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Criticism
전별희 작가 작품세계
전별희의 작품세계는 조금씩 확장되고 있습니다. 눈물에서 태어나는 환상의 존재, 이를테면 유니콘이나 작은 뿔을 달고 있는 물고기들이 그 시작이었다면, 지금은 그 세계가 확장되어 눈물이 바다가 되고, 하늘이 되어가는 식입니다. 

지금은 환상과 현실의 경계라는 테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니콘의 뿔을 달고 있는 동물들과 창문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그림에는 구름이 꼭 나타납니다. 그림 안에서 구름은 어떤 형상을 띠기도 하고 안팍을 알 수 없게 외부와 내부 동시에 존재하고 있기도 합니다. 
잠시 눈을 떼면 흩어지고 다른 형상이 되어버리는 구름은 변덕스러운 마음과 닮았습니다. 우울하다가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나 외부의 자극에 의해 행복해지기도 하는 마음을 구름이라는 소재에 담아 보는 이에게 전하고자 합니다. 
전별희 작가 작품세계_눈물에서 태어난 것들 2022

<눈물에서 태어난 것들>, 2022 

 

저는 지난 몇 년간 동화 속에서 나타나는 ‘눈물’이 가지고 있는 치유성, 마법적인 속성을 통해 환상세계를 그려왔습니다. 

그 곳은 ‘루루(눈물 淚에서 따온 이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소녀가 흘린 눈물에서 갖은 환상의 존재-유니콘이나 아름다운 꽃말을 가진 꽃들, 무해하고 포근한 동물들과 같은-가 태어나고 그를 위로해주는 세계입니다. 

그 세계는 조금씩 확장되어 루루가 흘린 눈물이 바다가 되거나 하늘이 되고, 환상의 존재들이 거주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조금씩 확장되어 가던 환상세계는 지금은 구름이 가득한 곳이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유난히 하늘이 예쁜 날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하늘을 자주 보게 되었는데, 구름을 관찰하다보니 어렸을 때 구름을 보며 ‘저 구름은 토끼를 닮았다’고 생각했던 것이나, 구름 사이로 쏟아지는 빛 속으로 들어가면 천국과 같은 다른 세계가 있을 거라고 상상했던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보는 형태의 구름은 찰나의 것이라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니 어쩐지 아쉽고 슬퍼졌던 기분도요. 

 

잠시 눈을 떼면 흩어지고, 바뀌고, 흘러가버리는 구름의 속성은 제가 생각하는 환상과 닮았습니다. 손을 대면 만져질 것만 같은 존재감과 부피감이 있지만 잡히지는 않는 것, 아름답고 깃털같이 포근하다는 것이 그렇습니다. 혹은 독하거나 날카롭지 않다는 것, 부드럽고 무해한 것, 순하고 평화롭다는 것. 

이런 것들은 모두 현실과는 조금 엇나가 있는 것이지만, 그렇기에 환상은 아름다운 것이고,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현실에는 없는 순수함으로 위로를 건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저는 이러한 구름의 속성과 눈물에서 태어난 환상동물들을 통해 보는 이에게 위로와 치유의 메시지를 건네고자 합니다. 다정하고 순한, 부드럽고 포근한 세계를 통해서요. 

우리는 모두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지만 이 곳에서 피로를 느낄 때 잠시 머물 수 있는 환상세계가 있다면 그 곳에서 힘을 얻고 현실 속에서 더 용감하고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전별희 작가 작품세계_연약하고 견고한 세계 2021

<연약하고 견고한 세계> 2021 

 

저는 동화나 신화 속 이미지, 탄생화 등을 차용하여 꿈이나 환상에 대한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 속에 나타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들은 모두 ‘루루’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 이름은 한자 눈물 루(淚)에서 따온 것입니다. 

 

루루의 눈물은 떨어지면서 곧 여러 가지 보석씨앗으로 변환되고, 이 씨앗에서는 그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여러 가지 환상이 피어납니다.

이를테면 환상 속에 존재하는 유니콘의 뿔을 달고 있는 소녀, 아름다운 꽃말을 지닌 꽃,

차갑게 얼어붙은 심장을 감싸주는 깃털과 같은 것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루루의 눈물에서 태어나, 루루를 위로하고 감싸줍니다.

 

그림은 모두 가느다란 선으로 그려졌습니다. 선을 한가닥씩 살펴보면 약해보이지만, 이들은

겹쳐지고 겹쳐져서 견고한 면을 만들어냅니다.

 

환상, 그것은 문자 그대로 ‘현실에 없는 것을 있다고 느끼는 상념’입니다. 현실에는 없으

므로 환상은 그 자체로 연약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그려내는 환상이 단지 덧없고 연

약하지만은 않기를 바랍니다. 

연약한 선을 모아 견고한 면을 만들어냈듯이, 제가 그린 그림이 보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부드럽게 감싸주는, 무너지지 않을 환상세계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