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8-01-13 작가노트_빛과 형색의 유럽전에 부쳐
백성흠 8회개인전/ The 8th solo exhibition by Baik sung-heum

빛과 형색의 유럽전에 부쳐
 형색으로 만났던 유럽의 얼굴들은 내 작업속으로 다시 한번 녹아들었다.
 안톤 무하가 걸었던 프라하의 거리도, 성 베드로를 묶었던 사슬의 흔적을 간직한 로마의 빈콜리도, 빅토르 유고의 원고를 메우게 했던 비안덴성이 바라다 보이는 조그만 카페도 그들만의 소담스런이야기를 내게 전해온다.
 그 이야기위로 햇살은 춤추고 색은 노래했다.
 내 작업에 기꺼운 동행이라도 되어줄 듯 가까이서 말을 걸어온다.
 이미 서로의 눈길 마주쳤음에도 말이다.
 시간에 실리고 흔적으로 밀려온, 오늘의 유럽속을 붓끝의 춤사위로 담아내려는 마음은 이미 양손에 쥐어진 한웅큼의 욕심이 되고 또 바램이 되어 내 캔버스위를 걸어간다.
 나를 찾아 떠난 먼 여정속에서 만난 빛과 형색은 이미 어울림의 변주곡을 만들어 내고 있었고, 그들을 통한 나만의 재 해석은 오늘이라는 시간이되어 내게왔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어디까지 이어갈런지도 모르는 형색을 통한 나의 노래가 지금은 내 삶속 하나의 과정으로 남은 유럽의 얼굴에 있다.
 그 시간과 형색의 어우러짐을 통해 나는 내 삶의 완성을 꿈꾸려 한다.
 과정으로 남을 오늘이 내일의 디딤돌이 되어주기를 기도하는 것은, 미지의 이상을 향해가는 걸음걸음에 묻어나는 소망과도 같은 간절한 바램인 것이다.
 형색없는 빛은 빛만으로 존재할뿐 조화로움으로까지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빛없는 형색또한 그렇다.
 그 속에 나를 담고 내 안에 그들이 하나 둘씩 자리하는 땀과 마주 앉을때 나는 비로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은 그릇이다”라고...
 작가의 영혼과 정신과 흔적을 가감없이 담아내기에 말이다.
 원인없는 결과가 없고, 체취없는 흔적이 없다.
 조금이라도 덜 부끄러운 결과와 흔적을 친구하기 위해 보내는 이 시간은 한치 흐트러짐없는 내일로 이어지고, 새벽 어스름의 내 작업실 공간은 형색이 뛰어노는 놀이터가 될것이다.
 이제 나는 이 시간을 보낸다.
 다시 올 얼굴조차 모르는 또 다른 “형색”의 춤판을 같이하고 “빛”의 장단에 젖어들기위해 외롭고 힘든 여정의 길을 놀이처럼 다시 나서려 한다.
 나의 길이기에 말이다.
 내 삶과 동행할 다시없을 나의 길이기에 말이다.
                                               
                    
                                            2009년 6월에
2018-01-13 작가노트-형색의 유럽

형색의 유럽/작가노트

먼 여정에서 돌아와 마주선 나만의 공간에서 얻는 안위의 시간은 그 무엇보다 더한 평온으로 내게 왔다.
파리의 하늘도, 마드리드의 거리도 ,카프리와 니스의 바다도 이보다 더 하진 않았을 것이라 여겨짐은 무엇 때문일까?
오늘에까지 살아 숨 쉬고 있는 “티치아노”와 “베르메르”를 만나고 “다비드”와 “지오토”와 “클림트”를 만났다.
“치마부에”와 “라파엘”의 손길에 녹아나고 “렘브란트”와 “루벤스”의 열정에 부러움마저 느끼면서...
3년여에 걸친 유럽속의 시간들은 그렇게 내안에 녹아들었고 미술의 역사 속에 살아있는 그들의 흔적들을 마주하면서
짓누르는 돌덩이무게의 피곤함도 미풍에 날리는 깃털일수 있었다.
노예처럼 작업하고 신처럼 창조했던 그들만의 삶, 그것은 바로 예술이기보다는 차라리 종교였다.
그 열정과 그들의 삶은 흉내 내고 싶음이 아니라, 닮고 싶음 이었고 이들이 내겐 유혹보다 더한 소리 없는 가르침으로 다가섰기에 지금 이 평화의 시간이 선물로 온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따사로움은 인고의 궤적이 내게 준 것.
나 이제 더 보듬어 안을 것을 찾아 또 다른 꿈을 꾸려한다.
영원한 미완성의 삶을 살아내겠지만 덜 후회하는 그날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2008. 3.15 문현동 화실에서 백 성 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