달인데도 25점을 만들어놓고 아쉽지만 상황이 좋아질 때만 기다렸죠. 그러면서 마음을 비우고 실험을 계속했죠. 실험을 계속해서 기법이 나오게 되었죠. 그렇다면 사람이 비우고 채우는 마음을 그림으로 뭘 나타낼 수 없을까 그것을 잘 나타낼 수 있는 것을 생각했는데 그게 도자기인 거예요. 도자기는 숙명적으로 세상에 나올 때 무엇을 담으려고 나오잖아요. 뜨거운 고요를 견디고 이 세상에 나왔을 때  무엇을 담고 무엇을 비우고, 채움이란 게 비워 있을 때 채워지는 것이지 가득 채워져 있을 때는 담을 수 없는 거잖아요.

□김예강  비움과 채움이 가진 메시지를 들려주세요.
■오관진  우리가 내 품에 들어오면 모든 것이 내 것인 것처럼 무엇이든지 채우려고 하지 말고, 살면서 베푸는 게 되겠죠. 그 비워 있을 때만이 맑은 소리가 나죠. 무엇을 담으면 둔탁한 소리가 나요. 마음을 정화시키고 비웠을 때의 울림을 통해서 모든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고 느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죠.

 

□김예강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시는데 건강은 어떠신지요?
■오관진  네 열심히 하죠. 그리고 건강해요. 2008 년에 쓰러진 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어요. 검사 받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제 눈이 그냥 눈이잖아요. 실제는 오른쪽 눈이 6시부터 9시까지 안보여요. 이렇게 원을 그리면 없어져요. 없어졌다 나타났다 해요. 양쪽으로 볼 때는 정상적으로 보여요. 학계에 7명 정도만 보고되어 있데요. 근데 고통 속에서도 굉장히 행복하고 기쁘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요즈음에 사랑해주고 하니 감사하죠. 제가 그리는 내 붓에는 “늘 감사해요” 라고 적혀있어요. 오늘도 그러네요. 참 행복해요. 무엇보다도 제 옆지기에게 늘 무엇보다 고맙죠.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도시락을 늘 사 주거든요. 음 저는요 짜게 먹거나 하면 어지럽고 쓰러져요. 다른 것은 건강하고 한데 짠 것 먹으면 쓰러져요. 스트레스나 짠게 무서워서 잘 안 먹어요. 고흐가 그러했대요.

 <작가님의 그림3>
□김예강  작품 속에 등장하는 도자기의 수많은 균열들은 매우 극사실적으로 보입니다. 손으로 직접 그 균열 하나하나를 그리거나 생성하고 있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작업 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요?
■오관진  이런 것을 느꼈어요. 큰 것 있죠. 그것 할 때 오래 걸리고 힘들거든요. 쑤시고 그러죠. 어느 날 순간 무아지경 있잖아요. 아무 말도 못하고 보니까 제가 이 만큼 그려 났어요. 선이 하나도 안 틀리고, 그것을 보니 순간적으로 무서웠어요. 그러니까 몰입하면 그게 그렇게 되더라구요. 몰입도가 높아지면서 자주 일어나요. 느끼지 못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있더라구요. 스님들이 도를 닦으시면 그런가 해요.
□김예강  그런데 흐트러져서 엉망진창으로 그어져 있으면 어떡하죠?
■오관진  아니요? 그게 빠지면 의식은 못하지만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간다는 거예요. 이렇게 바라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의식이 없는 거예요. 분명히 요만큼 했었는데 이만큼 늘려져 있잖아요. 어? 이거 틀렸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는 거예요. 말로 표현을 못하겠어요.
□김예강  무의식의 창조적 힘으로 가능하신 것 같아요. 항상 그런 것은 아니죠?
■오관진  네 아니죠  빈도수가 많아지고 있어요. 무서워요. 제가 깜짝깜짝 놀라는 데요
□김예강  손이 생각보다 작은 편이예요?
■오관진  네 섬세한 것 참 잘해요.
(그의 대작을 떠올리면서 생각보다 작은 그의 손에 눈이 갔다.)
<작가님의 그림4>

