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화가의 생명존중-장경화


화가의 생명존중

장경화(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문학박사)


한시(漢詩)에서 체득된 예술관 
  
  선지영의 예술관은 그녀가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던 고전시가에서 고려 말(13세기) 이후 조선시대에 이르는 한시(漢詩)의 선비정신에서 발현되었다고 보여 진다. 
 그럼 한시의 중심철학은 무엇인가? 한시는 시대를 이끌었던 사대부의 정신의 큰 흐름이다. 그리고 한시는 높은 선비정신으로 근본을 ‘도가적 자연관’에 두고 있었음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대부 한시의 문예사상 연구에 심취한 그녀가 그림 그리는 예술정신에 있어서도 한시에서 채득된 도가적 자연주의 사상의 연장선에서 시작되는 점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본다.
 이렇게 그녀는 자연과 인간을 동일한 시선에서 바라보고 존중하며 자연과 자아의 일치로 삶의 의지력과 원동력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그러한 연장선에서 작품제작을 시작하고자 한다.  
예를 들자면 그녀가 자연에 대한 예술 접근방식은 바위에서는 힘의 원천으로 변함없는 묵직함의 양(陽)의 기운을 찾는다면 고목에서는 인간사의 희노애락을 담는 뒤틀어지고 꼬여진 음(陰)의 질긴 생명력을 담아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렇듯 그녀는 그림그리기를 통해 전통인 선비정신의 가치를 회화적 재해석을 통해 자연의 맑은 순수성과 인간의 선한 심성을 담아내고자 한다. 즉, 자연과 자아 그리고 선비정신을 하나로 캔버스에 형상화시키고 있다.  

고목에서 얻는 교훈
  
  그녀는 작품에 중심에 두고 있는 소재는 고목이다. 왜 고목을 소재로 삼고 그림을 그리는 것일까? 오래된 나무로 형태가 회화적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고목과의 합일치를 통해 자신의 미학적 감정을 고목에 이입시켜 섬세하고 신비스러움을 그녀의 내면의 세계를 담아내고자 한다. 그 고목은 생물학적으로는 더러 생명을 다해 없을 수도 있고 더러는 질긴 가녀린 생명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고목은 생명이 있든 없든 자신의 몸에 곤충과 동물, 식물 등 다른 생명이 함께 존재하고 공생을 위해 자신을 산화시켜가며 삶의 터전이 되어 준다. 그리고 고목은 자연의 온갖 어렵고 힘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통해 뒤틀리고 꼬여가며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고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며 유지시킨다. 
 또한 우리선조는 마을 앞 고목을 우상으로 기원하고 기대어 살면서 늘 고목의 그늘에서 마을공동체의 삶을 논의하였지 않았던가?
 그녀는 이러한 고목을 통해서 얻는 교훈 즉, 무이자연의 삶의 태도, 다양한 생명 존중과 소통, 그 생명과 어울리는 조화로움을 추구하고자 한다.        

생명존중의 예술
  
 그녀의 작품 ‘나목’(2011)은 필자의 시선을 주목시킨다. 화면의 중심에 고목을 대담하게 담아내고 배경은 단순화시켜 큐비스트처럼 면 구성을 하였다.  고목을 통한 자연의 신비스럽고 힘찬 삶의 열정을 느낀다. 
마치 죽은 고목은 자신의 몸을 산화시켜 많은 생명에게 삶의 터전으로 제공해가는 자연의 강하고 질긴 생명력을 느낀다. 이 작품은 그녀가 표현하고 자는 뜨거운 열정으로 그려진 작품이라는 것을 충분하게 감지된다.  
 그리고 한 화면에 두 개의 고목을 담아내어 자연과 자신의 사랑과 화합의 조화로움을 그리고 자연의 생명 존중을 맑게 담아내고자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 첫 시도한 작품으로 꽃과 한자의 이미지 결합의 작품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그녀가 전공한 한시로 조선시대의 낭시를 회화적 재구성을 통해 자연의 상징인 꽃과 함께 화면에 담아내었다. 이 작품은 선비정신을 담기에 앞서 자연의 근본인 순수성과 인간의 건강한 심성을 담아내는 즉, 자연과 인간, 그리고 선비정신이 하나로 형상화시키고자 한다.
 또한 소나무, 학, 사슴, 대나무, 해 등 십장생의 이미지에 화면의 배경에는 한시가 그려놓았다. 십장생도는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상징적 염원과 함께 한시로 높은 선비 정신의 의미를 담아내었다.   
 선지영은 그녀의 작품의 근간을 형성하는 철학으로는 그간 연구한 한시의 높은 선비정신을 자신의 예술 속에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회화에 있어 기법과 조형적 기술에 의존해 그림을 그리는 것은 하위 개념일 것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회화 역시 마찬가지로 열정과 높은 정신성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덕목이다.
 선지영은 오늘도 외롭게 붓을 들고 캔버스 앞에서 한시를 통한 자연에서 얻는 교훈을 되새기며 예술로 담아내기 위한 고민을 하는 열정적인 그녀에게 박수와 기대를 모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