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24-04-15 쉼표, 그 너머의 연주를 꿈꾸며...

박상수 작가 노트 

 

쉼표, 그 너머의 연주를 꿈꾸며...

 

특별할 것 없고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반복하는 하루가 쌓여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삶이 되어간다. 벅찬 설레임 만으로 시작했던 작업의 시간도 공평하게 흘러 어느덧 몇 년의 시간을 함께하게 되었다. 내자신에게 약속하길 매년 신작을 소개하는 개인전을 열기로 계획했었는데 여러 가지 이유로 작년에는 열지 못해 2년 만에 신작을 발표하게 되었다. 쉼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음악에서도 쉼표가 있다. 쉼표의 시간 동안 그 어떤 음도 들리지 않지만 우리는 음악이 중단된 느낌은 받지 않는다. 그 순간 또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 소리이고 연주는 끝나지 않은 것이다. 쉼표의 시간은 많은 고민과 시도와 생각들로 채워져 있는 것 같다. 

 

빠르고 다양하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흐름에 발맞추어 나도 잰걸음으로 빨리 뛰어가야 할 것 같다가도 그저 자연이 주는 ASMR을 배경음악 삼아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같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그 순간에 빠져들고 싶기도 하다.

 

어차피 정답은 없다. 그 누구나 세상에 물들지 않은 피터팬의 순수한 동심을 가지고 싶으면서도 삶의 지혜가 필요한 순간에는 노련하게 솔로몬의 지혜를 가지고 싶을 테니까.

 

작품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것들도 같은 맥락이었던 것 같다. 

 

견고하고 확실한 나만의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의외로 평범한 자연의 경치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 것도 같다. 눈으로 보이지 않으나 충분히 집중하면 느낄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 이를테면 바람이 살랑이는 모양, 맑은 공기가 진동하는 색깔, 자연의 색이 바뀌는 소리를 표현하고 싶었달까..

 

미국의 색채 연구소 팬톤이 올해의 컬러가 비바 마젠타 라는 컬러가 선정되었다고한다. 비바 마젠타의 따뜻함과 차가움사이의 강렬한 레드컬러가 한눈에 들어왔다. 새롭게 시도되는 레진작업에 컬러를 접목을 해보게되었다. 지금까지는 주로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으로작업 해 왔던 반면 이번에는 비바마젠타컬러를 통해 강렬함을 극대화 시켰다. 크리스탈레진이라는 재료의 특성을 더 잘 살릴 수 있는 것 같아 만족스러운 작업이었다. 

 

몇 마디를 쉬어가는 쉼표 동안 나는 다음 악장의 변주를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변함없이 아침은 밝았고, 크게 달라지지 않은 아침을 맞아 어김없이 작업실의 문을 연다. 변함없는 시간이 쌓여 오늘도 음악을 들으며 작업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