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23-03-10 최소희 작가노트

작가노트

 

최소희

 

나의 작업은 어린시절 트라우마적 기억에서 출발한다. 

트라우마적 기억은 어린 시절 거대한 자연에서 길을 잃고 홀로 남겨졌을 때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했던 자연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연은 위협적인 존재이며 불안을 야기 하고 생존을 위협하는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그 속에서 간절히 바랐던 가족의 울타리와 따뜻한 집에 대한 기억 등의 인공적인 공간들을 생각하며 그 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이후 나는 안정적인 공간에 대해 집착을 가지고 항상 나의 물건이나 나의 공간에 붉은색으로 표시하는 것을 즐겼다. 선을 그어 나만의 공간과 영역을 표시하기도하고 물건에 꼭 붉은색으로 나만의 표식을 해두는 등의 행위를 통해 안정감을 얻곤 했다. 

 

이런 기억을 기반으로 작품에서 자연 공간과 인공공간을 창조하며 붉은 색을 통해 스스로 안정을 느끼는 공간을 구획 짓고 있다. 이때 구획 짓는 방식은 선을 그어 나누거나 선 안쪽의 공간을 붉게 채색하여 표현하기도 한다. 붉은색은 주로 경계와 소유의 의미를 지닌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red territory>시리즈는 공간 자체를 붉게 물들임으로서 나의 영역에 대한 소유의 표시를 좀 더 강하게 나타내기 위해 레드를  적극적으로 사용 하였다. 완전한 나의 것, 스스로 주인이 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색이 레드다.  일종의 집착일 수도 있지만, 온전히 내가 소유해서 통제 할 수 있는 환경을 기반으로 외부로 부터의 불안이나 공포감을 이겨내고 견뎌낼 수 있게 한다. 이 시리즈에 자주 등장하는 의자는 살면서 가장 처음으로 가진 나만의 공간을 상징한다.

 

 기존의 작업들이 작은 나만의 공간을 창조하는 것 이었다면 <Staged>시리즈는 구분 짓고 구획을 나누는 작업에서 나아가,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삶의 새로운 영역들과 트라우마적 기억이 동시에 혼재되어 삶을 살아가는 작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연을 그 자체로 두려워만 하던 기억에서 벗어나 그 기억을 삶의 부분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공간과 서사를 드러낸다.

이 시리즈에서 나타나는 자연은 기존의 작업들과 달리 자연 그대로가 아니라 작가가 기억하는 공간이다. 여러 개의 달이 뜨기도 하고 이질적인 다양한 자연들이 혼재되었다. 

<Staged>에서는 의자나 가구 중심의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건축물들을 구축하고 있다.

이 건축물은 자연과 완전히 분리되고 단절된 것이 아니라 일부 자연물들을 나의 공간으로 들이면서 적극적으로 트라우마적인 기억과 마주하며 극복하고자 한다.

 

나는 작품을 통해 스스로 느끼는 사회와 삶, 환경, 감정들을 기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