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22-06-08 작가노트_빛이 좋아

빛이 좋아

 

작업실에서 웅크리고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단색으로 그림일기처럼 벽화로 그렸다.

벽화는 이미 과거이며 희노애락이 녹아 현재 모습에   흡수, 소멸되었기에 단색으로 표현한 것이다.

창 밖을 향한 시선은  미래에 대한 희망과 작가로서의 의지를,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징검다리 같은 화분들은

최선을 다해 지금과 다른 자신을 꿈꾸는 스토리로 이어진다.

 

빛이 좋아서 단순한 정물화나 풍경으로 보이지만, 작가의  미래에 대한 희망적인 메세지를 표현한 심상의 빛이다.

 

표현기법은 한지를 여러 장 겹쳐 붙인 장지에 안료를 가루로 만든 분채로 칠하고 덧칠을 거듭한 뒤에 스크래치 기법,  상감 기법처럼 무늬를 파내거나 긁는 방법을 사용해 밑색과 덧칠한 색이 어우러지게 표현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 하였다.

2022-06-08 윤선홍의 작가노트

작가노트

 

전설 속의 길상사 꽃무릇을 보러 갔다 소박한 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꽃받침도 없이 도전적인 빨간 화려함에 별 감흥이 일지 않았다. 그래서 허한 마음으로 돌아오는데 그냥 지나갔던 길가의 높은 담장에 개나리가 잔뜩 피어있는 게 눈에 띄었다.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리는 꽃사태가 때늦은 바람이 되어 마음으로 들어왔다. 온몸이 꽃비에 젖는 듯 태풍이 몰아쳐 왔다. 마음은 벌써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왜 이렇게 좋지!’  정화되어버린 내 몸과 마음. 그들과 한편으로 뒤섞여 쏟아지는 비가 되어 무아지경이었다. 아! 자연의 힘이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 아래 담장도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그 길을 지나가면서 나눈 수없이 많은 이들의 사연을 간직하듯 담장 곳곳에 이끼와 잡초가 가득했다. 그들의 전설 같은 이야기들을 모두 다 새겨놓은 듯하다.  그들의 숨은그림 약도들을 내 그림에 새겨 놓고 싶었다. 구구절절한 사연을 꾹꾹 담아두었다가  내가 느낀 그 이야기로 내 그림을 통해 우리들의 마음에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자연의 좁은 문이 열릴 때 본 비밀이야기를 나는 정신없이 옮겼다.

 

 

자연물에는 다 우주가 들어있다. 아주 작은 미물도 자신들의 삶을 위해 핵과 세포 등을  변화 발전시키며 성숙한 개체로 존재한다.

길을 걷다 토끼풀보다 더 작은 들풀을 발견했다. 그들은 홀로이면 무서울까봐, 아니면 인간을 약 올리듯 다정하게 서로 의지하며 어깨인지 손인지를 꼭 잡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 좋아 그 자리에서 사진을 찍거나 하는 번잡스런 행동 대신 한동안 자리를 지키며 바라보았다. 부러웠다. 너희는 참 사이가 좋구나! 그 작은 애들을 지켜주고 싶어서 그들보다 더 큰 돌 몇 개로 감싸주었다. 대신 사람들이 걸을 때에는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돌로 에워싸 서로를 많이 위해줄 시간을 주고 싶었다.  그들을 생각하며 스케치를 시작한다. 누군가와 함께 하며 힘이 되는 것은 참 소중한 일이고 행복이다. 그들의 귓속말처럼 작은이야기로 자기들만의 비밀을 많이 만들길 상상하며 수많은 잎맥을 새기려고 한다.

 

 

 

동백은 예전부터 장수를 기원하며 베갯잇에 자수로 새기는 꽃으로 내가 자란 여수를 대표하는 나무이자 꽃이다. 붉은 동백은 한겨울 차가운 눈에도 품위를 잃지 않으며 힘을 내어 동박새에겐 서식처로 영양과 쉼터를 준다. 존재에게 언제든 갈 곳이 있다는 점은 참 중요하다. 우리 자신이 그렇게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을 늘 목말라 하고 있지 않나?

와서 평화롭게 그냥 쉬었다 가세요! 평생이면 더욱 좋고, 잠깐이라도 나는 좋아요... 

그렇게 하니 동박새도 눈 속에 숨어 있는 동백에게 덜 미안하지 않을까 싶다. 모든 게 드러나 다 알게 되면 이런저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계산적이기보다는 본능적으로 찾아가는 그런 곳을 묘사하고자 색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백묘법의 동백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눈 속에 피어 있는 동백꽃을 보면서 표현방법으로 백묘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백묘법은 농담을 표현하지 않고 먹하나로 선묘하는 화법인데  백묘법을 응용해 선묘를 스크래치 방법을 써서 작품을 만들어간다. 되도록 많은 것을 절제하며 연한 붉은색과 작은 점이 주제를 더욱 강조하도록 작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