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9-04-05 작가노트_심미경
작가노트
 
나에게 작품이란 인생을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와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일상에서 출발합니다.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꽃에서 특별한 조형성을 찾아내고, 다시 나만의 감성이 묻어나는 색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행복을 만들어 냅니다. 제작과정에서 자연을 차용하는 이미지는 서양적 관점이기 보다는, 절제된 동양적 감성의 표현에 가깝습니다.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여백은 정(靜)과 동(動)의 조화로움은 물론 인간이 자연에 순응하며 삶을 영위한다는 뜻을 내포하게 됩니다.

작품의 제목에서 <현상학>이라는 의미는 매우 긴 장시간에 걸친 현실이 아니라 일시적이며 찰나적인 순간 혹은 현세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본질도 중요하지만 외견으로 보여지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자연과 생명, 나아가 번다한 일상에 대해 느끼는 감사와 긍정은 삶을 따뜻하고 밝은 것을 만들어 주며 행복한 것으로 이끌어주게 마련일 것입니다.

본인 회화의 공간은 모노톤의 색채와 꽃이미지에 의한 표현, 선 등을 사용하여 외적으론 관찰되지않는 자연계의 순환을 동적 이미지로 형상화 하였습니다
꽃의 곡선이 주는 아름다움은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촉매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자연의 유기적인 현상을 가장 부드럽고 은유적으로 설명하는 소재가 됩니다
이전엔 꽃의 형상을 캔버스 가득 그리는 클로즈업 기법을 사용하기도 하고, 식물형태 속에 나타나는 곡선으로 자연의 생명력 혹은 생명의 에너지를 암시하거나, 그것의 부드럽고 자유로운 형태들을 통해 서로 동화될 수 있는 울림을 말하기도 합니다.
잎이나 줄기가 거의 보이지 않게 꽃봉오리만의 모습을 클로즈업해 그리고 꽃의 윤곽선을 최대한 부드럽게 처리해서 공간과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 점
 이는 꽃의 흰 피부에 자연광을 반사시켜 단아한 빛의 흔적을 보여주는 효과라 하고 싶습니다
물론 칼라 꽃이 지닌 날렵한 몸매를 화면의 여백을 충분히 살려 배치함으로써, 명상적이고 동양적인 꽃송이들로 구성된 유백색, 혹은 상아색이 주조를 이루는 단색조의 화면으로도 구성하였고 꽃을 그리는 행위를 통해 삶을 긍정하고 감사함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단색조의 명상적이고 동양적인 미감을 전하는 것에서, 최근 신작을 통해 화려한 듯 수줍은 원색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단순화된 화면을 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