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코티 분첩 이미지로 모성애를 추억하는 황미정 작가

-코티 분첩 이미지로 모성애를 추억하는 황미정 작가

 

코티(Coty) 분첩은 유년시절 나의 추억과 기억이다. 어머니의 사랑처럼 느껴지는 분첩 향기는 감성을 건드리며, 추억으로 반응한다. 분첩에 담긴 따스함을 세상 사람들에게 주는 에너지로 바꾸어, 사랑, 소망, 치유를 온 세상에 씨앗처럼 흩날리며, 마법처럼 온몸에 스며들게 하고 싶다. (작가 노트 중에서)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는 나는 내가 가진 기억의 총합이다. 자아는 기억이다. 기억이 없다면 세계도 없다는 주장을 하였다. 인간의 학습은 기억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동일시하는 것은 기억 때문이다. 기억이 나의 존재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쉬지 않고 흐르는 시간 속에서 우리에게 남는 것은 과거 경험에 관한 기억과 기억 속 추억이 아닐까?

 

황미정 작가의 작품은 누군가에 보여주는 목적보다는 자신의 기억이나 추억을 시각 언어로 기록하는 것처럼 보인다. 작품에 담겨 있는 키워드는 코티 분첩이다. 정확히 말하면, 어릴 적 어머니 화장대 앞에 놓여 있던 코티 분첩 케이스에 그려진 형상이다. 분첩은 작가에게 어릴 적 어머니를 상징하는 시각적 기호이다. 작가는 분첩에서 어머니의 향기도 추억해내려고 시도한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분첩 이미지는 관람자에게 1960년대 레트로 감성을 이끌어낸다.

 

코티 회사는 프랑스의 향수 전문가인 프랑수아 코티가 1904년 파리에 설립했고, 1963년에 미국 화이자에, 그리고 1992년에 벤키저에 인수되었다. 1935년에 탄생한 코티 에어 스펀 파우더는 주로 1950에서 60년대까지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작가는 파우더 케이스에 그려진 목화솜꽃 이미지를 차용하여 작품에 도입한다.

 

작품의 중심 주제인 분첩은 흰색 동그라미 모양 위에 고동색 손잡이가 달린 갈색 문양이 그려져 있다. 이 문양은 1800년대 프랑스 귀족들이 사용했던 것과 유사하다고 한다. 분첩을 둘러싸고 있는 동그라미를 네덜란드 국기를 상징하는 오렌지색으로 채운다. 오렌지색은 따뜻하고 포근한 모성애 감성을 연상시킨다.

 

전시 작품들은 여성의 감수성을 담아 세밀하고 정확한 묘사로 이루어진 그림들과 의도적으로 표현을 절제하여 거칠게 이루어진 그림들로 구분된다. 모든 작품은 관람자에게 추억과 행복을 선사하고 싶은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자동차 여행이다. 구한 말에 조선에 도입된 자동차부터 폭스바겐 비틀까지, 한국차의 상징 포니부터 전기차 현대 아이오닉 5까지, 과거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자동차 이미지를 통해서 관람자에게 시간의 흐름과 저장된 기억을 도출해내도록 도와준다. 자동차 작품에도 분첩의 이미지가 삽입되어 있다.

 

작가에게 자동차는 여행이 주는 설렘과 희망을 상징한다. 자동차를 통해서 공간의 이동뿐 아니라, 과거로의 시간여행도 상상한다. 자동차 실내는 꽃, 과일, 보석, 분첩, 동물, 책등으로 채운다. 각 대상들은 작가가 상징하는 기호의 역할을 한다. 꽃은 의인화로서 사람의 향기, 과일과 보석은 여행의 기쁨, 책은 과거의 인기, 동물은 애정, 곰은 환경 파괴에 관한 걱정을 의미한다.   

 

미키 마우스 형상을 직간접적으로 연출하고 있는 이유는 미키 캐릭터와 코티 분첩이 1900년대 초반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어서, 분첩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한 소재라고 한다. 작가는 친숙하고 친근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서 관람객과 소통하고, 레트로 감성을 자극해서 모든 이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선사하고자 한다. 앞으로는 분첩 이미지에만 집중해서 다양한 형태의 작품을 표현하고자 한다. 분첩 이미지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되어서 우리에게 보일지 사뭇 기대가 된다.

 

- 아트스페이스H  권도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