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NOTE
2022-04-05 연약하고 견고한 세계
연약하고 견고한 세계 


저는 동화나 신화 속 이미지, 탄생화 등을 차용하여 꿈이나 환상에 대한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 속에 나타나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들은 모두 ‘루루’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 이름은 한자 눈물 루(淚)에서 따온 것입니다. 

루루의 눈물은 떨어지면서 곧 여러 가지 보석씨앗으로 변환되고, 이 씨앗에서는 그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여러 가지 환상이 피어납니다.
이를테면 환상 속에 존재하는 유니콘의 뿔을 달고 있는 소녀, 아름다운 꽃말을 지닌 꽃,
차갑게 얼어붙은 심장을 감싸주는 깃털과 같은 것들입니다.
이들은 모두 루루의 눈물에서 태어나, 루루를 위로하고 감싸줍니다.

그림은 모두 가느다란 선으로 그려졌습니다. 선을 한 가닥씩 살펴보면 약해보이지만, 이들은
겹쳐지고 겹쳐져서 견고한 면을 만들어냅니다.

환상, 그것은 문자 그대로 ‘현실에 없는 것을 있다고 느끼는 상념’입니다. 현실에는 없으
므로 환상은 그 자체로 연약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제가 그려내는 환상이 단지 덧없고 연
약하지만은 않기를 바랍니다. 
연약한 선을 모아 견고한 면을 만들어냈듯이, 제가 그린 그림이 보는 이들에게 위안을 주고 
부드럽게 감싸주는, 무너지지 않을 환상세계가 되기를 바랍니다.