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8-01-12 작가노트-고목
고목(古木) -  기다림

 
 '기다림'. 문학과 미술작품 속에서 흔하게 표현되어오던 주제다.
 연인과의 가슴 뛰는 만남을 기다리고, 일터로 간 아비를 기다리고, 군대 간 자식을 기다리고, 병이 나아 고통이 사라지길 기다리고, 노동을 지나 휴식을 기다리고, 해가 떠서 어둠이 걷히길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기다림은 한(恨)이며 시간의 흐름이고 준비하는 과정이며 희망이고 결실이며 또한 아름다움이다. 그것은 모든것이고 그 모든것은 기다림의 대상이 된다.
 어느 겨울 나는 시골마을 어귀의 고목에서 그 아름다운 기다림을 본다.
 도시로 간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행복과 무탈함을 비는 절절함이 곧 아름다움이 된다.
 시들지 않는 아름다움이란 이미 시들어 버린 것 속에 존재 한다는 역설이 가능하지 않을까. 어찌 봄에 피는 꽃들과 소녀시대의 군무 속에서만 아름다움을 느끼겠는가. 백년의 비바람과 백년의 혹한과 혹서를 격어 세월의 무늬를 가진 줄기와 가지들, 바윗돌을 피하기 위해 이리 저리 휘어진 뿌리가 처참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시골마을 어귀의 고목에서 아름다움 그 이상의 무엇이 느껴지는 것이 과연 화가인 나 혼자 일뿐일까. 휴식의 그늘로 때로는 기다림의 장소로 풍요의 열매로 생명에게 헌신하는 그 모습은 삶을 아름답게 살아간 노인의 주름진 얼굴에서 느끼는 감동과도 다르지 않다.
이렇게 나는 한동안 고목의 기다림에 푹 빠져 붓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