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9-05-10 이정기 작가노트_우리들의 모든 것은 미래에 유물로 남는다
Statement_ 이 정 기
우리들의 모든 것은 미래에 유물로 남는다.

현재를 사는 우리들은 좋던 싫던 우리의 모든 것이 미래에 유산으로 남게 됨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선택의 결과는 경제적인 이윤에 부합되는 결정으로 치중될 때가 많다.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과거의 선택과 결정은 현재 우리의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망각 속에 지금이 중요하다고 착각한다. 지금은 순식간에 과거가 된다.
우리들은 과거에 선택된 결과를 통해 지금과 미래를 맞이하며 살아가고 있다. 나의 이런 생각은 가족들의 죽음과 이별이 시대의 가치와 사회적 흐름에 의해 결정되어 내 기억 속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미적 호기심이 많았던 대학교 신입생 때에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의 붕괴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림을 전공하고자 하는 나로 하여금 미술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에도 우리는 사회적 큰 아픔들을 끊임없이 지켜보고 있다.
이에 내 작업은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시공간적인 인과관계에 대한 고찰과 그 간극을 유물이라는 형식을 빌려와 현재의 이야기를 담아 미래의 유물(작품)을 만들어 낸다. 작품(유물)은 미래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현재의 현상적 접근이며, 우리 모습을 상징하는 시대의 거울이 되어 시공간을 관통하는 연결고리의 역할로 우리를 반추한다. 현재의 실재적 사건이나 사회상, 특정 이미지 등을 반영한 유물의 형식은 작품으로 재해석되어 과거에 실재했거나, 실재하지 않았지만 실재하는 것 같은 상황을 가상으로 연출하여 보여준다. 작품은 유물의 형태로 표현되었지만 날조된 가짜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눈앞에 쉽게 보이는 날조된 것 같은 가짜의 유물을 통해 진짜가 아닌 미래의 모습을 짐작하며, 되레 현재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개입할 여지를 주고자한다. 모나리자 그림을 연상케 하는 어머니의 초상과 하얗게 박제가 되어가는 아버지의 초상, 실제 인물을 캐스팅하여 대리석처럼 페인팅 한 부조 작품, 외형적 모습이 부스러진 듯 제작된 임신한 여인의 모습 등. 유물로 재현되고 표현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삶에 대한 원초적 고민과 시대를 기록하는데 그 의도가 있다. 지금은 과거라는 자양분 위에서 미래라는 열매를 맺는다. 우리들의 판단과 선택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체계를 유물(작품)로 조명해 보며, 현재
2018-02-01 작가노트-거울로 만들어진 작업의 결과물들은 나의 일상이나 기억 속에 있는 사물을 상징이나 유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Statement_이정기 
거울로 만들어진 작업의 결과물들은 나의 일상이나 기억 속에 있는 사물을 상징이나 유물로 만들어 내는 작업이다. 개인적인 일과 속에서 바라본 사물은 사회적 시선으로 치환을 시도한다. 작업은 다소 개인적인 감정과 상징성 때문에 고답적이며 설득과 해석이 필요하고, 전달된 방식 또한 난해함이 있을 수 있다. 작업에 등장하는 거울이라는 소재 또한 개인적인 경험에서 얻어졌기 때문에 거울조각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언젠가 집에 모퉁이가 깨진 거울이 있었고 바쁜 일상에선 거울이 깨져다는 사실도 모르고 지나쳐 갔다. 그런 중에 마음의 상처를 안고 거울 속 나를 보면서 비로소 거울이 깨져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상시 보는 거울 속 나는 자동적이고 습관적으로 대면했고, 조각나서 끊어져 보이는 나는 일상적인 틀을 깨고 한 발짝 떨어져 바라봄으로써 낯익은 것들의 새로운 측면들을 볼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낯설음으로 다가오는 우연함에서 오는 의외성은 내가 생각해 두었던 모습에서 또 따른 모습의 발견으로 새로움을 인식하게 되었다. 거울은 나를 보는 가장 일반적인 도구이며 많은 예술가들에게 흔하게 다루어진 소재였다. 그럼에도 굳이 거울을  조각내고 파편화시켜 퍼즐처럼 흩트리고 해체되어 보이게 하는 작업은 ‘낯설게 하기’ (Defamiliarization)로 “러시아의 문학자이자 형식주의자인 빅토르 시클로프스키가 개념화했던 매일 마주치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것보다 새롭고 낯선 대상으로부터 미학적 가치를 느낀다는 사실에 착안했다. 작업을 통해 개인적으로 느낀 자아의 생소한 모습 속 의미를 생경하게나마 체득하게 해주고자 함이다. 
