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8-01-13 작가노트-Inout -낯선 유기적 덩어리
Inout -낯선 유기적 덩어리

낯설지만 뭔가 연결되어 움직일 것 같은 덩어리들이 바닥에 놓여있다.
그 덩어리들은 그 동안 내가 화두로 가지고 있던 ‘콤플렉스’에 대한 것이고 내 나름대로 이해한 콤플렉스의 움직임을 조각적으로 표현해 보았다. 드러났다가 바로 숨어버리는 약한 존재...
만드는 방법은 이렇다.
일단 흙을 한줌 쥐고 비틀고 누르고 만지면 굴곡이 있는 흙덩어리가 되는데 이 덩어리를 깊은 곳과 튀어나온 곳을 번갈아 가며 연필로 선을 긋는다. 그 다음 완전 건조시켜 가마에 넣고 구워낸다.
이렇게 구워낸 테라코타는 내 작업의 씨앗들, 원형이 된다.
씨앗하나를 골라 같은 비율로 확대작업을 하면 ‘낯선 유기적 덩어리’가 된다.
내게 작업과정은 작품의 일부로 여겨진다.
그 과정에서 씨앗이 나오고 완고하게 자라버린 콤플렉스 덩어리도 나온다.

Flexible
불교에서는 ‘비파사나’라는 수행법이 있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내가 내 작업들을, 그 과정들을 이해하는 방법은 ‘바라봄’이었다.

작업들은 내게 대답해온다.
더 부드럽게, 웃음지으며, 색도 바르고 시멘트도 벗고 다가온다.
다른 곳으로 나를 안내하며 또 다른 문을 열어주는 것만 같다.
이 부분은 나는 'Flexible' 이라 부른다.
Flexible은 사전적으로 ‘유연한’, ‘탄력적인‘뜻을 가지고 있다.
작업들이 시멘트를 벗고 색이 입혀지는 과정에서 오는 가벼움과 경쾌함들이
나를 더 자유롭게 한다.

Bloom
'꽃이피다‘
나는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내가 꽃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딱딱함에서 풀린 선들은 꽃을 그려내고 있었다.
비록 화려하진 않지만 내게는 분명 꽃이다.
지독해 보이던 콤플렉스의 굴레가 이제 꽃이 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