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육은정 작가 작품세계

전정

 

20년이 넘도록 자라온 아파트 에서 가지치기를 했던 겨울날의 풍경을 기억한다 . 나무 가지는 위로 자라도 계속 잘려 나 간다는 것을 인지했는지 밑바닥 벽돌을 들고 균열을 일으킨 장면을 보았 다 벽돌을 깨고 올라선 무수한 가지들이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 이것은 어떠한 오류가 기회로 작용하고 , 기적을 일으켰다는 결론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 이따금씩 튀어오르는 오류 가 다른 방향으로 결말 을 만드는 점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끝난 사건은 시작점을 잃어버리고 본래의 모습을 잃을 때가 있다 . 통제가 불 가능한 외부 환경 또는 상황을 변수로 두는 것이다 . 나의 이상점은 항상 높았고 , 이상과 현실 사이의 너머 에 사는 사람이었기에 본래의 계획대로 결론을 지었던 적이 별로 없었다 하여 충동적인 나에게 통솔 은 살갑게 다가왔다

 

 

나의 최근 작업은 일종의 가지치기 즉 나뭇가지의 일부를 다듬는 일로서 식물의 일부를 선별하고 제거하는 행위를 회화 내에서 구현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 이는 흔히 우리가 아는 미관을 위 해 잘라내고 쳐내는 가지치기 방식과는 반한다 . 내게 지닌 미관 속 대상은 아무리 잘라내도 돌을 쪼개어 생존할 만큼의 변형 된 제주도 자왈 을 뿌리에 두고 있다 . 자연에서의 친화적 , 자유의 요소로서 의미를 배제하며 , 자연의 온전한 구조적인 측면으로 다가갔다 이미지에서 빛의 한 부분인 가늘고 굵은 가지 등을 얆은 면과 두터운 선으로 변형된다 . 형태 자체를 표현하는 것이 아닌 이미지에서 구조적으로 해체 후 재조합하는 과정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햇빛이 들어서지 않는 오류를 통해 자신을 변형시켜 통제해왔던 지점을 기억하여 작업 과정 행위에 담는다.

그날의 붓의 컨디션 , 물감과 기름의 농도 , 제조 과정상의 어제와 다른 상황 등은 그림 속의 오류를 만들 지만 이를 온전한 균형으로서 이루고자 했다 두껍고 붓의 거친 텍스처와 얇고 속속들이 숨어져 있는 진한 검은 선은 서로를 충돌하고 , 그 충돌로 인해 다른 구역의 캔버스 면과 또다른 이야기를 짓고 있다 .

가장 밑바닥에서 건조하게 흘러내린 면은 다시 끄집어 올릴 수 있도록 형태를 따준다 . 유화의 우연적인 발생을 통제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아직 쓰기에 벅차다는 걸 알고 있다 내게 지닌 통제 의 의미는 저지른 일을 뒤처리한다 정도로 아는 것이 편하다 저지른 충동을 통해 해결이 따라오고 그로 인해 또다른 일이 발생한다는 점이 가장 밑바닥부터 가장 윗면까지의 구조적인 면을 볼 수 있다 . 이에 대한 생각이 시 각 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목표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