 작품들은 대부분 ‘우리들의 모든 것은 미래에 유물로 남는다!’ 라는 말로 상징성이나 시대의 유물로 표현되어진다. 현재 모습을 통해 과거와 미래에 대한 간극의 삶을 작업 속에 담고자하는 노력이다. 현재 우리들의 선택과 판단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 지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이런 주제를 가지게 됨은 개인적인 가족사가 내면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동안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가족의 죽음과 이별에서 사회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죽음을 하나씩 열거 할 수는 없지만 한국전쟁, 도시 재개발, 98년 외환위기 등. 시대의 어두운 그림자는 어김없이 가족의 죽음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물론 어느 누구도 우리의 근, 현대사 속 질곡을 고스란히 피해 갈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싶다. 똑같은 기억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모든 사람들이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내가 듣고 지켜 본 가족들의 죽음은 천수(天壽)보다 사(史)적이고 사회적인 이슈나 현상의 작용으로 표출된 죽음이기 때문이다. 부모와 형제 그리고 자식의 죽음 앞에서 부모님 삶에는 한이 고스란히 베여 있었고 나의 성장 환경과 자아형성에도 하나의 필터(filter)가 되었다. 내 작업에서 상징화된 사물을 시대의 유물이라는 주된 주제로 끌어가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다.  
 시대와 사회 속에서 갈등하고 방황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잠시나마 낯설게 하는 작업에서 개인의 익숙한 모습에 대한 변화의 시도는 분명 유의미한 선택으로 새롭게 보이는 자기 모습에서 자신의 인습적이고 상투적인 태도, 고집과 편견 등. 개인의 고정관념적인 사고를 신선하게 비춰주는 역할을 기대 해 본다.

2018-02-01 작가노트-시대의 유물 : 기록
시대의 유물 : 기록
 가을 이맘때 즈음 집안 제사가 있다. 가까운 친척들이 모이고 제사의식을 빌려 안부와 친목으로 소통하는 날이 된다. 집안 어른들은 돌아가신 분을 기리며 시간을 과거로 돌려놓으시며 잠시나마 기억을 통해 젊은 시절로 빠져 드신 듯하다. 종교적인 의식보다 남은 이들의 화목에 그 의미가 크다. 
 누구나 이별을 한다. 준비를 했거나, 예측 불가능 하거나, 슬픔을 수용하거나, 거부를 해도 헤어짐은 현실적이다. 그 비통함이 뜻밖의 사건 사고로 맞닥뜨리면 정신적 충격은 어떠한 말로 표현이 안 된다. 그래서인지 가족들의 죽음에 대한 의문과 사유(事由)가 금기 시 되었다. 기억하기 힘든 과거의 회상임을 짐작한다. 내가 직접 경험한 가족의 죽음과 이별에도 기억하기 힘든 사연이 있다. 최근에 안 사실이지만 아버지의 형제는 7남매였다고 한다. 한국전쟁을 통해 4형제를 잃었다. 전쟁의 소용돌이는 이념, 사상과는 무관하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자식의 죽음을 겪고 이겨내신 할머니와의 이별은 도시의 개발과정에서 세입자가 겪어야 하는 비애와 수모에서 일어난 변고였다. 98년 외환위기의 후 폭풍에는 집안 기둥인 큰형이 풍랑을 비켜가지 못했다. 시대의 가치와 사회적 흐름에서 일어나는 사건과 사고의 촉발로 예기치 못한 헤어짐이 남은 가족들에게 어떠한지를 고민해 본다. 특히 부모님이 겪어야 했던 근 현대사의 질곡과 가족들의 죽음을 들여다보며, 온몸으로 버티신 모습을 통해 이 시대의 살아있는 유물을 보게 된다. 
 현재를 사는 우리는 ‘현대인’이라 지칭 되지만 전체가 사회 변화를 이해하고 적응하며 사는 '현대인'으로 정의 되는 건 아니다.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와 사회에 부적응되어 퇴화된 체 현재를 사는 사람도 있다. 지금은 과거라는 자양분 위에서 미래라는 열매를 맺는다. 우리들의 판단과 선택이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체계를 시대의 초상으로 조명해 본다. 현재 우리가 행하고 결정하는 모든 것은 결국 우리들의 몫으로 찬란한 유물이 될지 참혹한 재앙이 될지를 스스로 만들어 가고 기록되어짐을 의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