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김가빈 작품세계
작품세계

예술은 작가와 작품 즉 예술가와 예술작품을 포괄해 말할 수 있다
현대 예술의 유형은 다양하고 문화적 뿌리가 복잡해 고정된 틀 안에 가두어 놀 수는 없다 예술 활동은 우리의 삶을 근거로 해 창작되어지고 그 창작물에 의해 작가의 사상이나 감성, 정감 또는 개성이 나타나진다. 또한 그 예술품과의 교감은 감상자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그것은 예술체험으로 이어진다.

작가의 작품을 장르로 구분하자면 한국화(동양화)이다. 동양화라는 명칭은
일제시대에 민족주의 말살정책으로 국적불문의 명칭을 사용하도록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한국화는 먹과 화선지를 이용한 수묵화를 연상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채색화라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있었다. 시조는 고구려 고분벽화의 채색기법으로부터 기원이 되고,  조선시대에 왕식과 귀족의 실내를 장식하는 병풍으로부터 서민들의 사랑이 되었던 민화에 이르기 까지 사랑받던 채색화는 현대에 와서 불이 지펴지기 시작했다.
유화가 캔버스에 오일페인팅을 주조로 한다면 채색화는 두꺼운 장지(닥나무로 만든)에 분채와 석채라는 분말과 돌가루, 수정말과 같은 물감을 아교에 반수해 그리는 수간채색이다. 페인팅층이 아무리 두껍게 올라와도 투박하지 않고, 그 투명함과 영롱함이 다른 것에 비할 수 없다. 많은 시간과 공정과 정성을 들여야 표현되는 표면에 느껴지는 유리질 질감은 보석을 보는 듯한 감흥을 맛볼 수 있다.  
작가의 예술적 컨셉은 재료의 하모니와 색채의 향연이다. 회화와 세라믹, 그 외의 공예 작품들 속에서  화려한 칼라는 곳곳에서 표현되어지며 그것은 무척 다양한 작품들을 한 덩어리로 묶어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그러한 색채는 다양한 재료 사용과 실험적 기법의 발현으로, 작가의 개성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삶속에 등재 되는 인간과 자연을 탐미적인 시각으로 보는데 있다. 낭만주의, 유미주의가 내포되어있는 작가의 감성은 지구상에서 아름다움의 대표적 유기체라 할 수 있는 여인과 꽃, 자연, 전통의 재해석등을 대상으로 하여 환상적면서 사실적비구상 작품을 창조한다. 마치 꿈꾸고 있는 듯한 환상적인 화면구성으로 사실주의적 관점에서 대상을 표현한 작업 성향은  다양한 이미지와 풍부한 색채로 환상적이며 아름다운 한편의 서정적 스팩트럼를 연출하여 전통과 현대의 접목으로 이어진다. 실험적인 작품세계를 통해 전통과 현대의 연계성을 되물어 스스로를 이탈시키어 현대미술 고유의 성질인 투명한 정신성으로 조형적, 독창적으로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하모니를 이룬다. 현대적인 개념과 전통적인 소재의 조화, 여백미를 해석하는 공간의 채움과 비움의 조화, 은유적으로 배어나오면서 강하고 화려한 컬러들의 조화는 패쇠된 자의식에서 풀려나 자유로운 사고를 지향하여 도자기와 칠보라는 또 다른 장르에서 다채롭게 드러난다. 보다 폭넓은 창작의지는 소재와 주제에 확장이라는 것을 선택하고 그 선택작업은 일반적으로 예술품에 대한 어려운 인식을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생활 속에 담아 삶의 가치를 풍요롭고 아름답게 하기위한 창작활동으로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현재 강화 초지대교 건너 20분 거리에 동검도라는 작은 섬에서 자연에 몸담아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색과 감성이 빚은 새로운 세계_홍경한(미술평론가)
색과 감성이 빚은 새로운 세계

홍경한(미술평론가)

