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흠 작가의 작품세계 | |
사탕은 우리에게 풍요와 행복의 은유적 오브제이다. 달콤함은 의식주가 아닌 모든 것이 채워졌을 때 비로소 풍요의 단계로 한걸음을 나아가는 선택적 요소이다. 사탕이 없어지더라도 우리의 삶의 질은 크게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예술을 하는 행위도 어쩌면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런 상징을 가진 사탕이기에 그 자체로 행복과 여유, 풍족함이나 달콤함 등 필수 조건 이상의 감정이 생긴다. 달콤함이라는 감정은 우리에게 표현할 수 있는 감정의 종류 중 가장 행복한 묘사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는 분명 과거에 비해 풍요의 시대 위에 서있다. 내가 미술공부를 하던 시기에 미국의 화가 Wayne Thiebaud(November 15, 1920 – December 25, 2021)의 작품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다. 그의 작품은 케익과 디저트를 유화로 표현한 작품인데 엄밀히 말해 그의 젊은 작가시절의 디저트를 표현한 작품이다. 누가 봐도 케익의 색채며 디자인이며 1960-70대 풍요로운 미국의 베이커리의 한 진열대가 떠오르는 작품이다. 그 당시 나는 민중미술과 같은 시대적 예술만을 통해서 그 시대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리고 그것이 예술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믿었다. 우리나라의 민중미술이 그러하듯 시대를 그려내는 예술이 울림을 준다고 믿었던 나에게 케익 한조각을 맛깔스럽게 그려낸 티보의 작품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당시의 케익이나 디저트 같은 작품은 미국 혹은 당시의 빈곤의 결핍이 없던 선진국이 아니고는 엄두조차 내지 못할 풍요로운 시대적 장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기억이 분명 나의 작품세계에 묻어 있다고 믿는다. 재밌게도 웨인 티보 작가는 작년 2021년 크리스마스인 12월25일에 별세했다. 그 다운 어울리는 삶의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사탕을 왜 그리냐는 질문에 내가 살고 있는 시대를 보여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사탕 혹은 진열대의 쇼윈도를 그리며 어떻게 한국의 현재를 보여줄 수 있을지 나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오로지 나의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달콤한 오브제를 통해 담아내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은 시간이 지나 어느 세대가 내 작품을 마주했을 때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그러했듯 그들 또한 내 작업에서 위안과 행복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번 전시의 신작은 sweets(사탕), color(색채), name(이름)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탕이라는 오브제를 표현하기 위해 캔버스를 떠나 합판을 잘라 표면처리를 하는 과정부터 마감까지 온전히 작가의 손을 거쳤다. 공예 혹은 부조와 같은 느낌이 나는 소품작업 26점과 사탕의 감각적 이미지를 시각화한 캔버스 작업을 선보인다. 소품 캔디 작업은 일상에서 느낀 색채를 조합하여 캔디를 사실적으로 표현하였다. 마치 캔디라는 캔버스에 방사형 스트라이프 추상회화 작업을 하는 느낌으로 색을 조합해 표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name(이름)은 이번 작업에서 처음으로 각 작품의 색을 조합하여 그릴 때 영감 받은 요소들을 작품의 제목으로 작명했다. 날씨에 영감을 받거나 일상 혹은 꿈에서 영감을 받은 색채 등 다양한 요소들을 기록했다가 작품의 색채로 표현하였다. 작은 작품들이 모여서 새로운 색채가 진열되어 보여지는 것은 쇼윈도 작업과 같은 맥락을 이어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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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깨우는 달콤함 : 이흠의 사탕그림 | |
나를 깨우는 달콤함 : 이흠의 사탕그림
이흠의 사탕그림은 감각적이다. 화면 가득히 확대된 오색찬란한 사탕은 우리의 미각과 시각을 동시에 자극한다. 투명한 비닐에 쌓이거나 유리 진열장 안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달콤한 것들은 신비하고 영롱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실물인 듯 사진인 듯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달콤한 것들이 주는 여운은 몸의 오감을 타고 확산되어 기억 속에서 증폭된다. 사탕을 소재로 극사실회화와 추상회화를 모두 그리는 이 흠의 작업은 달콤한 것들의 물질성과 비물질성을 함께 보여준다. 견고하게 잘 그려진 사탕 앞에 서면 사탕을 입에 물었을 때처럼 달달함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이내 입가에 미소가 번지면서 어깨의 긴장이 풀어진다. 잠시 눈을 감으면 사탕 하나에 행복했던 순수한 시절이 생각나기도 하고 누군가와 행복했던 아름다운 장면이 머리 속을 스치기도 한다. 입 안의 사탕이 녹아 없어질 때쯤 다시 눈을 떠보자. 강렬한 물감이 유연하게 화면 전반을 흐르고 있는 추상화가 눈 앞에 있다. 좀 전에 떠올랐던 기억의 잔영들이 뒤섞여 있는 내 머리 속을 들여다보는 듯 묘하다. 주변에는 달콤한 향기만 아련히 남아있다.
조의영 롯데갤러리 큐레이터 글에서 발췌 |
ARTIST Critic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