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한국미의 감흥이 담긴 아름다운 현대 채색화-장 준석
   한국미의 감흥이 담긴 아름다운 현대 채색화 


                          장 준석(미술평론가, 한국미술비평연구소 소장)

  며칠 전에 인사동의 어느 전통찻집에서 작가 서경애를 만났다. 한국화와 자신의 예술 세계에 대한 생각을 토로하는 작가의 열정 넘치는 눈이 인상 깊었다. 예술가답게 다양한 색으로 장식한 안경테가 하나의 조그마한 작품처럼 느껴졌다. 다감한 색상으로 이루어진 예쁜 안경은 마치 한국인의 미소처럼 살갑게 웃어주는 듯하였다. 
  한국의 정서를 담고자 한 작가의 채색화 작업은 선명한 색의 분할과 배합 그리고 화면 구성 등에서 주목할 만하며, 표현 방법에 있어서도 한국의 자연 같은 투명함을 지닌다. 그래서 작가의 꽃과 나비 여성의 노리개 등을 소재로 한 작품에는 채색화의 은근함이나 어느 색보다 강한 열정을 지닌 색감 또는 다정다감한 색 등이 부드럽고도 아름답게 자리한다. 이러한 미감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하겠다. 
  작가는 한국인의 정처럼 끈끈하고 다정다감한 채색을 통해 삶의 의미와 자연의 조화 등을 우리의 시각에서 표현해내고자 많은 사색을 해왔다. 꽃과 나비 등 한국의 자연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답고 고요한 색의 본 모습과 성정(性情)이 흐르는 한국인의 색감을 사색에 의해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더 나아가 화선지나 천에서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펼쳐지는 색의 변화를 한국인의 삶과 감성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였다. 진청, 석청, 자청 등 한국의 아름다운 자연처럼 각기 다른 색의 숨결들을 살피며, 수묵과 융화된 듯한 한지의 질감과 자연의 색상의 느낌을 활용하고, 물과 색의 융화나 아교와 색의 존재 등을 다양한 느낌으로 표현하였다. 이처럼 작가는 색의 본질을 음미하며 한국미의 존재를 색으로 보여주고자 하였다. 이 색은 비단 채색 부류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수묵 부류의 색감까지도 흡수한, 은근하면서도 선명한 한국의 색이라 하겠다. 
  이런 연유로 서경애의 채색은 담담함과 깊이감 및 선명함 등이 뚜렷하여 한국미의 감성을 잘 드러낸다. 이처럼 한국인의 따스한 인간미와 정감 어린 색의 감흥 등으로 형상화된 작가의 작업은 부드러운 한국의 미감과 더불어 한국인의 정서를 느끼게 한다. 그는 조형성을 좀 더 진지하게 모색하고자 조선의 전통 공예나 건축은 물론이고 불화나 민화 등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고구려 고분 벽화나 불화, 민화 등 다양한 한국적인 조형을 통하여 재료와 표현 방법, 색감의 성향과 수준 그리고 깊이감, 한국인 삶과 미의식 그리고 정서가 느껴지는 독창성 등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부단한 사색과 노력에 의한 작가의 그림에는 곱고도 아름다운 한국성이 내재되어 있다. 
  콜링우드는 자연의 가장 근본은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이라고 하였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근본은 아마도 순수한 시심(詩心)에 있을 것이다. 여성스럽고 시심이 가득한 서경애의 작품은 타고난 예술성과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의 그림에는 오늘을 사는 한국인의 우아한 이미지와  멋이 담겨있을 뿐만 아니라 삶의 향수마저 아련하게 묻어있다. 그의 그림에는 한 사람의 작가이자 인간으로서 삶에 대한 경외심과 자연에 대한 동경이 함께 하고 있다. 작가는 꽃과 나비 등을 통하여 자연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간의 고운 심성을 찾아주고 조탁하는 맑고도 선명함을 담은 색을 잘 쓰는 마술사와도 같은 예술가라 생각된다. 


