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희의 史&事 (H & S)-mind map 시리즈에 부쳐_박기웅(미술학박사,홍익대교수) | |
최윤희 <史&事 (H & S)-mind map> 시리즈에 부쳐 <마음 속의 지도> 최근 수년 동안 최윤희는 가급적 기교적인 묘사를 거세하여 자신의 삶의 거울을 들여다보는 시간성을 동반한 묘사의 방식을 개척하여 <史 & 事 (History & Something)> 시리즈를 제작해오고 있다. 이 시리즈 작품들은 어린 유년시절의 추억을 소재로 하되, 화면을 이중화하거나 단순화하여 면의 분할, 유선형의 선과 기호가 사용되며 구상회화이자 비구상적인 표현을 동시에 만족하는, 반 구상 혹은 반 추상의 영역에 있으며, 자신이 살아온 역사성과 그 가치를 중시하여 대 주제 <史 & 事> 시리즈로 불리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대 주제를 전제로 하여, 추가적으로 소주제를 따로 선정하고 있는데, 채택되는 내용들은 주로 가족의 소사와 현재의 심리상태 그리고 작가가 별도로 마음에 두고 있는 이미지들이 차례로 드러나는 것이다. 특히, 작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거나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을 법한 내용들에서부터 자신의 생각 속에 비밀처럼 간직하고 있는 내용들을 골고루 채택하여 최근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¹⁾ 이러한 시리즈의 연장으로 제작한 그것은 작가가 다루는 이미지들은 장 뒤뷔페나 장욱진과 같은 거장들이 단순히 아동화적인 동심의 세계를 그리는 방식을 차용하여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보다 부드럽게 승화시키는 과정 속에서 탄생한 것이며, 그것은 결국, “우리 시대에 대한 삶이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가 혹은 과거에 비하여 그 삶의 질이 어떠한가?”와 같은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이룩된 방식이기도 하다. 기실 작가의 의도는 편리함이 주도하는 오늘의 현실을 말하려는 것으로서, 이러한 내용들은 작가의 최근 작업노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바이기도 하다. 거대한 미루나무를 통해서 본 어린 시절 동네의 모습을 운동장, 집, 길 등의 이미지들로 구성하였으며 그림에 등장하는 자동차, 비행기, TV는 현대문명을 대표하는 기계하고 할 수 있다. 빠르게 어디든 갈 수 있는 이것은 우리의 생활패턴을 사탕처럼 달콤한 세상을 만들어 주는 것 같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 가고 있다.⁽²⁾ 이러한 결과물들은 최근 개인전 및 여러 전시들을 통해서 발표해오고 있는데, 작가는 이러한 경향에서, 자신의 기억의 가장 큰 매체로서 미루나무를 근거로 하여 작품을 제작한 바 있다. 이러한 시도들은 매우 개성적이어서 뚜렷한 특징을 드러내기에 충분하였다. 작품 속에는 자신의 유년기 시절에 생활하였던 여러 가지의 개인적인 일들이 두드러지게 드러나 있기도 하다. 최근에 개척해오고 있는 새로운 이전의 방식들이 색채와 이미지들이 주류를 이루었다면, 금번의 신작을 통해서 작가가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선과 공간이다. 이처럼 실제로 그려진 지도들은 다양한 소재 가운데에서 선별된 내용들로서, 다음과 같은 이미지들이 등장한다. <나이테> 작품의 중심적인 모티브가 되기도 하고, 일부가 되기도 하는 나이테는 작품을 수준 있게 이끌어 가는 선의 구성체로서, 그것은 가느다란 천으로 마무리된다. 작가는 소재를 천으로 선택한 이유는 천이 가지고 있는 따뜻함과 아름다움은 현대의 삭막함을 감싸 안아 줄 수 있으며 따뜻한 세상을 표현하는데 가장 좋은 재료로서 천을 사용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얼핏 보면, 그것은 넓은 멍석처럼 보이기도 하며,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면서 돌아다니는 공간이 되기도 하며, 마을의 작은 로터리와 같은 분위기를 담고 있기도 하는데, 그것은 화면을 재미있게 구성하는 주된 모티브로서, 다양한 놀이의 추억을 담고 있는 다람쥐 채 바퀴 같은 서정성을 보여준다. <집> 일반적으로 각각의 그림 속에는 하나 혹은 둘 정도의 집이 그려지는데, 그것은 기와집 혹은 콘크리트 형태의 구조를 지니나, 지도가 그려내는 공간의 휘어짐에 준하게 그려진다. 작품< H & S-Secret Story 08-1>과 같은 경우는 전체적인 구도 속에서 사각형 혹은 오각형으로 묘사되어 마치 공간만을 점유하는 지점처럼 그려지기도 하여 자연스럽게 공간 속에 어우러져, 두루뭉술한 조형성을 지니면서 그림이 하나가 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는 다소 다르게 작품 < H & S-Secret Story 08-3>과 같은 경우에는 밤의 풍경을 다룬 것으로서, 집의 외곽선은 사라지고 창문과 같은 공간만이 표현되기도 하여, 각각의 그림에 따라서 표현되는 집의 모습이 다르게 드러나기도 하면서 화면을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변화를 보이고 있다. <길> 작가가 다루는 길은 화면의 전체를 구성하는 중요한 모티브로서 < H & S-Secret Story 08-3>처럼 이중적인 아우트라인을 구축하기도 하면서, 인체의 라인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외형적인 특성 이외에 다음과 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 예전의 길은 곡선, 원의 형태로 내게서 비롯된 길로 체험과 소통의 길이라면 자본의 논리로 놓인 지금의 길은 일방적으로 주어진 길로 삶의 형태가 획일화되어 인간성 상실을 초래한다. 