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총체적인 몸의 감각으로 이룬 숲의 풍경_박영택(경기대 교수, 미술평론가)
총체적인 몸의 감각으로 이룬 숲의 풍경
- 박영택 / 경기대 교수, 미술평론가

그는 자신의 일상에서 만난 자연(나무)을 그렸다. 대부분 동백나무 숲이다. 그러나 그 숲은  매우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다. 어느 날 숲이 자신에게 다가와 감정의 파문을 일으키는가 하면 익숙한 세계에 구멍을 내고 파열음을 만들어냈던 것 같다. 작가는 자신이 보고 있는 지금의 풍경, 대상을 다시 보고 또 본다. 자신이 보고 있고 알고 있는 것만이 전부는 아님을 깨닫고 그것을 온전히 보고자 열망하며 그린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것만이 세계는 아니다. 작가란 존재는 인간이 감지하는 이 세계 외에 어떤 것을 기어코 보는 이다. 그림을 그려나가는 시간 동안 그는 알 수 없는 의문과 지속적으로 대면한다. 결국 그가 그린 것, 재현한 것은 특정 대상의 외양이 아니라 그로부터 촉발된 자기 내부의 온갖 것들이다. 
강종열의 숲은 보이는 외계의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그림으로 보여 지는 것은 화면 밖의 사물과 유사한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출발하여 더 멀리 간다. 결국 남겨진 화면은 질료와 붓질, 거대한 색 층으로 뒤덮인 추상적인 화면이다. 특정 대상의 재현이고 가시적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실은 그 이면을, 세계의 내부를 보여주고자 하는 데서 풀려나온 결과다. 그는 자신이 목도한 숲을 상투적이고 관습적 시선이 아닌 그것 자체로 생생하게 접촉할 때 생기는 생소함을 그리고자 했다. 그러니까 의미가 소멸된 사물 자체를 바라보게 되는 순간, 순전히 보고 있는 그 자체를 그리는 것이다. 그러자 사물은 비로소 의미의 대상이 아닌‘의미의 주체’가 된다. 알려진 모든 선입견과 편견이 지워진 지점에서의 사물과의 우연한 만남, 맞닥뜨림, 그리고 이로부터 또 다른 가능한 세계와 대면하게 하는 것이 그의 그림이다. 그것은 분명 여기, 이곳의 풍경이지만 동시에 이곳에 없는 풍경이기도 하다.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 있는 묘한 풍경이다. 따라서 그것은 현실과 비현실, 시각과 비시각, 객관성과 주관성 사이에 위치한 모호한 풍경이 되었다. 

 본다는 행위는 헤아릴 수 없는, 형언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 기억 등을 동반한다. 작가는 자신의 신체가 받아들인 그 지각, 감각을 형상화하고자 했다. 숲에서 접한‘순간적인 느낌들을 재구성’하면서 자신이 보고 느낀 그것을 그리고자 한 것이다. 그는 익숙하지만 알 수 없는 주변의 나무와 숲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려고 그린다. 그들이 뿜어내는 영기를, 놀라운 매혹을 낚아채고자 하는 것이 그의 그림이다. 그렇게 해서 새삼스럽게 숲을 에워싼 공기와 빛의 흐름, 바람의 흔들림과 이동경로, 그 속에 겹겹이 차있는 무수한 색채와 질감 등을 그리고자 했다. 지금까지의 구상화와는 다른 차원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