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공간과 선의 조형성, 인민영의 조각과 그 의미_김종길

공간과 선의 조형성

- 인민영의 조각과 그 의미-

 

인민영은 나비를 통해 자아의 껍질을 벗는다. 나비의 생태적 속성이 고치를 통해 새로운 변이를 꿈꾼다는 것을 상기하면, 예술적 상징으로 표현되는 나비는 예술가 자신의 투영된 ‘자아’와 같다고 볼 수 있다.그는 예술가로서 작은 체구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인지 그의 팔의 손놀림은,절대적이라 할 수 있는 조각 작업에서 더 이상 불리한 조건일 수가 없다.이런 육체의 조건을 벗는 것과 작품의 의미를 구축하는 일이 그에게 삼투압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그러나 예술의 의미를 크고 작음으로 판단할 수 없듯이 우리는 그의 작품이 지닌 새로운 변이에 대한 의지를 뚜렷이 볼 수 있게 된다. 

 

예부터 흰 나비는 상(喪), 노랑과 호랑나비는 길(吉)의 상징이다. 또한, 나비는 일반적으로 부귀와 아름다움, 행운을 상징한다. 그리고 우리 선인들은 죽은 이의 영혼이 나비로 환생한다고 믿었다. 색(色)과 상관없이 나비가 죽은 이의 영혼이라는 전통적 의미는 삶과 죽음을 뛰어넘어 부활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하지만,인민영의 나비는 자신의 자아를 대입시켜 표현하였고, 그의 나비는 자아의 음율적 표현의 부활인 셈이다. 그의 나비들은 조형적선으로 이루어져,무한의 공간들 사이에서 날아다닌다.

그는 철선 조각을 이어 붙여 공간을 만들고, 공간 속에서 이어져 나비가 탄생된다.조형적 선으로 이어가는 이 작업은 

단지 철선일 뿐인 물성이 작품이 되고, 생명이 되는 과정이다. 그는 조용히 앉아 반복적이며 긴, 이 행위를 통해 나비의 집을 만든다. 그의 작품 속의 나뭇잎들은 나무의 확장선이며, 자연의 몸이다. 나비들은 이 몸에 기대어 새 몸을 얻고, 

어느 한 영혼이 된다. 그런데, 이 잎의 몸들은 아직 찬란하지 않다. 그것들은 줄기차게 성장하는 혈맥의 상태에 있다. 

나비들 또한 그 안에서 새 빛의 몸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글: 김종길

자연을 담아 희망을 노래하는 조각가 인민영

자연을 담아 희망을 노래하는 조각가 인민영-

 

자연의 모든 소재가 나의 모티브이며, 자연이 보여주는 순환적 가치를 재구성한다. 작품 안에서 이상을 꿈꾸며 안식과 치유를 받는다. 평범한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고, 관람자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바라며, 오늘도 어김없이 작업실로 향한다. (작가노트 중에서)

 

인민영 작가는 출퇴근하면서 마주하는 자연을 보면서, 사계절 순환하는 자연의 변화를 감지하고, 자연에서 발견되는 식물들을 작품의 소재로 삼는다. 네 잎 클로버, 연꽃, 이름 없는 들꽃을 영원의 시간 안에 가둔다. 예술가는 시간의 제약을 벗어나 영원히 존재하는 작품의 창조자이다.

 

작가는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희노애락애오욕의 감정을 자연에 투영하면서 느껴지는 변화된 감정을 통해 마음의 치유와 위안을 삼는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의 신비로움에 경외감을 느낀다.

 

척박한 땅 위에서도 힘겹게 버티며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식물처럼, 현실의 힘든 삶 속에서 꿋꿋하게 작업에 몰두한다. 노동으로 번 돈으로 작품 재료를 구입하고, 작업에 몰입하면서 현실 속 상념을 잊는다. 자연의 끈질긴 생명력을 희망의 소리로 작품화한다.

 

그리스 신화에는 판도라 상자 이야기가 있다. 판도라가 절대로 열지 말라는 상자의 뚜껑을 열었더니, 그 속에서 온갖 재앙과 악이 뛰쳐나와 세상에 퍼지고, 상자 밑바닥에는 희망만이 남았다. 인간은 희망을 통해서 현실의 고통을 이겨내고, 꿈을 이루어가는 존재이다.

 

회화 작품이 선에서 출발하듯이, 조각 작업도 가느다란 스테인리스 스틸 선으로 시작한다. 작가는 물 흐르듯 유연한 자연의 흐름을 선으로 함축한다. 부드러운 선들이 모여서 강함을 이루고, 강함 속에 부드러움이 존재한다.

 

자신과 관람자의 행복을 위해 행운의 상징인 클로버를 만들고, 맑고 투명한 지혜를 소망하며 자비의 상징인 연꽃을 작품 속에 담아낸다. 선인장의 형태를 단순화한 작품 위에 연꽃을 올려놓아서, 가시로 둘러싸인 험난한 인생 여정 끝에는 지혜의 꽃을 피운다는 메시지를 담는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노자의 말처럼 강한 나무는 비바람에 부서질 수 있어도 하늘하늘한 클로버나 연꽃은 바람 가는 대로 몸을 맡기며 버틴다.

 

작가는 자연 속 대상을 기호화하고 상징화하여 의미를 부여한다. 상징주의를 클로버와 연꽃 같은 기호를 사용하여 관람자에게 시각을 통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기호는 시처럼 함축적이고 간결한 언어이다. 기호를 조각 작품에 대입하여, 조형성과 상징성을 결합시킨다.

 

작가는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여자지만 혼자 힘으로 스테인리스 스틸을 자르고 용접한다. 작품에 여성성을 담아내서 미적 가치를 더한다. 파스텔톤 컬러를 입혀서 시각을 자극하지 않고,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 소박함을 표현한다. 강하고 강렬한 직선적 형태보다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를 선호한다.

 

하늘하늘 연약해 보이는 네잎 클로버는 작가 자신의 현실 상황이고, 연꽃은 이상을 추구하는 작가의 미래 모습이다. 심벌을 빗대어 표현하는 작가의 방식은 작가의 내성적인 심리상태의 표출이다. 사람들과 만나는 것보다 자연과 대화하는 것을 즐기는 작가는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조각 작업을 통해서 행복을 추구한다. 작가가 자연에서 발견한 다음 소재는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아트스페이스 H 대표 철학박사 권도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