이렇듯 집 형태 또한 수직선과 사각형의 형태로 사람과 단절되고 갇혀 있는 느낌을 주게 되며 지극히 개인적인 생활을 추구하게 만든다. <중략> 획일화된 공간에서의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현대인들에게 예전의 길이 주는 의미는 발전의 속도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사랑하며 살 것 인가하는 방향의 문제이다. ⁽³⁾ 그래서 길은 돌멩이나 줄넘기 놀이 등에서 사용되는 이미지와 도로 그리고 자신이 그리는 마음속의 통로등을 함축하며, 전체적인 테두리로서 그리고 삶의 순환체계로서 필요한 모티브로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물고기> 얼핏 보면 단순히 물고기처럼 보이나 동네를 돌아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이 물고기들은 순환하는 지도 혹은 공간을 리드미컬하게 이끌어 주는 율동 감을 더한다. 화면의 가장자리 혹은 중심 부에 위치하면서도 시각적으로 편안함과 휴식 성을 더하는 역할을 하며,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을 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동차> 화면에 아주 작은 장난감처럼 등장하는 자동차는 한적한 동네 혹은 문명의 손길이 비교적 닿지 않았던 과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단서가 된다. 그것은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모습으로 묘사되어 자신의 과거사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모티브였음을 알려주고 있다. <기린> 그림 속에 등장하는 기린은 항상 작가 자신을 주시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어 등장하는데. 그것은 목이 긴 짐승으로서 기다림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묵묵히 바라보고 있는 부모님이나 혹은 스승 등을 상징하기도 하며, 자신의 처지를 이끌어주고 있는 정신적인 지주를 드러내는 것이다. 미루나무가 올라가기 힘든 목표를 상징한다면, 그 올라가지를 지도하는 사람들을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이 기린인 것이다. <그림자> 자신의 작품 속에 묘사되는 사람의 모습은 대다수 그림자로서 혹은 윤곽선을 드러내는 실루엣으로 등장하는 데, 이러한 모습은 때로는 하나로 크게 등장하기고 하며, 때로는 둘로 등장하여 어떤 대화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것은 부부 혹은 부모님과 나 혹은 나와 자녀들의 사랑을 그리고 있는 것이며, 부드러운 속삭임과 가르침을 담고 있다. <현실과 과거와의 교차> 이러한 모든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작가가 그리는 세계는 구체적인 현실의 묘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작업노트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변화된 속도를 따라가기 위하여 스스로 친숙하게 느끼는 환경을 크게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낯선 곳에서 변화하는 속도에 뒤처지면 사람은 불안을 느끼게 되어 사회가 발전할수록 사람은 점점 고립된다. ⁽⁴⁾ 이러한 표현방식은 과도하게 자신의 이익을 추구해 나아가는 개인 혹은 기업들, 그리고 무엇이 삶의 목표인지가 정확하지 않거나,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모습에 색다른 교훈을 전해주는 것이기도 한데, 속도와 부가 오늘을 지배하는 현실이라면, 최윤희가 그려주는 마음속의 지도는 느긋함과 소박함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이러한 속성과는 전혀 상반되는 속성을 드러내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 시대의 삶을 보다 관조적으로 살아갈 것을 완곡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소외되고 단절되어가는 우리시대의 대화와 사랑을 속삭이는 모습을 그리고 있고, 한편으로는 거대하게 되어가는 메갈로폴리스에서의 삶의 모습 속에서 드러나는 소음과 매연 그리고 개인 간의 단절과 같은 오늘의 매스꺼운 현실들의 차가움을 빗대어 자신의 그림 속에 펼쳐진 과거의 모습을 우화적으로 그려내어, 복잡한 현실 속에 얽혀 있는 사람들에게 휴식과 같은 나지막한 치유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것이다. 2008. 8월 - 박기웅(미술학박사,홍익대교수) ⑴ 필자, 최윤희 개인전 <최윤희 근작>, 가이가 갤러리, 2007 참조 ⑵ 최윤희, 작업노트, 2008, 6, 21 ⑶ 최윤희, 작업노트, 2008, 7, 2 ⑷ 최윤희, 작업노트, 2008, 7,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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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의 H & S 시리즈에 부쳐_박기웅(미술학박사) | |
