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기억 속의 노트_pollen, 녹청자를 품다

기억 속의 노트_ pollen, 녹청자를 품다

 

- 시간의 흔적 속에 꽃을 담다

시간의 흔적은 작품 표면에 균열로 남게 된다. 

이렇듯 내가 선택한 크랙기법은 시간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결과물로 오랜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다 . 

 

고려시대부터의 녹청자 제작터였던 경서동 도요지를 자연스럽게 만나 녹청자의 느낌을 작품에 도입하였다. 녹청자는 고려시대 초 그 이전 신라후기부터 만들어 지기 시작했다고 알려졌으며, 광구병, 대접, 접시가 대표적이다. 녹청자란 모래 등이 섞인 거친 태토 위에 회유계의 유약을 발라 구워 유면이 짙은 녹색을 띠면서 우툴두툴 고르지 않게 만들어낸 청자로서, 서민들의 생활용 청자들이었다고 한다. 

그곳에서 눈길을 끈 녹청자는 우선 깨지거나 갈라진 것들로서 시간의 흔적인 크랙의 이미지로 다가왔고 그러한 자연스러움으로부터 서민적인 재질의 푸근함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러한 서민적 재질은 자연과 일상에서 바라본 시선으로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곡선과 직선으로 산과 땅의 모습으로 선율과 리듬감으로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식물이나 풀, 들꽃 냉이를 오래되어 갈라지고 부서진 천 가지 만가지로 갈라지고 벌어진 녹청자도자기 틈새 사이사이로 느껴지는 시간의 흔적 내 안에 내재되어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캔버스에 담았다.” 

 

어린 시절보고 느꼈던 자연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을 좋아한다. 특히 시골의 들녘 잔잔하게 흐드러지게 피여 있던 고향의 냉이씨꽃이 가지고 있던 친근함을 발견했다. 냉이 꽃은 다른 꽃들처럼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작은 씨방에 오로지 미래의 약속인 씨앗을 품고 봄바람에 끝없이 이리저리 뒤채이면서도 제자리를 지켜내는 것이 녹청자의 소박한 모습과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씨앗을 품은 씨방은 작지만 다부진 하트 형태 안에 소중한 미래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냉이꽃과 녹청자는 공통적으로 평생을 묵묵히 일하여 꿋꿋하게 한국 서민들의 질박하고 끈질긴 삶과도 통하는 바가 있었다. 나에게 그림은 내 자신의 대화의 도구이고, 즐거움의 연속이다. 

 

지금껏 그랬듯, 질리지 않고 마음 속을 그려왔고 화폭에 되살려온 꽃의 말이며 그 꽃가루와의 만남, 즉 폴렌이 품는 시간이 될 것이며. 오랫동안 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소소하게 작업하고 싶다.

POLLEN, 녹청자를 품다 (이성미의 회화적 여정)_서길헌(미술비평, 조형예술학박사)

POLLEN, 녹청자를 품다 (이성미의 회화적 여정) 

ㅡ 서길헌(미술비평, 조형예술학박사)

 

 

 

녹청자의 신비로운 색채가 여백 속에 놓여있다. 녹청자를 품은 캔버스는 단아하기 까지하다.

이성미 작가의 'POLLEN, 녹청자를 품다' 개인전은 한국적인 미와 정서가 스며든 13점의 아크릴화가 전시 되었다.

 

 

-이성미의 회화적 여정 

"그녀에게 냉이꽃만큼은 그녀의 그림에서 고향의 들판은 환하게 밝은 하늘색의 화면을 조형적으로 분할하는 꽃잎과 잎새들의 색묘나 점묘를 통한 아련한 추억의 공간으로 되살아 났지만 그러한 공간을 변함없이 꿰어주는 것은 늘 냉이꽃, 또는 냉이씨꽃의 이미지였다. 작디작은 꽃이파리들이 모두 떨어지고 난 뒤의 꽃이 아닌 그것을 그녀가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부르듯 자연스럽게 냉이씨꽃 이라고 이름 하여도 좋을 것이다. 아니면 그것은 그녀의 기억에 뭉뚱그려진 채 익명의 꽃의 이미지로만 남아있는 다른 모든 꽃들을 아우르는 꽃의 메타포였다.

