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22-08-13 Azak 작가노트 < 나의 그림은 > 중

유년 시절, 

내가 가장 즐겨했던 놀이는 나의 전생을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가장 작은 방에는 다락이 딸려있었고 다락으로 향하는 나무 계단에는 아주 작은 틈이 있었다 

나는 그 틈을 줄곧 들여다보곤 했는데 틈 너머에는 이곳과는 다른 생경한 세상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는 타자로 구분되는 아주 옛날의 나와 예쁜 아이이기도 한 울고 있는 여인, 

여인의 모습이지만 여자가 아닌 비체(非體)들이 즐비했다 

색이 구분되지 않은 묘한 꽃, 새, 돌 

나는 타자화된 나를 바라보는 그 놀이가 재미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아무리 틈을 들여다봐도 그 세계는 나타나지 않았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던 나는 눈꺼풀이 눈을 가려 세상이 안 보였으면 하고 바란 적도 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고 난 그곳을 그리기 시작한다 

모습을 감춰버린 그 세계가 손에서, 붓에서 재연되길 바란다

 

Azak 작가노트   < 나의 그림은  >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