  이러한 성향들은 특히 2010년 이후의 근작들에서 두드러진다. 2000년 중반만 하여도 색과 구성, 형태 등에 대한 실험성이 강하여 많은 것을 담거나 혹은 강한 색채를 사용하여 표현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뚜렷하고도 인상적으로 보여주는 듯한 성향들이 적지 않았다면, 최근에는 밝고 부드럽고 섬세하며 여성적인 경향이 작업에 가미되면서 세월의 흐름 속에 한국미가 투영되는 듯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마치 화사한 봄꽃으로 이루어진 꽃밭처럼 곱고 맑으며 선명하다. 작가의 <비밀의 정원>, <못 다한 이야기>, <한가한 오후> 등의 연작에는 화려한 나비와 여성의 패물, 예쁜 꽃들이 즐비하면서도 공간의 구성이 담백하여 전체적으로 한국적이고 화사하면서도 은은하고 맑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맑고 선명하며 고운 한국의 자연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어두운 톤의 색을 사용하여도 밝고 화사한 느낌을 주는가하면, 꽃과 나비 등의 다양한 이미지들이 어우러져 조화로움을 더해준다. 
  이처럼 한국인의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삶과 자연의 꿈을 그리는 한국화가 서경애의 작품에는 나비와 노리개 혹은 여성의 장신구 등과 같은 규방의 물건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리고 여성 작가로서의 섬세함이 조형화된 경우로서, 한국 여성의 보이지 않는 희생과 한(恨) 등을 훌훌 털어버리는 듯한 밝고도 아름다운 다양한 종류의 꽃이나 혹은 비상하는 의미로 나비를 그려 넣기도 하였다. 
  작가는 초등학교 취학 이전부터 그림을 그려왔으며,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예술 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중고등부 전국미술대회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일찍부터 예술가적 재능이 남달랐다. 또한 한국미에 대한 애정과 확신 그리고 조형적인 자신감 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미술이 될 수 있다는 확신에 차있기도 하다. 작가는 이러한 확신으로 한국화의 조형세계를 흔들림 없이 일관되게 추구해 오고 있다. 
  이처럼 조형적 표현 능력이 다분한 작가의 채색 세계에는 무엇보다도 예술적인 자신감이 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미술의 경향이나 유행 혹은 시류 등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예술 세계와 흐름에 대해 깊이 생각하면서 작업 방향을 일관성 있게 전개시켜 왔다는 것이다. 작가의 내면으로부터 표출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공간의 깊이, 시간의 흐름 등과 미적·조형적으로 부합하면서 승화되어 한국미를 담은 작품으로 귀결되고 있음은 높게 평가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인천의 나비화가 서경애씨-정현숙 리포터
나비에 투사된 또 하나의 나를 찾아

"한국화에서는 선(선)이 생명력 그 자체이다. 내게 있어서 선(선)은 생명력이고 탈출구이며 자유로움의 표현이다."
나비화가 서경애(39)씨, 그는 한국미술협회, 인천여류작가회, 채연회(이대동문화가모임), 인천청년작가회, 한국화젊은세대회원, 
계양구예술인회 등에서 작품활동을 하며 현재 계산택지 내에서 이화전문미술학원을 운영중이다.
서 화가는 서울생으로 선화예술중. 고등학교, 이화여대 미술대학 동양화과를 졸업, 수년간의 국내외 작품활동으로 인해 이미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전시회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자극이고 나를 다듬고 채찍질해 주는 통로이다."
이와 같은 자세로 1년에 10~20여회의 각종 전시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그의 다채로운 전시회 경력, 그것은 그의 꺼지지 않는 창작혼을 대변하여 준다.

자기의 색과 이미지를 갖춘 나비화가
그의 그림에는 주로 나비가 등장한다. 나비는 곧 서경애 바로 자기 자신이다.
"나비를 통해서 꿈, 희망, 이상을 노래하고 싶다. 나비가 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 애벌레로 살아가야 하는 시련을 이겨내야만 한다. 그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나비로 환생해서 화려하게 율동하며 창공을 향해 비상하는 것이다.
나는 나비를 통해서 나의 느낌을 표출하고 싶다."
도중에 잠깐 나비 대신 새로 바꿔 그린 적도 있었으나 '한가지만 평생토록 정진해도 모르니 오직 한 우물만 파라'는 은사님의 훈계에 힘입어서 다시 작품 속에 나비를 등장시켰다.
그 결과 적어도 인천 시내에서는 나비가 들어간 작품을 보면 단방에 서 화가를 떠올릴 만큼, 서 화가의 나비를 통한 감정이입 이미지는 대단히 성공적이다.

