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아작' 자화전 自畫展 _ 글. 지안

아작' 자화전 自畫展 

글.  지안 

 

자신을 돌아보는 행위는 행위의 주체를 모종의 기싸움으로부터 한 발짝 떨어뜨려 놓는다. 

상호 관계에서 한 발짝 물러나 여러 방향의 욕망을 마주하는 것이다. 

이때 행위자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자기반성을 넘어서 

행위자의 감정이 타인에게 전달되기도 하는데 이를 동질감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는 이 행위에 가치를 부여하고 때로는 존중한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을 되풀이함에도 타인과의 갈등에선 자유로울 수 없다. 

작가 'Azak의 작품, [어항에 잠겨 구경하던 달]은 그 갈등 한가운데 서있는 존재를 표현하고자 한다. 

작가의 작품 속 대상들은 누군가를 선망하는 동시에 우수에 찬 눈빛으로 우리를 응시한다. 

스스로 잘못 판단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으며 상대방과 함께 수렁 밖으로 나올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상대방을 응시하고 따라잡으며 동시에 문책하는 것이다.

이렇듯 작가는 자기 자신을 재단하고 평가하며 

타인과의 양립, 공존을 위해 애쓰는 우리 사회에 대한 고찰을 멈추지 않는다. 

더 나아가 이 현상을 전생이라는 프레임에 씌워 관찰하는 면모도 엿볼 수 있다. 

작품 [타임 리프]에서는 자신이 현신하고 있는 세계의 존속을 위해 자기반성을 거듭하는 존재를 그리고 있는데 

이는 분명 물질 세계로의 편입을 갈망하는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자기복제에 안녕을 고하는 제3의 세계를 만들어놓고 그곳에서 숨을 죽이며 자신의 전생들을 목격하는 것이다. 

현재의 대상이 소속감을 잃고 양가적인 마음을 갖고 있다면 

전생의 대상들도 비슷한 마음을 가진 적 있을 것이다. 

반복 속에서도 변수를 찾아 헤매기 위해 지구력과 속도를 두루 갖추고 있는 말의 형상을 한 채로 

대상은 제3의 세계에서 서성이고 있다.

한편 작가는 반추라는 행위가 가지고 있는 유구함과 자기반성을 마냥 '슬픈 것' 정도로 정의하지 않는다. 

작품 [양지에게 : 착란]을 통해서 반추라는 내막에는 '친절함'이라는 기질도, 기꺼움으로 변주되는 슬픔도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다. 

대상들이 한 데 모이고 대상들의 시선은 각기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양면성을 지니고 끊임없이 변주된다고 속삭이는 것이다. 


Love You, Miss You, Mean It _글. 지안

Love You, Miss You, Mean It

- 글. 지안

 

리차드 세라의 「East west/West East」의 철근 구조물에게서 생물감을 느낄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마구 교차하고 부딪혀가며 발생하는 에너지와는 

다른 종류의 생물감을 말이다. 

미동도 없이 우뚝 서있는 철근에게서 ‘사후’의 침묵이 아닌 ‘소란스러움’을 느낀 것이다. 

철근은 흐트러짐 없이 일정하게 하늘로 솟아 있었으며, 신체의 불쾌감을 동반하지 않은 채 사막 한가운데서 살아 있었다. 

철근들이 그 자체로 사막의 혹독함과 상반되는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다면, 외부에서 이러한 힘들의 작용을 마주하는 우리로서는 도대체 어떤 미학적 감상을 해나가야 하는 것일까. 

아작의 그림들이 이러한 질문의 지점에 있다. 

「Love You, Miss You, Mean It.」는 철자 그대로 과거의 대상을 회상하는 마음이 진심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해바라기는 언제나 강렬한 여름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겨져왔다. 

아작 작가의 해바라기 또한 오일 페인팅에서 볼 수 있는 마띠에르의 강렬함과 섬세함이 

녹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해바라기가 배경의 색채와 맞물려 선례의 상징과는 사뭇 다르게 표현되었다는 

점 또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오일 페인팅에서 볼 수 있는 해바라기의 상징성에 주목한 채 대상으로부터 회귀 불가능한 상태를 목격하고자 한다면, 

그 생명력과는 상반되는 미지의 느낌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곧 예감으로 변주된다. 

예감이란 것은 ‘예상 가능함’으로부터 기꺼움을 느끼는 모양새인데, 스스로의 자각 내에서 일이 어긋난 데 대한 회한마저 동반하고 있다. 

이 연쇄의 균형 안에서 우리는 아작 작가의 그림들을 마주하며 실낱같은 희망과 생명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