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9-10-06 작가노트_시간여행자 이야기
서정희 ‘시간여행자 이야기’
작가노트 중에서
다중평면 작업을 한다. 많은 세월 속을 스쳐 지나간 모든 마음들과 생명들이 시간들 속에 쌓이듯 내 작업도 겹겹이 쌓여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된다. 그림 속에서 또 다른 미지의 공간들 틈 속으로 눈을 감고 조용히 걸어본다. 낮은 음률이 흐르고 바람이 흐르고 빛이 흐르고 색감들이 흐른다. 그리고 이윽고 잠들었던 사물들이 깨어나 시간여행자와 함께 고요히 흐른다.
긴 그림자들이 비스듬한 오후 빛을 가녀린 호흡으로 토해내고 나면 비로소 또 다른 공간속에 숨은 시간들도 석양빛을 등지고 하나둘 손을 내밀어 시간여행자와 마주한다. 오래된 떠도는 나의 소중한 잃어버린 시간들, 공간들의 파편들로 모여진 기억들과의 긴 대화가 시작된다. 제일 먼저 잊을 수 없는 어느 해 가을이 단조음률을 타고 내게 말을  건넨다. 
내 그림 속 낡은 티 테이블엔 거의 항상 파스텔톤 구름들이 만들어 준 천상의 향기를 품은 찻잔이 따스한 미소를 머금고 손을 내민다. 그들과의 만남은 항상 정겹고 즐겁다.
이곳저곳에서 반짝이는 새싹들도 종알거리며 하루 동안 숲속 얘기를 내게 전한다. 그림속에서의 모든 만남들이 신비스럽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