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23-09-22 작가노트_장남희

작품 소재로 우리에게 익숙한 꽃인 모란을 선택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꽃의 왕'이라 불리우며 부귀와 영화,품격을 상징하는 모란에 꽃의 `대표성'을 부여하였고,

형태상 화려하고 풍성해서 이를 수단으로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담아낼 수 있어서다.

또한 수많은 꽃잎의 중첩적 특성이 내 작업기법의 특징을 드러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해서다.

 

내 작업방식은 충분한 밑작업 위에 드로잉을 할 때 붓으로 물감을 층층이 올린 다음 전체를 덮고 갈고 다시 덮고 수정하기를 반복한다.

겹겹이 올린 물감층을 갈아냄으로써 비로소 밖으로 형태가 드러난 꽃은 누적된 시간을

온전히 품은 채 입체적인 꽃으로 피어난다. 이는 바탕색과 대조를 이루며 화사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바탕색과 조화하며 온건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나는 화면 안에서 색상이 날 것으로 드러나는 것에 저항한다.

그래서 내 작품에서 원색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한 작업과정을 통해 색은 섞이고 겹치고 스치며 나만의 고유한 색으로 익혀나온다.

어떻게 하면 색을 제대로 감추면서 또한 드러낼 것인가.

내가 `드러난 색' 못지않게 '적당히 감추어진 색'의 조화에 천착하는 이유는 

우리의 정서 속에 깃들어 있는 창호지나 모시발을 통과한 빛 또는 달빛을 담아내고자 하기 때문이다

 

번잡한 일상 속에 갇혀 힘들고 지친 이들을 위해

달빛 아래 만개한 꽃들이 따스한 위로의 축제를 연다.

나는 그 위로의 힘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