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최소희 작가 작품세계
최소희 작품세계

나의 작업은 불안에서 시작한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누구나 순간순간 느낄 수 있는 생존과 생계에 대한 위협, 트라우마적 기억, 길을 잃은 감각 등의 다양한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작용 한다. 특히, 어린시절의 트라우마적 기억이 현실과 오버랩 될 때 나의 감정은 극대화 되며 심리적 불안상태가 되어 내적 세계로 침몰하며 작업을 하게 된다.

트라우마적 기억은 어린 시절 거대한 자연에서 길을 잃고 홀로 남겨졌을 때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했던 자연에 대한 두려움. 자연은 위협적인 존재이며 불안을 야기 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그 속에서 간절히 바랐던 가족의 울타리와 따뜻한 집에 대한 기억 등의 인공적인 공간들을 생각하며 그 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안정적인 공간에 대해 집착을 가지고 항상 나의 물건이나 나의 공간에 붉은색으로 표시하는 것을 즐겼다. 선을 그어 나만의 공간과 영역을 표시하기도하고 물건에 꼭 붉은색으로 나만의 표식을 해두는 등의 행위를 통해 안정감을 얻곤 했다. 

이런 기억을 기반으로 작품에서 자연 공간과 인공공간을 창조하며 붉은 색을 통해 스스로 안정을 느끼는 공간을 구획 짓고 있다. 이때 구획 짓는 방식은 선을 그어 나누거나 선 안쪽의 공간을 붉게 채색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레드는 주로 경계와 소유의 의미를 지닌다. <lineation><intended landscape>시리즈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레드라인은 붉은 선이 자신의 경계를 짓고 그 안에서 안정감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사용 되었다면 <red territory>시리즈의 레드는 공간 자체를 붉게 물들임으로서 나의 영역에 대한 소유의 표시를 좀 더 강하고  적극적으로 사용 하였다. 완전한 나의 것, 스스로 주인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색이 레드다.  일종의 집착일 수도 있지만, 온전히 내가 소유해서 통제 할 수 있는 환경을 기반으로 외부로 부터의 불안이나 공포감을 이겨내고 견뎌낼 수 있게 한다. 

나는 작품을 통해 스스로 느끼는 사회와 삶, 환경, 감정들을 기록 한다. 작품을 통해 일상적이면서 모순된 풍경을 제시하기도 하며, 작가가 스스로 속하고 싶은 공간을 창조 하기도 하며, 때로는 내면의 감정을 그대로를 표현한다.
최소희 작가의 시기별 작품세계

최소희 작가의 작품세계

 

이번 전시는 ' Staged ' 란 이름의 작품들로 전시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 작품들은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각각의 단계마다의 이야기들이 있지만 가장 큰 틀은 하나입니다. 

저는 작품을 통해 저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트라우마적 기억과 현재의 나 자신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트라우마적 기억은 어린 시절 거대한 자연에서 길을 잃고 홀로 남겨졌을 때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했던 자연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연은 위협적인 존재이며 불안을 야기 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습니다. 

그 속에서 간절히 바랐던 가족의 울타리와 따뜻한 집에 대한 기억 등의 인공적인 공간들을 생각하며 그 순간을 버틸 수 있었기에, 저는 안정적인 공간에 대해 집착을 가지고 항상 나의 물건이나 나의 공간에 붉은색으로 표시하곤 하였습니다.

선을 그어 나만의 공간과 영역을 표시하기도하고 물건에 꼭 붉은색으로 나만의 표식을 해두는 등의 행위를 통해 안정감을 얻곤 했습니다. 

이런 기억을 기반으로 작품에서 자연 공간과 인공공간을 창조하며 붉은 색을 통해 스스로 안정을 느끼는 공간을 구획 짓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종의 방어기제가 발현하는 양상을 보여줍니다.

방어기제는 1894년 프로이트가 처음 제창한 것으로 이성적이고 자의적인 방법으로 자아가 겪는 갈등을 통제할 수 없을 때 심리적 상처를 막고자 무의식적으로 스스로를 속이고 회피하는 사고 및 행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방어 기제의 주된 역할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유지하는 것으로, 죄책감이나 불안으로부터 벗어나 자존감을 보호하는 것이다. 방어 기제의 종류에 관해서는 학자마다 상이한 견해를 보이는데, 회피, 부정, 억압, 투사, 전위, 합리화, 퇴행, 반동 형성, 승화 등 다양한 종류의 방어 기제가 존재합니다. 

