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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화삼

멜랑콜리 주제에 의한 인체 드로잉연작


 


지극히 아니 지독하리만큼 탐미적이고 로맨틱한 관점을 견지하리라, 그렇게 벌거벗은 사람을 응시한다. 가림과 장식을 내려놓은 가장 원초적인이자 원형에 가까운 사람의 몸이다. 그 몸의 조형적인 질서와 인간적인 정서가 만나 어우러지는 짧디짧은 발화의 시간 5분. 서둘러 화지에 쓰윽 선을 긋는다. 종이에 목탄, 현대미술의 온갖 형식과 개념이 홍수를 이루는 지금. 이보다 더 원초적인 형식과 작업이 또 있으랴. 선이 형상을 드러내며 손끝을 타고 진동하는 목탄의 미세한 떨림. 나는 그 짜릿한 감흥을 늘 주체하기 힘들다.


 


 


살아 숨쉬는 몸은 시시각각 끊임없이 새로운 서사와 정서를 전해주니 그리고 또 그려도 여전히 그릴 것이 많다. 그 수많은 정서 중에서도 벗은 몸에서 드러나는 본능적인 불안과 우울은 시대를 관통하며 끊임없이 지속해온 예술적 주제였다. 그 누구의 삶에도 우울은 필연적으로 스며있으니 나는 영혼에 깃든 그 우울함이 몸을 통해 발현되는 순간을 고대한다. 그리고 조형적 질서를 빌어 얼버무림 없이 또렷하게 드러내고자 한다. 때로 교만하고 관능적이며 자유롭고도 고독한 너와 나의 우울이다. 그리고 그 우울이 나의 우울과 공감할 수 있을 때 위로와 위안으로 자리하게 된다.


그래서 내 드로잉의 주제는 늘 영혼의 그늘에 숨어 웅크린 “melancholy”이다.


 


 


구체적인 형상을 그리는 작가들에게 너무도 익숙한 명암과 색채 등을 모두 내려놓고 오직 맨손과도 같은 선만을 사용하는 드로잉은 화려하지 않으나 자유로운 선의 유희로부터 형태와 정서를 드러내는 장르이다 . 그래서 드로잉의 자유로움과 벗은 몸에 깃든 해방감은 너무도 유사하게 닮아있다. 그 어떤 현학적 논리나 현란한 수사로 포장하거나 강변하지 않더라도 드로잉의 형식은 단순하고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작가가 선택하는 최선이자 최후의 방법이 아닐까. 단순함이 최선이라는 명제는 시대를 초월해 삶에서도 예술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리라.


작가노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