각종 액세서리를 무척 좋아하는 그는 특이한 액세서리를 선호하는 가운데 나비로 된 것은 무조건 소장하고 본다. 왜냐하면 나비는 바로 자신의 분신이므로....
불쑥 서 화가를 찾아갔던 그 날도 그의 목에는 나비목걸이가 걸려있었다. 이제 나비는 서 화가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모양이다.

그의 인간성이 빚어내는 작품세계

다인아트 갤러리 관장 유봉희씨는 "힘있는 화가 서경애씨. 그의 회화 세계는 분방함과 강렬함 속에서 살아난다."면서 화려한 색감과 율동적인 화면구성에 시원한 붓 터치가 그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대담하게 표현해 낸다"고 말했다.
서 화가는 한국화에서 강조되는 '여백의 미'를 부정하고 한 치의 틈도 없는 화면구성과 색의 과욕도 부려본다.
그에게는 작품의 양식적 구분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한국화의 전통적 재료를 통한 현대성 확보가 '어떻게 평가되어지느냐'가 관건으로 작용할 뿐이다.
확 트인 그의 성격, 씩씩하고 시원시원한 언변,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생활태도 등, 이러한 인간적인 품성이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배어나 있다.
"그림은 보는 이에게 즐거움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서 화가.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의도와 구성을 반쯤 혼합해서 반추상 그림을 그린다. 요새는 부조 화법을 그림에 많이 도입한다. 이렇듯 늘 새로운 재료나 형식을 탐닉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 한 점 한 점은 여성의 섬세한 감성이 주는 장식적인 미를 드러낸다.
하지만 그 속에는 한국화의 고정된 시각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자기만의 독특한 회화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그가 획일성과 평범함을 싫어하기 때문. 그는 아주 하찮고 사소한 것에서도 자신만의 기쁨을 창조해내는 사람이다.

죽는 날까지 그림을 그리며 살고 싶다.

"이 세상에서 그림 그리는 일이 제일 좋다. 주로 밤 시간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이 잘 되는 날엔 밤을 꼬박 새웠어도 종일 전혀 졸리거나 피곤하지가 않다.
나는 죽는 날까지 그림을 그리고 싶다."

서 화가는 초등학교 시설 자진의 재질을 눈여겨 봐준 선생님의 권유로 4학년 때부터 그림공부를 시작했다.
워낙 어릴 적부터 그림을 그렸기에 다른 꿈을 가질 틈도 없이 줄곧 그림에만 매달려서 이제까지 살아왔다고 한다.
자신의 인생에서 그림을 제외시켜 놓을 수가 없었기에 산달에 들어선 임산부가 되어서도 부른 배 때문에 무릎을 끓고서라도 새벽 5시까지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
출산을 한 이후에도

한 달 후부터 다시 붓을 들었다.

현재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재미가 있고 적성에도 맞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그만큼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줄어들기에 안타까운 마음만 앞선다.
"나의 직업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고 학원은 부업일 뿐"이라는 서 화가.
그저 우리나라도 외국작가들처럼 그림만 그리고서도 생활이 유지될 수 있는 그런 풍토가 속히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림을 그리듯이 사랑도 한결같이

자신을 아는 사람들은 뭐든지 열심히 하는 자신을 신기하게 생각한다. 그만큼 무슨 일이든 간에 열정을 가지고 임하기 때문이다.
친구 같은 남편을 참 좋아한다는 서 화가. 그는 결혼생활을 하면서도 출근하는 남편이 돌아서기가 바쁘게 보고 싶어졌다면서 남편에 대한 사랑은 결혼 12년째인 지금도 한결같다고 말한다.
국가대표 럭비선수였던 남편을 대학교 1학년 때 만났다.
8년 연애끝에 결혼을 해서 슬하에 초등하교 다니는 아들 둘을 두고 있다.
대학동문전시회에 나가보면 자신의 동기들이 5명도 채 안되는 현실이다. 결혼과 동시에 붓을 놓은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 서 화가도 두 아들의 육아문제에 있어서는 여느 여성들과 다를 바 없었으나, 시부모님의 헌신적인 배려 때문에 지금도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남편 또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서 화가와 함께 학원 일을 돌봐주고 있으니 이래저래 별 어려움이 없는 인생.
그래서 그가 그리는 그림이 대부분 밝고 따뜻하며 화려하지 않나 싶은 추측을 해본다.
서서히 어둠이 깔리는 그의 작업실. 다음 전시회에 출품될 그의 그림 속에서는 나비 몇 마리가 눈부신 아침을 향해 날개짓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