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오은정 작가의 작품세계
꿈속의 도원경은 안견이 그린 그림이다. 도원경은 이상향을 의미하는 동양의 낙원으로, 서양의 유토피아. 파라다이스와 같은 의미이다. 서양의 용어가 화려 다채한 색채 파노라마로 연상되어 시각적이라면, 도원경이라는 낡은 용어는 우아한 온기, 훈기와 같은 촉각적, 후각적인 느낌이다. 이런 따스한 감성과 미묘한 도원경은 꿈속의 내용인 도원경이지만, 잠시나마 완전한 삶 즉, 저만의 도원경을 통해서 느끼는 빛나는 기억의 순간들을 한 화면 안에 포착한다.

 그 찰나의 아련한 풍경들은 보통의 일상에서 환영이나 잔상을 재현한다. 우리가 꿈을 꾸거나, 꿈을 통해서 실제와 연관 지어 마치 이상세계로의 환상을 기억으로 떠올려 보게 된다.
 그 장면이 옮겨지는 순간 삶의 스치는 환영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다. 그 순간 빛이 나는 순간으로 삶의 근원인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발견함과 동시에 삶의 혹독한 질곡 속에서도 늘 희망과 위안이 되는 안식처가 되기를 바라본다. 이렇게 마음속의 도원경을 품어왔던 인류 습성의 연조는 어제오늘이 아닐 것이다.
 
 예전 작업에서도, 어린 시절 한순간 사로 잡혔던 신데렐라의 환상을 잊지 못하고 있다. 기억 속 인형의 집은 마치 지난 날의 꿈의 갈피라도 다시 펼쳐놓은 듯, 아련한 잔상으로 남아 나의 망막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그 순간의 기억은 나의 내부에서 이미 하나의 이념으로, 하나의 상징으로, 하나의 도원경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는 육안으로 보는 세계가 아니라, 심안으로 보는, 정신적인 세계인 것이다. 나도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도원경을 형상화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 힘겨운 명제를 위해, 오랜 기간 화면의 상징적 장치에 공을 들여왔다. 기억 속 인형의 집으로, 형제도 정처도 없이 부유하는 구름 들로, 인물의 뒷모습이 지닌 고적한 분위기로, 화면 속에서 풍경을 바라보는 인물과 화면을 바라보는 인물의 시선의 접점과 몰입으로, 삶의 모든 순간순간의 기억들을 기록해본다.
  
 이를 통해, 내가 보고 느낀 어떤 특정한 기억이나 경험, 어떠한 감정이나 상처로 인한 기억들을 아름답고 미묘한 찰나를 통해 이런 모든 순간의 일상들이 모두에게 새로운 도원경이기를 열망하고 있다. 또 불완전한 삶을 고찰하며, 개인의 감정과 빛나는 순간의 기억들을 담아내는 희망의 안식처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