□김예강  달항아리는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보면서 비움과 채움을 생각하셨고, 그럼 그 다음 해에 접었던 전시회를 하게 되셨나요?
■오관진  네, 기법이 만들어지면서, 전시회를 하면서 다른 갤러리에서 연락이 왔더라구요. 소식이 오면서 좋은 일이 계속 생기는 거예요. 한원미술관 큐레이터 박옥생 선생님이세요. 그 분이 시작이 되어서 계속 좋은 일이 생기는 거예요. 전시장 여기저기서 하자고 해요.
□김예강  그 이전 작업 활동이 궁금합니다.
■오관진  2008년부터 처음 이 기법을 했죠. 그 전에는 어린이도, 꽃도 한지작업을 해왔어요. 그렇게 하면서 2008년도 이 기법을 처음 시도한 것이죠. 한지작업을 일본인들이 굉장히 좋아했어요. 저희 집에 직접 오셔서 작품도 구입해가지고 가고 돈을 미리주고 작업해서 보내 달라하곤 했어요. 그 전에부터 쭉 한지작업을 했었죠.

□김예강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서 노력하시고 작업 하시는데요 어릴 때부터도 무엇에 관심이 있었는지요?
■오관진  원래 나의 고향이 대전입니다. 대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중학교 졸업 후 서울로 올라왔죠. 부모님과 함께요. 대전 엑스포 열릴 때 어느 날 친구들을 데리고 할아버지 댁에 갔는데, 할아버지 마을의 시골풍경이 공사로 깡그리 없어져 버린 거예요. 그 때 충격이 매우 컸죠. 개발에 의해서 그런 것이 없어지니까 그 아픔이 컸고, 환경에 관심을 갖고 자연과 인간이 공유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과일 등을 극사실로 그려서 프랑스에서도 전시하고 그랬어요. 한지가 주는 느낌이 좋잖아요. 한지작업을 계속 했어요. 그때 어린이들과의 소통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갖게 되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 서로 소통하는 것, 문제는 소통이 잘 안 되어서 일어나고 상황이 안 좋아지고 결국은 소통 부재에서 오는 것이죠. 사람과 사람, 윗사람과 아랫사람 사이의 소통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작업을 많이 하게 되었죠.
□김예강  그래서 그런지 그림 속에 편안함과 어떤 대화의 통로가 열려 있는 것 같습니다. 닫혀있지 않는 마음을 느끼게 합니다.
<작가님의 그림5>


 
□김예강  저는 생각하기에 담아야 되는 용기의 입체성을 공기원근법과 서양원근법을 넣어서 실체가 갖고 있는 입체성을 그대로 안 담으니 초현실적인 느낌을 갖게 된다고 봅니다. 배경이 하늘색이라서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하늘에 둥둥 떠 있는 느낌 같은 거죠. 흐르거나 떠오르거나 부유하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요?
■오관진  제가 하늘색을 참 좋아했어요. 제가 어릴 때에 구름을 보면서 무슨 동물이 그려지고 막 움직여 보였어요. 그래서 대화를 늘 많이 했어요. 한지 보면 점이 있죠. 그것을 보면서 한지에서 형태를 찾아내고 그랬죠. 부유하는 힘이라기보다 하나 자체 고유한 힘에 대해서 군더더기 없이 처리하고 싶었거든요 오로지 그거 하나로만 있어도 몰입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싶었던 거죠. 받침이 있다고도 하는데 그것만 이야기하고 싶은 거죠. 요즘은 거기에서 또 좀 발전해서 받침도 하고, 장판지도 하고, 하면서 범위를 더 넓혀 나가는 거죠.

<작가님의 그림6>

□김예강  평소 가족과 함께 여행하기를 좋아하신다고 알고 있어요.
■오관진  재미있으니 좋아해요 좀 있으면 서산에 청둥오리 보러 가요. 새떼 보러 떠나요. 작년에 갔다 너무 늦어 못 보고 와서 올해 다시 가기로 했어요. 원래 제가 가만 못 있어요. 아이들은 우리를 당연히 따라 가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잘 따라 와요. 공연도 많이 다니고 아이들도 좋아해요 우리 둘만하면 서운해 해요.
□김예강  가족이 그림을 함께 하시는 거군요.
■오관진  옆지기도 미술과를 나와 동양화를 해요. 할아버지께서 붓글씨를 참 잘 써셨죠. 아버님은 할아버지의 반대로 미대를 못 가시고 그림을 못 하시고 취미로 많이 그리셨어요. 형과 저는 아버님 그림을 많이 베꼈어요. 할아버지께서 아버지에겐 반대하셨지만 저에게는 칭찬을 많이 해 주셨어요. 자라면서 낙서를 제가 많이 해서 할아버지는 제 그림을 갖고 가서 자랑을 하시곤 하셨죠. 잘한다 잘한다 해서 더 잘하게 되었죠. 그래서 형님도 나도 그림을 하게 되었어요.
□김예강  가족을 자주 그리세요?
■오관진  주로 하는 것은 제 딸이 많이 하죠. 예술 고등학교 갈 생각이예요. 피는 못 속이는 것 같아요. 제가 행복했으니까요