 

이성미는 인천 서구지역에 오랫동안 살면서 고려시대부터의 녹청자 제작터였던 경서동 도요지를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다...(중략) 

 

그녀는 거기에서 자신의 ‘이곳’이 과거의 ‘저곳’과 연계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것을 연결시키는 것은 화가 자신의 기억을 통해 그녀에게 끈질기게 따라다녔던 냉이씨 꽃이었다. 그 꽃은 그녀가 어릴적 보낸 고향에서의 녹색의 시간과 공간을 품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모든 꽃을 함축한 형태로 자신을 따라와 끊임없이 그림을 그리게 하던 고향의 끈끈하고 질박한 기억과 새삼스럽게 다시 만났다...(중략)

 

그녀는 녹청자 도자기들의 오래되고 갈라진 크랙과 문양을 그림의 밑바탕으로 하여 고향에서부터 간직해왔던 꽃의 몸체를 새롭게 빚어냈다. 화가 이성미는 고향에서부터 끈질기게 자신과 함께 해온 들꽃 속에 간직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녹청자 도자기의 이미지를 통해 되살려냈다. 그것은 지난 문화의 단순한 재수용이 아니라 지나간 삶의 실체인 역사를 다시 끌어안는 것이다. 인천지역의 살아있는 역사인 녹청자 도자기에게 이것은 또한 오랫동안 이곳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한 화가의 시선과 만나는 새로운 자리가 될 것이다. 그것은 오랫동안 화가 이성미가 마음속에 그려왔고 화폭에 되살려온 꽃의 말이며 그 꽃가루와의 만남, 즉 폴렌이 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녹청자 내면 아름다움 화폭 담다

녹청자 내면 아름다움 화폭 담다

내달 1일~15일 KMJ아트 갤러리

 

[인천신문 송정훈 기자] 

고려청자, 조선백자는 익숙해도 녹청자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녹청자는 통일신라 질그릇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다가 점차 세련된 제작기법이 동원돼 본격적인 청자로 발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에는 녹청자를 질그릇에서 청자로 가는 과도기의 초기 청자로 인식했으나, 최근 문화재적 조사결과 고려 초기부터 중기, 후기에 걸쳐 생활용 막청자로 널리 제작한 것으로 추측된다. 

 

작가 이성미는 인천 서구 지역에 오랫동안 살면서 고려 시대부터의 녹청자 제작한 터였던 경서동 도요지에서 만난 녹청자에 느낌을 자기 작품에 담나 내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녹청자는 우선 깨지거나 갈라진 결이 시간의 흔적인 크랙의 이미지로 작가에게 다가왔고 청자나 백자가 가진 외면의 화려함 보다 서민적인 재질의 푸근함으로 다가오는 녹청자가 보여주는 꾸미지 않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았다.

 

보이는 화려함보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 또한 녹청자와 닮았다. 

 

이번 전시에는 고향에서부터 끈질기게 자신과 함께 해온 들꽃 속에 간직한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녹청자 도자기의 이미지를 통해 되살려냈다.

 

또  곡선과 직선을 이용 산과 바다 그리고 땅의 모습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인천지역의 살아있는 역사인 녹청자 도자기에서 이것은 또한 오랫동안 이곳에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한 화가의 시선과 만나는 새로운 자리가 될 것이다. 

 

그것은 오랫동안 화가 이성미가 마음속에 그려왔고 화폭에 되살려 온 꽃의 말이며 그 꽃가루와의 만남, 즉 폴렌이 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출처 : 인천신문(http://www.incheonnewspap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