예나 지금이나 구성주의에 입각한 형상과 마음 속 순수한 조형성을 고루 전개시킴을 확인토록 하는 화면, 여유로운 듯 배어나오는 스토리는 여전히 그의 작업의 특징으로 자리한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나아가 예의 무의식의 행로를 거친 채록의 수행, 수 없이 많은 실험과 반복적인 수련을 통해 기존과 변용을 오가거나 순환시키며 하나의 것을 재창조, 또는 재해석하는 의지는 지금도 그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알고리즘이 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분명히 그의 작업들은 달라졌고, 서사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변화의 중심엔 작가가 살고 있는 환경과 그로 인한 심상의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작가는 몇 년 전 인천시 강화군 소재 ‘동검도(東檢島)’라는 작은 섬으로 이주했다. 면적 1.61㎢, 해안선길이 6.95㎞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이곳에서 마주한 풍경들은 복잡한 도시를 벗어난 그에게 또 다른 영감과 감동을 제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시사철 체감하는 계절의 풍미, 밤낮 서로 다른 얼굴로 다가오는 섬의 표정들, 그리고 바다와 나무와 꽃과 바람과 구름과 햇살에 실려 오는 리듬 같은 자연미는 일생을 화업으로 삼아온 작가에게 작은 감성으로 전이되기에 부족함이 없음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대도시완 다르게 문화시설도 없고 사람도 드문, 그래서 한편으론 쓸쓸하고 적막하기까지 한 공간이지만 그만큼 작가에겐 삶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 공허함, 행복감 등의 여러 미적 단초들을 획득할 수 있는 계기된 것은 아닐까 싶다.
흥미로운 건 그와 같은 일상의 여백과 자연미를 텃밭으로 한 심상이 여울이 되어 작금의 그림 속에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작가는 잔잔하게 찰랑거리는 바다의 일렁임, 맑고 신선한 공기의 흐름까지 작품 속으로 거둬들였다. 색깔로, 형상으로 생성했다. 문득 문득 찾아드는 내안의 외로움은 푸른색과 흰색을 주조로 한 청량한 컬러로 물들여졌으며, 자연으로부터 전달된 별빛과 일렁이는 바다 물결, 자연에 산재한 꽃들은 적막함으로, 고요로, 혹은 사색으로 자리 잡은 채 깊은 남색의 칠보와 메탈로 각인됐다. 이처럼 작가는 환경의 변화를 미의식의 진폭으로 수용했고, 이는 이전 작업과의 변별력을 부여하는 요소가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중 나무는 김선자 작업에 있어 중요한 소재로 자리한다. 그것은 일종의 메타포로써, 그 자신을 의미하거나 특정한 유무형을 대리한다. 하얀 나무 위 커다랗고 붉은 열매와 꽃들은 그 만개한 개수만큼이나 그의 꿈과 바람을 상징한다. 뜰에서 바라보이는 푸른 바다와 생명으로 꿈틀거리는 갯벌은 부푼 희망의 기호이며, 이는 컬러가 되어, 이미지가 되어 캔버스에 배어든다. 이들은 그의 그림을 동화(童話)적, 이상적, 몽환적으로 물들이며, 아름다운 장식적인 미와 순수 회화의 가치를 동시에 일궈내는 분동으로 변모한다.
전통적인 채색화의 기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치열하게 새로운 기법을 연구하고 예술적 대상을 해체시킴과 더불어 다시 하나의 화면에 집약시키는 방식으로 또 다른 고유한 조형언어를 만들어 가는 김선자의 작업은 궁극적으로 미적 완성을 위한 쉼 없는 노력과 스스로 창조해가는 다양한 재료를 통해 자신이 마련해 놓은 희망과 꿈의 세계로 우릴 불러들인다. 그가 누구든 정감어린 언어로 따뜻하게 맞아들인다. 여기엔 이질도, 세월의 간극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엔 그저 동화된 세계, 공명의 흔적들만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