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8-01-17 작가노트-엿보기
엿 보 기

[전환점]
 그림을 그리다 보면 수만 가지의 생각들을 하게 된다.
물론 그림에 대한 생각이 대부분이긴 하지만 인생 전반에 관한 생각도 종종하게 된다.
그러면서 나와는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유발되기도 한다.
 거리에 넘쳐나는 수많은 사람들이 향하는 곳은 어딘지, 그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은 어떤 모습인지, 또는 어떤 색깔인지...
풍경을 그렸던 지난날에 어느 날 문득 떠오른 그 한 생각이 나의 작품을 완전히 뒤바꾼 계기가 되었다.
호기심!!
그리고 그네들의 삶을 엿보기..
우연히 창문을 바라다보니 비쳐 보이는 나무, 건물, 물건들,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는 자동차와 사람들도 보인다.
제과점이 보이기도 하고, 카페가 보이기도 하고, 악기점이 보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매장들이 보인다.
그 안에서 흥정하고 먹고 놀고 심취해있는 모습들에서 나는 무엇을 발견하고 싶은 것일까?..
혹은 그 안에서 내가 가지고 싶어 하는 누군가의 삶을 그리워하는 것은 아닐까?..

[현실도피]
 나의 작품을 바라보면 단색의 바탕에 흰색의 창틀이 존재하고 그 안에 수 만 가지의 작은 면들과 선들로 구성된 여러 형태의 대상이 비춰진다. 그리고 창틀 밖으로 꽃이 들어가 있다.

 단색의 바탕과 흰 창틀은 현실에서 나의 모습을 그려낸다. 틀에 박혀있는 단조로운 일상들..
그 안에서 큰 일탈 없이 평범하고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그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하나의 빗나감도 큰일 인 것 마냥 살아온 나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다고나 할까?
가끔 보면 고지식하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한 나의 인생이 말이다..

 창에 비침으로 표현되는 수많은 물체와 면은 각각 그 사람들의 삶이 존재한다는 데서부터 의미를 가지고 표현하기 시작했다.
백화점을 가서 물건을 사는 사람들을 본다. 어쩌면 그 사람들도 저축하고 준비해서 하나의 물건을 사는 것 일 수도 있지만 나의 시선으로 바라본 그 사람은 너무도 비싼 물건을 간단하게 결제하고 살 수 있는 능력자로 비춰진다.  또 어떤 사람은 연예인과 같은 외모로 모두의 시선을 끌어대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비춰진다. 그 사람 속에  어떤 병이 있거나 어떤 고민으로 내일 죽을지 오늘 죽을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해도 말이다.
또 어떤 가족은 식사를 하면서 너무나 행복해 보이고 사랑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비록 집에 가서 수없이 싸우기를 반복한다 할지라도 나의 시선에 보이는 사람들은 언제나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을 사는 것처럼 느껴진다.
 갇혀져 있는 창 틀 안에는 내가 생각하고 지향하는 유토피아의 삶이 수없이 존재한다.
나의 딱딱한 일상을 조금은 일탈하기 위한 나의 작은 몸부림이라고나 할까?
상상만으로 즐겁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그들의 일상이 나의 호기심을 수없이 만족시켜준다.

[꽃]
 무한히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상의 나래를 내가 좋아하는 담백한 꽃들이 원위치로 나를 가져다 놓는다. 상상은 상상일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놓는 것처럼 그들의 유일한 무기, 향긋한 꽃  내음으로 나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다.

그리고 완성된 나의 작품을 바라보고 슬며시 미소 지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