□김예강  매사에 행복해 하시는 것 같아요?
■오관진  저는 다 옳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무엇이든 인정하고 긍정적이예요. 삶의 모토가 <긍정적, 적극적, 창조적, 그리고 늘 감사해라> 예요. 저희 아이들에게 그렇게 시키고 있어요. 저는 잠이 얼마 없어요. 그게 복인데,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까지 정말 잠을 많이 안 잤어요. 정말 잠이 없어요. 4-5시간 자요. 하루를 얼마나 많이 버는 거예요.
□김예강  부지런하시군요.
■오관진  네 그것을 좋아해요. 아침에도 작업을 해요 학교도 제일 빨리 가요. 근면해요. 할아버지랑 자라서 그런가 봐요
□김예강  귀여움 받으면서 자랐을 것 같아요.
■오관진  저는 중학교 졸업하고 서울로 왔으니 그렇죠. 할아버지 당신이 매우 부지런 하셨어요. 그래서 보고 배운 거예요. 어렸을 때 유독 사랑을 많이 받은 거예요. 제가 태어나서 집안이 더 잘 되었다고 해요. 복덩이라서 사랑을 더 받았어요.
□김예강  그래서 더 긍정적이고 감사하고 그러시는 군요.
■오관진  가족이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처갓집도 그래요. 가족에게는 수없이 잘하셔요. 가정에서는 제가 장인어른께 반했어요. 제가 그것을 배웠어요.


<작가님의 그림7>
□김예강  가장 설레임을 주는 공간이나 장소가 있나요?
■오관진  국립박물관, 리움 미술관,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간송미술관 등에 자주 갑니다.  국립박물관은 수시로 가죠. 제가요 가서 볼 때마다 달라요. 갈 때마다 막 새로운 것을 찾게 되어요. “내일 국립박물관 가야지”하고 옆지기에게 말하고 나면 벌써부터 설레임을 느끼는 거예요.
□김예강  혼이 그 작품에 담겨져 있으니까 그러지 않을까요?
■오관진  그래요. 작가의 혼이 담긴 거예요. 갈 때엔 애인을 보러가는 것과 같이 가슴이 뛰어요. 딱 대하면 계속 바라보고 있죠. 혼자말로 ‘안녕’하고 하면 다른 사람 볼 때는 이상할 수 있겠죠. 두고 오니 미안하고 아쉽죠. 제일 가슴 아픈 것은 유리관에 갇혀 있는 게 싫어요.
□김예강  그렇군요.
■오관진  인사동에서 달항아리를 갖고 계신 분이 내가 좋아하니까 나에게는 달항아리를 안아보라고 했어요. 처음에는 차지만 안고 어루만지면 거기서 느끼는 혼자만의 기를 받는다고 할까요 막 떨리죠. 좋은 도자기를 만지고 나면 느낌이 전혀 달라요. 보는 것하고 만지고 왔을 때 만들려고 하면 전혀 다르죠. 눈을 감고 있으면 그 느낌이 오는 거죠.


□김예강  동양적인 화면 바탕에 회화와 조각, 도예를 합친 것 같은 작품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작업으로 계속 나갈 것인가요?
■오관진  그렇겠죠. 지금 이 작업을 나이가 좀 되면 이렇게까지 하기가 좀 힘들 것 같아요. 나이가 되는 한계까지는 대작을 중심으로 하고 거기서 또 지금은 수없는 공을 들여서 이 느낌을 표현했다면 이제는 내공을 더 쌓아서 한번에도 그 느낌을 나타내는 경지까지 가야 되겠죠. 그건 잘 모르겠어요. 가봐야 알겠죠. 하여튼 행복하고 즐거워요. 힘든 작업은 분명한데 유행이 따르지 않는 거잖아요. 도공들도 그 과정까지는 묵직하게 배워 왔던 대로 하지 않나요. 그 맛이라는 것은 세월이 흘러야 되는 거니까요.


