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모든 대상을 파악하는 데는 마치 동양의 음과 양처럼 상반되는 두 요소를 함께 고려
작가 노트 (Artist’s Statement)


저는 모든 대상을 파악하는 데는 마치 동양의 음과 양처럼 상반되는 두 요소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물리학자 닐스 보어는 이를 상보성(complementarity)의 원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가시적인 세계에서 대상의 물리량을 계산할 때는 여전히 뉴턴역학을 사용하며, 미시적 양자의 세계를 다룰 때는 양자역학을 사용하는 이원적 접근법을 취합니다. 저는 이러한 양자역학의 코펜하겐 해석에서 영감을 받아 가시적 세계를 다룰 때는 사진을 레퍼런스로 활용하는 사실적인(realistic)방법을, 미시적 추상적 개념을 다룰 때는 추상(abstract)의 양식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같은 대상도 서로 상반되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양가적(ambivalent)상황과 대상에 관심을 갖고 세 가지의 소 주제로 작업을 진행해 나갑니다. 2019년 10월에 미국 뉴욕의 첼시의 Elga Wimmer PCC 갤러리에서 가진 개인전은 이러한 접근법을 잘 보여줍니다.
사과를 대상으로 한 시리즈 중 렌티큘라를 이용한 작품은 보는 이의 위치, 보는 이의 세계관(과학적 혹은 종교적 세계관)에 따라 같은 대상인 사과가 흑백 혹은 칼라로 달리 보입니다. 흑백은 도그마를 상징합니다. 
그리고 위치를 바꿔가며 바라볼 때는 시간이 매개되는 데, 이는 같은 대상도 한 개인이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의 것이 도그마임을 깨달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리고 렌티큘라 작품 옆에 사진을 바탕으로 한 유화를 복수로 제작하여 “어떤 것이 원본이고 어떤 것이 복사본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합니다. 이를 통해 아우라를 가진 원본이라 믿었던 유화가 하나의 시뮬라크르 일 수 있으며, 허상일 수 있음을 제시하고 우리가 확고하게 믿었던 진리가 허상일 수 있음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사과 작품을 무한히 확대하면 수학적인 개념으로 미분(Differential)이 되는데 이는 추상적 화면이 됩니다. 이를 통해 상호 대립되는 것으로 보이는 사실주의와 추상의 경계를 허물게 됩니다. 미분 적분은 수학적인 개념으로서 이를 화면에 직선과 사각형과 같은 기하학적 요소로 형상화해 빨간색 안료의 물성을 살려 추상화의 형태로 제작했습니다. 캔버스 위에 기하학적 형상을 그리면 이 형태는 Positive Space가 되고 바탕은 Negative Space가 됩니다. 그런데 그 Positive Space 위에 다른 형상을 그리면 Positive Space가 Negative Space가 됩니다. 이렇듯 한 형상의 identity는 다른 형상과의 상호 인과관계에 의해 결정되며, 변화하고 고정된 아이덴터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과학의 인과관계는 불교의 연기론과 상호 소통되며 이는 불교의 ‘空’ 이라는 개념과 연결됩니다. 전시장의 동선을 따라 한 바퀴를 돌게 되면 추상작업은 다시 사과 유화 옆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즉 추상작업을 통해 보여주려던 空의 개념은 다시 사과를 대상으로 한 ‘Simulacre’와 연결되며 추상과 구상이 마치 뫼뷔우스의 띠처럼 연결됩니다. 
미국 뉴욕전시 중 이러한 내용을 현지 평론가, 큐레이터 등에 영어로 프리젠테이션 했으며, 리허설 장면을 촬영해 유투브에 업로드 했습니다. 그리고, 현지 비평가의 전시 평론이 뉴욕의 저명한 온라인 매체인 culturecatch.com에 실렸습니다.

2017년 9월, 저는 양가적인 대중사회의 특성을 <민주주의/대중선동>이라는 소주제 아래 야구장의 전경을 통해 표현했습니다. 대중은 ‘민의(民意)’ 혹은 ‘민심(民心)’의 발원지로서 민주주의의 주체가 되지만, 때로는 선전 선동에 넘어가는 우민(愚民)이 되기도 합니다. 이들은 쉽게 자기편은 정당하고 상대편은 부당하다는 흑백논리에 휩싸여 진영논리에 매몰되기도 합니다. 야구장의 1루 측 사진을 거울 이미지로 반전시켜 3루 쪽 스타디움을 만들었습니다. 관객들은 상대 팀과 관객에 야유를 보내지만, 그 야유는 사실은 거울에 비친 자신들과 자기 팀을 향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현대 사회에 만연한 진영논리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흑백 이미지를 사용한 이유는, 이들이 하나의 덩어리(Mass)로서 각 구성원 간의 일체감과 동일성을 추구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이들이 때때로 흑백논리에 물들 수 있음을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특히 렌티큘러 작업에서는 보이는 방향에 따라 칼라가 흑백으로 전환되면서 한 순간의 선동에 의해 흑백논리로 치닫을 수도 있음을 보여줍니다. 
위의 세 가지 소주제로 최근 5년간 5회의 개인전(3회 초대전)을 가졌으며 마이애미 스코프 2019, 아트부산 등의 국제 아트페어, 한국기초조형학회의 국제교류 전시회에 4회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