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뫼비우스띠의 서정곡_김병수(미술평론가)

‘뫼비우스띠의 서정곡’

 

 

정해덕의 조각 작업은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노래 가락 같다. 그 선율은 ‘면(面)과 공간’의 새로운 발견 혹은 발굴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는 안과 밖의 구분이 없는 세계이다. 불이(不二) 의 경지이다. 정해덕의 조각 작품은 모두가 한덩어리로 이루어진다. 단순히 수사학적 의미에서 하나의 매스(mass)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한 덩어리의 돌로 그 역동적인 선과 면을 지닌 물체를 발굴해 낸다. 고고학적 장인의 모습을 띤다. 그 커다란 돌 속에서 어떤 추상적인 움직임을 포착하여 깎고 다듬어 낸다. 마치, 이미 돌 속 에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있었던 것처럼,

그래서 그의 작품은 사방 어디에서 바라보아도 감상이 가능하다. 어디에나 열려있는 태도, 그러한 개방된 태도를 통해서 우리는 서정성 짙은 곡조와 선율을 즐길 수 있다.

음악과 조각은 반드시 공간이 필요하다. 특히 ‘식물적 선율’의 음악은 공간을 부수기 보다는 순응하며 그 흐름에 몸을 내맡긴다. 잔잔한 따뜻함이다. 정해덕의 조각은 역동적이지만 격렬하지는 않다. 은은한 메아리 같다. 대기를 타고 흐르는 그 유동성은 부드러운 놀이처럼 느껴진다. 정해덕이 공간성이라는 문제에 집요하게 천착하는 것은 그 바탕에 음악성과 서정성이 짙게 깔리고 있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공간 즉 대기는 그냥 있는 듯 하지만 절대 멈추지 않는다. 흐른다. 그래서 공간의 문제는 유동성의 문제로 자연스럽게 흐른다. 그 부드러운 흐름들은 서로가 서로를 녹인다. 그것은 잠식이나 합병이 아니라 융합이다.

지평융합, 역동적인 선과 서로 스치는 면들, 그로 인해 생겨나는 내적 공간 그리고 그 틈을 통해 보이는 배경들 - 이 모든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융합되는 지평, 거기에 정해덕의 조각 작품이 있다. 작품은 내재적으로 자기 자신만의 공간을 형성한다.

 

 

김병수(미술평론가)

 

정해덕 작품 탐색_Brunl Pollacci(피사 아카데미아 학장)

정해덕 작품 탐색

 

소용돌이 같은 나선형, 매듭들, 고리들, 딱딱한 재료를 완곡하게 구부려뜨리는-이러한 요소들은 그의 복잡한 형태의 개념속에 우리를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조각가의 “미학적주

제”이다. 그는 우리를 다양한 모양(꼴)들의 안과 밖을 여행시킨다. 처음에는 눈으로, 그 다음은 조화를 향한 끝없는 탐구의 길로.

 

그의 대리석 작품은 때때로, 완벽한 원형꼴을 형성하는, 힘차게 꼬여진 나선 형태들과 어우러져 생명력을불러일으킨다. 그곳(나선형)에서는 연속적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선들과 함께 매혹적인 게임이 벌어진다. 다른 한편 그 형태들은 열려있는 상태이며, 무한대로 향해가는 자유로움을 추구하는데 박차를 가해주는 구조적인 힘인 것이다.

 

- Brunl Pollacci(피사 아카데미아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