최윤희의 근작 (H & S)>시리즈에 부쳐 최윤희의 작품들은 어린 유년시절의 추억을 소재로 하되, 화면을 이중화하거나 단순화하여 간략하게 이루어진 면의 분할, 그리고 여기에 걸맞은 유선형의 선과 기호 등으로 표현한 구상회화이자 비구상적인 표현을 동시에 만족하는 특수한 경우의 회화라 할 수 있다. 작가는 여러 가지의 실험을 통해서 이와 같은 내용의 작품들을 이룩할 수 있었는데, 전체적으로는 시각적인 시원함을 강조하되 내용적으로는 서사성이 강조되는 서정적인 경향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출발한 화면은 절대 건조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간단하게 해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작가의 최근 작품들은 자신이 살아온 역사성과 그 가치를 중시하고 있으며, 그것은 작가가 선정하고 있는 대 주제 즉, <史 & 事>에서 잘 드러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 주제를 전제로 하여, 추가적으로 소주제를 따로 선정하고 있는데, 채택되는 내용들은 주로 가족의 소사와 현재의 심리상태 그리고 작가가 별도로 마음에 두고 있는 내용들이 차례로 드러나는 것이다. 특히, 작가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거나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을 법한 내용들에서부터 자신의 생각 속에 비밀처럼 간직하고 있는 내용들을 골고루 채택하여 최근 작품의 모티브로 삼았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들은 작품을 재미있고 역동적으로 구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다 싱그럽고 유연하게 표출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작가는 하나의 대상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대상을 포기한다. 그 이유는 작가가 그리는 이야기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일부러 잘 그리지 않는다. 그리고 특정한 이미지의 특징들을 잘 묘사하지도 않으며, 두루뭉술하게 혹은 단순한 유선형의 생략된 형상으로 전개시켜 두 가지 혹은 세 가지의 사물이 겹쳐진 공간에 놓이게 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다정하고도 단순하며, 소박한 일면을 강조하는 복합적인 이미지가 강조되며 각각의 공간이 서로의 경계를 이루면서 전체적으로는 중후한 일면을 띠면서도 간결하고 소박한 동화와 같은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러한 연유로 인하여 <H & S>시리즈의 작품들은 덜 치밀하면서도 싱그러운 화면을 유지할 수 있다. 이야기가 있는 그림 혹은 서사성이 가미된 화면에서 작가는 치열한 내면세계를 노래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개과정을 통해서 화면 속에 덩그러니 놓여 지며, 거대한 공간의 실질적인 주제가 된다. 거대한 미루나무, 운동장, 길 등의 이미지들은 하나의 화면에서 거대한 면적으로 나누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전체적인 화면을 양분하거나 세로 혹은 가로로 횡단하는 등, 화면을 가로지르는데, 그것을 통해서 작가는 디테일을 포기하되 간략함고 전체성을 강조하고, 전체적인 화면의 하나를 이룩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남겨진 공간을 생각한다. 그것은 횡적인 분할 이후 주제가 그려질 수 있거나 혹은 특정한 기호를 그릴 수 있는 부분의 공간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H&S Secret Story, 2007-1>의 경우, 중앙에 거대한 미루나무가 있고 좌우 혹은 상하에 유사한 면적이 마치 대칭의 공간처럼 남겨져 있는데, 이렇게 남겨진 부분과 구획된 공간의 면적이나 생김새가 작가에게는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각각의 공간은 그 자체로 강령한 명도대비 혹은 채도대비 등을 고려한 색상이 사용되며 그 자체로 시원한 원색 혹은 강렬한 대조가 이루어지며, 대칭구조를 사용하여 화면을 이원화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다수의 경우는 이러한 확고한 대칭적 구조를 사용하지 않으며, 화면에 큰 면과 작은 면 혹은 가로지른 구획이나 유선형으로 나뉘어 서로 간에 보완을 꾀하는 것으로 서로간의 상보작용(Reciprocal)을 강조하여 시원하고도 소박한 공간을 연출하게 된다. 이러한 상보작용을 강조하는 것은 사람들의 시선을 하나로 모으거나, 강렬한 대비를 통해서 안정감이 있는 화면을 이룩하여 회화적인 완성도를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어린 시절 작가의 동심 속에 등장하는 미루나무의 거대한 면적은 마치 무한대와도 같았다. 그리고 그것에 준하여 펼쳐진 온갖 사물들은 모두가 거대하여 어린이의 눈에는 마치 모든 세상이 거인국을 방문한 걸리버의 세상 그것이었다. 그래서 거대하게 다가오는 형상들은 작가의 마음속에 펼쳐진 하나의 추억과도 같은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작가의 마음속에서 성장하는 나무와도 비교될 수 있다. 