어떤 유형의 방어 기제를 사용하느냐는 그 사람의 정신 건강이나 성격과 유의미한 관계를 보이는데, 특정 방어 기제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것은 정신 병리와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정상적인 일반인도 방어 기제를 매일 사용하고 있으며, 방어 기제의 적절한 사용은 일상에 적응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처음 <lineation>, <Intended Landscape> 시리즈는 

두려움을 느끼는 공간과 나를 붉은 선으로 구분 짓고 외면하는 모습을 나타냅니다. 어린 시절에 짝궁과 책상에 붉은 선을 긋고 이 안쪽과 바깥쪽의 영역을 나누던 기억에서 시작 되었습니다. ‘이 선을 넘으면 이쪽은 내 땅이야’ 했던 기억이죠.

이 시리즈에서 저는 방어기제 중 회피의 단계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20대 때에는 선 안쪽으로 도망 치고 숨어만 있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작품의 붉은 라인이 등장 하고 가구들이 배치되어 삭막한 자연 풍경과 대조 되는 모습을 많이 표현하였습니다. 그리고 박제된 동물이 등장하는데 이는 선 안쪽과 바깥쪽에 혼재하지만 항상 제자리에서 멈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제 자아를 상징합니다. 

 

 

두 번째 파트인 <Red Territory>에서는

볽은 색 선을 넘어서 붉은 면으로 표현합니다. 조금 더 내 영 역을 안정된 색으로 채워나가며 좀 더 적극적인 자아의 모습을 표현 하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박제된 동물의 형상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습니다. 방어 기제 중에 전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 시리즈와 달리 자아가 수동적이지 않고 제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제 작품에서 의자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제가 처음으로 가지게 된 나만의 영역이 의자였기 때문입니다. 

집안의 막내라서 항상 언니가 쓰던 것을 받았었는데 의자는 부모님이 제게 처음으로 새것으로 사준 것이 라서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리고 저는 낯선 공간에 가게 되면 항상 의자에 앉아서 생각을 먼저 하고 구조를 파악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의자는 항상 기준점이 됩니다. 

작품들이 변화하는 이유는 작품을 통해 온전히 제 자신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시간의 흐름이나 제 삶의 새로운 경험들이 작품에 녹아들면서 트라우마적 기억을 대하는 저의 다른 생각들이 함께 혼재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전시하게 된 <Staged> 시리즈에서는 

붉은 색의 선과 면적인 표현에서 나아가 저만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구축해 나갑니다. 트라우마적 기억을 더 이상 외면하지 않고 저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공간을 창조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자연 환경이나 사물대신 새로운 풍경들을 제시합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두 개 혹은 여러 개의 달은 제가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맸을 때 느꼈던 시간 흐름의 뒤엉킴에 대한 상징입니다. 하나의 시점이 아닌 여러 시간이 혼재하는 기억의 속성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붉은색의 건축물들은 선과 면이 아닌 새로운 저만의 영역을 구축하는 수단이 됩니다. 이제는 트라우마적 기억과 공존하면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작품이 변화 하면서 작품 속에서 붉은 색이 가지는 이야기도 조금씩 변합니다. 

붉은색 컬러는 제 작품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 데요. 저는 주로 안정이나 저의 영역 표시이자 일종의 방어기제가 발현하는 방식으로 해석하며, 이를 붉은 색감으로 시각화하고 있습니다. 

색(色,Color)이란 빛의 스펙트럼의 파장에 의해 식별할 수 있는 시감각의 특성으로 시각의 기본적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또 색은 시각 예술의 기본 요소이며 가장 가시적이고 감각적인 조형언어이고 본인의 작품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색채는 인간의 감정에 호소하는 정서적 반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서 시각 예술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 합니다. 그림의 역사에서 보면 색채는 형태의 본질적인 도형에 덧붙여진 장식 이상의 것으로 생각 되지 못했습니다. 18세기말 칸트 Immanuel Kant도 『판단력 비판』에서 본질적인 것은 도형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점차 미술 및 의류직물, 실내장식 등에서 색체의 미묘하고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고, 현대미술에서 색채는 형태를 덮고 있는 것이라기보다 그 자체로서 실재하는 구조로서 파악하는 태도가 확산 되었습니다. 

‘색은 인간에게 즉각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는 “색채는 사고가 개입할 필요도 없이 직접적으로 화가의 본성을 반영해준다” 는 말을 했습니다. 이는 화가가 주관적으로 색을 선택한다는 것과 색을 통하여 주제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알려줍니다. 

특히 ‘재현’보다는 ‘표현’을 중시하는 본인의 작품에서는 색을 통해 감성과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합니다. 그리고 작품의 주된 색인 붉은 색채는 주로 경고를 의미하고 있는데, 본인은 붉은색을 이용해 심리적 경계선을 만들어 나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