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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22 Korean [문화의 향기] 민족의 정체성을 찾아…
[문화의 향기] 민족의 정체성을 찾아…
손성일 전, 1~7일 
손성일 '훈민 08-015장'
"4년 전에 우연히 서울 간송미술관을 찾았지요. 거기서 낡은 책 한권에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훈민정음 언해본. 국보라데요. 문득 궁금해졌어요. 원판은? 책이 있으면 찍어냈을 목판 따위가 있었을 것 아닙니까. 근데 없대요. 유실돼 찾을 수 없다는 겁니다. 활자가 이리 아름다운데 원판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어찌나 아쉬웠던지…." 

동아대 회화과 출신의 작가 손성일 씨는 그때의 아쉬움 때문에 아예 직접 훈민정음 목판을 복원해보자고 다짐했단다. 이후 수십여 점을 만들었는데, 최근에는 단순한 원판이 아니라 그 속에 옛 조상들이 사용한 민화나 항아리, 장농 등의 이미지를 대입시켜 작품화 했다. 

1일부터 7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피카소화랑에서 진행되고 있는 '손성일 전'은 그런 최근 작들을 모은 것이다. "우리 민족의 정체성, 세월의 흐름, 시간성을 담아내고자 했다"는 게 손 씨의 설명이다.

>>부산 화가 손성일씨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
부산에서 활동하는 서양화가 손성일(38)씨가 한국미술협회가 주관하는 제28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훈민정음 09-71'로 대상을 차지했다.

대상작으로 선정된 '훈민정음 09-71'은 고서를 콜라주 기법으로 붙이고 물감을 뿌려 바탕처리를 한 뒤 실리콘으로 떠낸 훈민정음 사본에 대리석 가루를 섞어 얇게 떠내는 방식으로 여러 번 작업을 진행한 것. 모래를 공기압으로 분사하는 샌드브라스팅이란 기법을 회화 작업에 도입해 자연풍화 현상을 표현함으로써 훈민정음의 역사성을 강조했다.

손씨는 "2004년 간송미술관에서 처음 국보 제70호인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고 난 뒤 소통기호로서의 문자라는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작품 제작 배경을 밝혔다. "그동안 몇 차례 낙선과 입선, 특선을 거듭하면서 대한민국미술대전에 도전한 지 13년 만에 거둔 결실"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단은 "훈민정음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작가의 실험정신을 유감없이 표현했다"고 대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동아대를 졸업한 손씨는 부산, 서울, 상하이, 베이징, 뉴욕 등에서 15차례 개인전을 열었고,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3차례), 부산미술대전 대상 등을 수상했다. 지난 2월에는 부산미술협회에서 주관하는 '2009 오늘의 작가상(청년작가부문)'을 수상했다. 시상식은 9일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본관에서 열리며, 수상작 전시는 같은 장소에서 9~18일 이뤄질 예정이다. 

이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