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coq-imperial] 과감하고 실험적인 수탉의 포효 <제왕수탉> 이승철 작가

coq-imperial 

 

반세기 빨간 벽돌의 교회 건물이 예술 공간으로 거듭난 춘천미술관은 '힘찬 기운생동의 고장, 춘천'을 상징하는 닭 그림 작가로 이승철을 선택했다. 

제왕 수탉은 이승철 작가의 자화상이자 우리가 모두 살고자 하는 삶의 에너지를 나타낸다. 새로운 형식실험, 다양한 패턴과의 조화, 왕관으로 변주된 벼슬, 정면성의 원리에 입각한 개성 어린 눈, 험한 세상을 이겨내는 두터운 발의 표현들은 작가만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다.

과감하고 실험적인 수탉의 포효(咆哮=힘찬 울림)는 코로나로 사그라든 오늘의 삶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다.

작가는 소정(素丁) 황창배(1947~2001)의 자유로운 파격을 만난 이후 획의 과감함을 형상을 구획하는 골(骨)로 삼고, 한국화의 특수성을 서구적인 보편성 속에 조화시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자세를 작품 안에 구현 중이다.

민화(民畵)와 팝아트를 조화시킨 독특한 수탉의 형상은 동서고금(東西古今)의 정서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화를 이뤄낸 오랜 고민의 결과이다.(평론 발췌)

 

안현정(미술평론가, 예술철학박사) 

이승철 : 제왕수탉

이승철 : 제왕수탉

 

상징의 힘 Puissance du symbole

작가 이승철은 작업의 대상을 바라보는 화가로서의 예민한 의식을 통해 닭이라는 동물의 신비 속에 기꺼이 뛰어들었다. 그렇게 화가의 ‘그린다’는 행위는 실제세계에서 가져 온 형상이나 소재들을 종국에는 상징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그것을 그려내는 화가의 정신에, 또한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의 정신에도 강렬하게 작용하는 이 상징은 화면에 드러난 이미지다. 화가는 문화의 영역에서 중요한 배역을 맡고 있는 배우이다. 어떤 면에서는 마술사나 무속인과도 맥을 같이하는 요소가 있다. 말하자면 막막한 미래에 대한 설명을 구하는 능동적인 몽상가라고나 할까. 그러한 정신적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작가는 마술적인 변형을 적용해 자신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구상적 요소들을 상징 으로 끌어 올리고 있다.

 

제스츄어의 힘 Puissance du gesture

이승철의 수탉 그림을 살펴보면, 우리는 화가의 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동물인 닭의 형상이 어떻게 차츰 상징으로 변형되는지 깨닫게 된다.물론 이것은 단박에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동물이 보여주는 조형적 풍부함 뿐 만 아니라 그것이 지닌 다양한 의미들에 깊숙이 파고 들어야 한다. 상징은 민감한 의식의 깊이 있는 심화를 가능하게 한다. 이승철은 수도 없이 많은 닭 그림을 그리면서 그것이 우리의 정서를 환기하고, 감각을 일깨우며, 우리의 눈을 노래하게 하는 한 방법이라는 것을 완벽히 이해 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회화적인 강렬함이 작품 수량의 축적과 이미지의 변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그의 작품과 마주하면, 우리는 의식의 새로운 상태를 일깨우는 어떤 강렬한 감각의 문턱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_장 루이 쁘와트방Jean-Louis Poitevin의 평론 중에서

대지 움켜잡은 ‘수탉’, 눈빛으로 새날 깨우다

대지 움켜잡은 ‘수탉’, 눈빛으로 새날 깨우다

 

강렬한 원색의 위풍당당한 수탉의 미술관 곳곳에서 홰를 친다. 관객을 노려보는 수탉은 금방이라도 힘차게 날아 그림 밖으로 뚫고 날아올 듯 하다.

 

이승철 작가의 초대개인전 ‘제왕수탉-힘찬 울림’전이 오는 31일까지 춘천미술관에서 열린다. 춘천시와 춘천미술협회가 함께 주관하는 이번 전시에는 제왕수탉을 소재로 꾸준히 작업해 온 이 작가의 작품 45점이 전시된다.

 

이승철 작가의 제왕수탉은 흙바닥의 모이를 쪼며 하릴없이 마당에서 두리번 대는 닭이 아니다. 힘없이 목이 비틀어지고 튀겨지는 닭도 아니다. 부릅뜬 눈으로 광활한 하늘을 바라보고, 두껍고 날카로운 발로 대지를 움켜잡으며, 마음껏 포효하는 제왕이다. 낮과 밤의 경계에 있는 동물, 밝은 새날을 상징하며 새벽을 깨우는 제왕수탉의 매력이 낯설지만 강렬하게 다가온다.

 

닭은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동물로 여겨져 왔지만, 이 작가의 수탉들은 우리와 ‘거리두기’를 한다. 눈빛이 강렬하고, 벼슬은 왕관처럼 보인다. 과감하게 휘감은 화려한 오방색은 주술적, 원시적 느낌도 강하게 줘서 한두발짝 물러나 보게 된다. 민화, 컴퓨터 그래픽, 팝아트, 드로잉, 설치까지 표현 방법과 소재들이 매우 다양하지만 원기 왕성함과 절대 권력의 이미지는 같다.

 

스타벅스 로고나 와인 병 안으로 들어간 닭들은 보는 재미도 더한다. 방송사 미술팀장 등으로 활동한 작가의 이력이 작품에도 엿보이는 부분이다. 철판 작업, 폐차 부속을 활용한 작품 등 다양한 시도도 볼 수 있다.

 

전시는 30일 개막하는 ‘2022 막국수·닭갈비 축제’를 앞두고 시민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미술 애호가 전진표 강원세계산림엑스포 조직위 사무처장(전 춘천부시장)이 닭의 도시와 어울린다고 판단, 춘천 전시를 추천하면서 열리게 됐다.

 

작가와의 대화는 오는 29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참여 관객에게는 현장에서 직접 그린 제왕수탉 드로잉 작품이 전달된다. 이 작가는 전시회 후 작품 1점을 춘천시에 기증할 예정이다. 김여진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www.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