어린이의 마음속에 펼쳐진 세상 즉, 미루나무가 거대하게 보이던 시절 작가는 할머니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며, 자신의 현재의 마음속에서도 추억으로 소중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 속에서는 하나의 중요한 이야기가 되고 있는데, 그것은 동심의 세계에 꿈꾸어 오던 소박한 내용으로서 동네에 뛰어 놀던 여러 가지 놀이들이 생각나지만 여아로서 천으로 이루어진 인형 만들기 혹은 할머니가 지어주신 옷에 관련된 추억들이 현재의 삶과 연결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들은 자신의 회화작품 속에 펼쳐지고 있는 갖가지의 조형요소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향후 펼쳐질 미래의 현실을 가늠하게 하는 단서가 되고 있다. 미루나무는 너무도 거대하여 하나의 공간 혹은 배경과 같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면, 그 공간의 일부 혹은 가장자리에 등장하는 작은 나무는 나무이기 이전에 사람의 이미지를 단순화하여 의인화한 것으로서 실재의 나무와 상징적인 사물 혹은 인물의 복합체와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여기서 작가는 그 내용의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계획할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 등장하는 거대한 이야기에서, 작은 가족사에 이르는 소소한 이야기들을 함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여기서 작가의 제목 (史 & 事 History & Something)이 탄생한다. <H&S Family 2007>의 경우는 자녀와 부부가 거대한 나무가 있는 동네를 산책하는 듯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앙리 루소(Henry Rousseau)가 지향하였던 소박파의 특성을 이어받아 어떤 특정한 이미지의 표출에 집착하거나, 잘 그려서 기교적인 집착 혹은 세상적인 칭찬에 매달리는 상황이 아니라 오히려 무엇인가를 포기하면서도 강한 생명력을 지향하는 순수한 매력을 발산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것은 작가가 특정한 형상을 도입하는 척 하면서도 그것을 포기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색상을 선택하여 사용하는 방법에서도 그것은 한 눈에 나타난다. 그것은 실재의 형상이 아니라 기억 속의 형상으로, 나아가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솟아오르는 생명력으로 드러나며, 마음속의 동화와 같은 이야기로 살아 있다. 작가의 작품 <H&S Family 2007>와 <H&S 3 Ugly brothers 2007> 속에 등장하는 선들은 대체적으로 유선형이며, 다정하게 화면을 유영한다. 그것은 작가의 눈에 비친 형상과 그것에 준하는 그림자와도 같다. 그것은 의인화된 화면으로서, 사람들은 혹은 가족들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화면 속에 비친 이미지들은 그래서 자신의 가족사를 대변하는 것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3명의 개구쟁이 형제들이 뱃놀이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듯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작가는 특이하게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순간순간들을 자신의 무의식 속에서 캐내어 그것을 통해서 사유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자신의 기억 속에 숨겨진 채 잘 드러나지 않았던 속삭임과도 같은 것으로서 화면에 거대하게 확장되어 드러나기도 하고, 간략하게 축소된 이미지로 함축되어 드러나기도 한다. <H&S Mother & Daughter 2007>처럼 화면 속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것은 노래처럼 메아리치고 있으며, 우리들의 마음속을 파고든다. 그것은 동네에서 숨바꼭질 하면서 나누던 이야기에서부터, 부부간의 사랑의 속삭임 그리로 할머니가 들려주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그것은 작은 나무의 실루엣으로 화하여 상징적으로 표현되며, 기호화되어 등장한다. 그 기호는 이미지의 파편처럼 맴돌기도 하며 화면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기도 하고 중앙에서 서성거리기도 한다. 그 기호들이 상호간의 대화의 매개체가 되어 이야기를 구축하는 중요한 단서로 작용하여 회화를 건조하지 않게 이끌며 실제로는 구성상의 중심체가 되는 것이다. <H&S Self Portrait 2007-1>의 경우는 자신이 어떤 나무에 기대어 처량하게 서 있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마치 회개하거나 어떤 대상에 대하여 하소연하는 듯한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주변에는 많은 기호들이 그려져 있고, 천으로 둘러 쌓인 거대한 면적의 중앙에는 두 아이가 그려져 있다. 작가는 누구에게 그리고 무엇을 하소연하고 있는가? 그리고 작가는 어떤 내용으로 이러한 그림들을 마무리하고자 하는가? 모든 내용들은 작가만이 알고 있는 비밀과 같이 숨겨진 것으로서, 그것은 그림이기 이전에 하나의 소설이자 시이다. 2007년 8월 - 박기웅(미술학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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