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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23 Korean 유숙자 작가의 모래로 켜켜이 쌓아 올린 희망

추상화가 유숙자, 인사동 그림손갤러리서 '부활'展

- 모래로 켜켜이 쌓아 올린 희망

 

’바닷가 모래알 같은 존재.’

 

흔히 한 사람의 삶을 비유할 때 이런 수식어가 등장한다. 한없이 작고 하찮은 존재를 모래에 비유한 것이다. 지난 15년간 전 세계 모래를 채취해 작업하는 추상 화가 유숙자 씨(60)는 모래의 속성을 오랫동안 천착한 작가다.

 

그는 "산이 부서지면 바위가 되고, 바위가 부서지면 돌이 되고, 돌이 부서지면 모래가 된다"며 "모래는 결국 사람"이라고 선언한다.

 

이 선언대로 그는 화폭에 모래를 옮겨 붙이는 추상 작업을 선보인다.

 

모래 한 알 한 알을 붙이기보다 물감과 물 모래 접착제를 뒤섞어 덩어리째 붙이는 작업이다. 그래서 화폭에는 두꺼운 질감이 도드라져 보인다.

 

모래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그의 개인전이 4년 만에 서울 인사동 그림손갤러리에서 ’부활’이라는 타이틀로 열린다. "사람 개개인이 모래처럼 낮아지고 겸손해져야 평화가 오지요. 배려라는 것이 낮아지지 않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잖아요."

 

평화를 갈망하는 그는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이미지를 덜어내고 비워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결국 모래도 부서지면 흙이 된다. 흙은 생명을 싹 틔우는 곳이자 죽음까지 껴안는 곳이다.

 

사실 모래 하면 극사실 화법으로 벽돌을 그리는 김강용 작가를 떠올리기 쉽다. 김강용이 다양한 벽돌을 그리며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면, 추상화가인 유숙자는 즉흥적이고 율동감 있는 긴장감을 화폭에 구현한다. 간결한 미니멀리즘과도 맞닿아 있다. 그래서인지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푸근하고 따뜻해진다. 희망과 부활을 노래하는 만큼 연초 전시장 분위기와도 제법 어울린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는 청평에서 주로 작업한다. 젯소를 칠하지 않은 캔버스에 나이프와 나무, 붓을 써가며 모래들을 켜켜이 쌓아 올린다. 덧칠하고 긁어내는 작업도 뒤따른다. 세월의 두께만큼이나 화폭의 질감도 두꺼워졌다.

 

10여 년 전 대장암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간 경험 때문일까. 부활을 이야기하는 그의 말에 어쩐지 무게가 실린다. 그는 "죽지 않고서는 부활을 만날 수 없지 않으냐"고 반문하며 "삶도 죽음까지 가야만 부활이 있는 것이고 그래서 부활은 희망이고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전시는 21일까지. (02)733~1045

 

- 매일경제 이향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