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18-01-15 작가노트-강의 기억
강의 기억(작가노트)

  조금은 약간 비켜서 있는 곳에서 보면, 여러 생각들이 서로의 입장에서만 튀어 나오려다 헝클어져 버린 경우가 있다. 이 마음 저 마음이 하나의 육신을 통하여 충돌되어질 때 나의 의식은 혼미해진다. 
 때로는 잔잔하고 때로는 일렁인다. 벗의 성난 표정에도 내 마음이 흔들리고 빠른 시간의 흐름에서도 나는 흔들린다. 나는 흔들림 속에 있다. 나는 그렇게 흔들리며 있다. 어제도 오늘도 흔들리며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강에 대한 나의 기억은 확실하지 않다. 어릴 땐 탐진강에서 살다시피 했는데 그 강의 기억이 나에겐 명확하지 않다. 탐진강. 언제부턴가 나는 탐진강을 그리고 싶었다. 그러나 탐진강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가 분명치 않았다. 나의 육신에 스며있는 어린 시절의 잔상들이 두서없이 내 속에 헝클어져 있을 뿐, 어느 기억하나 뚜렷하지 않다. 

  붓을 들었다. 그냥 붓을 들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무조건 들었다. 나의 욕망, 나의 조급함, 나약함, 희망... 인연과 인연 속에서 엮어지는 것들이 나의 의식을 뚫고 한지에 달라붙었다. 붓이 활발해 질 때도 있었고, 어떤 힘에 떠밀려져서 배가 산으로 가듯 몸과 마음이 요동칠 때도 있었다. 내가 내 안에서만 소리치고 몸부림치는 경우도 많았다
 
  긴 시간동안 강물에서 느꼈던 무어라 단정 지을 수 없는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꺽지, 은어, 돌고기, 각시붕어... 등이 일으킨 자유로운 몸짓. 강변에 핀 할미꽃. 커다란 바위. 삶과 죽음의 경계.
  흘러가는 강과 나의 몸 사이에 존재했던 이상한 기류.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강물을 닮은 기운들. 흐르는 모습들. 

  붓을 든 나는 너무도 욕망이 많다. 이 현실에서 요구되는 명품 자동차, 명품 옷,  멋진 공간... 등. 그런 물질에 대한 욕망도 가득하고, 이성에 대한 욕망도 크다. 진리에 대해, 명예에 대해, 우정에 대해, 예술에 대해... 나는 이 세상에서 떠받들어지는 모든 것에 대한 욕망이 많다.    

  그러나 나는 화가다. 그래선지 나와 벗하는 이는 없는 듯하다. 강기슭에서 유유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본다. 저 먼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변화되어지는 시간의 흐름을 바라본다. 저 흐르는 강물에 스며있는 기억의 잔상들. 나는 나의 욕망과 벗하여 나에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 헤맬 수밖에 없다. 하나의 마음이 그곳으로 이끈다. 강이 이끈다. 내 붓의 몸부림. 붓의 몸부림으로. 
                                                        2010. 3    송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