서울에서 만나기로 하다 일정이 맞지 않아 대구아트페어 전시회를 찾았다. 마침 끝없이 대화할 수 있는 그의 작품들을 직접 만날 수 있어 감사했다.  
 “네, 그림과 대화를 많이 하세요. 저도 그리면서 대화를 많이 했거든요.” 하시는 작가의 말이 생생하다.

2018-01-17 Korean 달항아리 -오관진의 달항아리에서-김예강
달항아리
-오관진의 달항아리에서
  
김예강
  
  
천 개의 숲을 익히고 있는 희고 둥그런 달이 떠 오른다 
  
이때 신생아를 안아보듯 서툴지만 조심조심 달을 품에 안아야 한다
달의 분홍심장에 데일 수가 있다
  
그러나 분홍 심장이 뛰고 있는 달은 정작 민얼굴이다
  
아버지의 아버지도 어머니의 어머니도
이 민얼굴로 안 가 본 곳이 있었던가
  
십 리 십 리 저 십 리 물의 바깥까지도
  
최초의 시간에서 막 걸어 나오려는 듯
막 단잠에 빠진 듯
온 몸이 함박웃음이다 
  
그러나 달은 정작 아무 기척이 없다 그 때 붉은 새떼들이 
미루의 잎새를 흔들며 풍덩풍덩 달 속으로 빠지는 것이
  
사그락사그락 강가에 쌓였던 것이
숲에 내려 나무들을 꿈꾸게 하는 것이 
열지 않은 창을 어느새 찾아들어 놀고 있는 것이 
  
아마도 올봄 하얀 목련의 그 많던 심장들이다 그 꽃들의 노래다 저 달이 다 먹었던 것이다
  
달 저편 필시 꽃들의 탯줄이 있을 것이다
꼬부라진 주름을 펼쳐보면, 그 영혼의 수도꼭지, 하늘의 배꼽으로
나무의 영혼이 밤마다 날아들어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가의 발꿈치 같은 저 무욕의 얼굴을 낳았을까, 민얼굴 달빛에,
불에 데일 듯 달항아리를 고이 품에 안아
두둥실 떠 오르는 
천 개의 산, 둥실둥실 떠
천 개의 숲을 익히고 있었을까

2018-01-17 Korean [AP MEMBER`S LINE]오관진展 꽃과 달항아리 Art pelce
오관진展 꽃과 달항아리 Art pelce / AP MEMBER`S LINE (기사내용) 4/4~4/7 명동갤러리 


한국화가 오관진의 개인전이 열린다. 달항아리와 꽃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사실적 표현과 함께 명암법을 도입하여 기존 한국화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형태의 테두리를 먹 선 대신 날카로운 칼로 선 맛을 살려 더욱 간결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도예기법 중 하나인 상감기법을 차용하여 관객들에게 입체적으로 극명한 느낌을 전달한다. 오관진은 이번 전시를 통해 도자기가 뿜어내는 생명력에 집중하고 도자기 자체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재현한 듯한 탁월한 묘사력으로 그 형태와 질감까지 설명하고 있다. 

그는 균형이 빗나간 달항아리, 불길이 스쳐지나간 막사발의 검은 흔적, 불을 향한 숙명적인 대항의 결과인 작은 균열까지 극사실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매화가 자라나고 체리가 뒹구는 화면 밖의 또 다른 초현실적인 세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는 마치 그가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회화 영역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닮아 있는 듯 하다. 
 
오관진展꽃과 달항아리   
한국화가 오관진의 개인전이 열린다. 달항아리와 꽃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사실적 표현과 함께 명암법을 도입하여 기존 한국화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형태의 테두리를 먹 선 대신 날카로운 칼로 선 맛을 살려 더욱 간결하고 선명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도예기법 중 하나인 상감기법을 차용하여 관객들에게 입체적으로 극명한 느낌을 전달한다. 오관진은 이번 전시를 통해 도자기가 뿜어내는 생명력에 집중하고 도자기 자체의 아름다움을 사진으로 재현한 듯한 탁월한 묘사력으로 그 형태와 질감까지 설명하고 있다.
그는 균형이 빗나간 달항아리, 불길이 스쳐지나간 막사발의 검은 흔적, 불을 향한 숙명적인 대항의 결과인 작은 균열까지 극사실적으로 표현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 매화가 자라나고 체리가 뒹구는 화면 밖의 또 다른 초현실적인 세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는 마치 그가 동양화와 서양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회화 영역의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을 닮아 있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