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마음을 관통하는 자연의 빛-최기득
                             
                       마음을 관통하는 자연의 빛

  한임수가 자연을 바라보는 방식은 극히 비(非)자연주의적이다. 이 말은 다분히 모순된 의미를 담고 있는데, 한임수는 그런 모순을 오히려 회화적인 방법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자연을 대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소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최대한 닮게 묘사하는 태도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의 실제 모습과는 상관없이 자연 속에 주관성을 주입하거나 자연을 주관 속으로 끌어들여 비(非)물질화하는 태도이다.
  비(非)물질화된 자연, 이것은 바로 한임수의 화면이 발산하는 ‘빛’이다. 그에게 자연은 소담스럽고 조화로운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와 한없이 넓게 번지는 빛으로 변한다. 여기서 우리는 시각적인 빛과 마음의 빛이라는 두 가지 종류의 빛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이미 오래전에 한임수는 ‘마음의 빛’에 매료되어 있었다. 잡다한 화구가 널브러진 작업실을 비스듬하게 비추는 빛은 그의 마음을 예리하게 관통하는 빛이었다. 다분히 사실적인 그림이었지만 그 그림을 읽기에는 마음의 빛을 느낄 수 있는 애잔한 준비가 필요했다. 
  이제 한임수의 마음에 들어온 빛은 한층 더 확실하고 광대해졌고, 그의 그림에서 나는 오로지 빛만 느낀다. 윌리엄 터너(William Turner)와 마크 로드코(Mark Rothko)가 느꼈던 빛, 열정적이고 서정적인 빛, 광학적이고 자연주의적인 안목으로는 도저히 해석되지 않는, 오히려 해석할 필요 없는 바로 그 빛에 한임수는 함몰해 있다. 
  대부분 붉은 색으로 드러나는 그 빛은 그가 구구절절한 말로 설명하기 싫어하는 자신의 실체이자 억제된 자아의 분신이다. 붉은갯벌을 보라! 애써 정제하지 않은 그 신선한 마음의 빛이지 않은가!

                                        최 기 득(대구예술대학교 교수)

시원한 소낙비 소리처럼, 새의 눈빛처럼-장석원
                             시원한 소낙비 소리처럼, 새의 눈빛처럼...


장석원 | 미술평론가

한임수는 순천에 거주하는 서양화가로서 순천만의 넓은 지평에 붉은 칠면초가 펼쳐진 풍경을 즐겨 그리고 있다. 텅 빈 공간을 향하여 붉게 지평의 점유 의지를 표상하는 듯, 토착적 순수 의지를 말하고 싶어 하는 듯 하다. 뭉게 구름이 가득한 푸른 하늘과 붉게 다져진 땅 그리고 미미하게 서있는 집한채, 그로부터 절박한 고독과 순수 의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것이겠지만, 도시의 한 젊은 예술가가 가질 수 있는 내면의 풍경이기도 하다.

예술에 대하여 천편일률적인 시각과 판단을 버려야 한다. 예술에 수학 공식같은 법칙을 적용시키려는 어리석음을 또한 버려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버린다는 생각까지도 버려야 할 것이다. 장마철 이따금씩 떨어지는 시원한 소낙비 소리처럼, 천리 밖을 날아와 막 나뭇가지에 앉으려는 새의 그 눈빛처럼 공감할 수 있거나 무지하거나, 즐길 수 있거나 알 수 없거나 하는 것 아닐까?

이러한 물음과 계기를 만들어주는 예술가들에게 우리는 격려와 경의를 표해야 할 것이다.

열정적 빛이 가득한 붉은 갯벌과 붉게 다져진 땅..-아트뮤제 (문정희)
문정희 글
열정적 빛이 가득한 붉은 갯벌과 붉게 다져진 땅 그리고 한층 더 확실하고 광대해진 색의 향연, 그로부터 절박한 고독과 순수 의지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내면의 풍경이 작가 한임수의 회화이다. 그에게 자연은 소담스럽고 조화로운 이미지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속에 들어와 한없이 넓게 번지는 빛으로 변한다.(출처 : 아트뮤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